작가명 : 타키모토 타츠히코
작품명 : N.H.K에 어서오세요
출판사 : 학산문화사
(*미리니름 약간 있습니다.)
(*쓴지는 좀 된 글입니다.. 두서가 안맞아도 양해 좀 부탁드립니다^^;)
(*순수하게 읽고난 뒤의 감상을 덧붙인 글이기 때문에.. 소설을 안 보신 분들은 이해 못하실 부분도 있습니다.)
수년 전 시트콤 '논스톱'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수 앤디가 '청년실업이 40만에 육박하는…' 이라는 유행어를 퍼뜨렸을 때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제법 심각하다는 것을 처음 느낀 저에게 이 소설에서 말하는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사회적 문제는 관심 밖의 일이었습니다. 적어도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죠.
니트족이란 정확히 히키코모리를 가리킵니다. 일할 의지는 있으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일하지 않는 실업자나 재택 근로와는 달리 취업 포기자를 지칭하는 신조어로서, 사실상의 의무로 인식되는 노동의 채무를 포기함으로서 '사회'라는 채권관계와도 단절되는 외톨이들을 말하죠.
이 책의 작가 후기에 보면 "스스로가 히키코모리이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다시 보기가 두렵다."고 언급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사실적으로 서술한 바,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루는 소재가 이미 체감이 가능할 정도로 야기된 사회현상, 혹은 문제라고 생각해볼 때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전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해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 부분에 관한 문제점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풀어보자면,
1. 주인공은 왜 히키코모리인가?
원작인 소설이 빛을 바랠 정도로 애니와 만화책의 인기가 대단해서 언급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니트족입니다. 대학을 중퇴하고 4년동안 좁은 아파트에서 생활한 고질적인 니트족으로, 이모를 따라 포교활동을 하러 찾아온 미사키라는 소녀와의 우연한 조우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게 됩니다. 미사키가 제안하는 '히키코모리를 탈출하는 방법'이 주인공과 그녀를 연결하는 고리가 되지만, 사실상 거기에 어떤 의미가 부여되는지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 독자는 나카하라 미사키와 주인공인 '나(사토)'의 과거와 현재의 설정을 주입받게 됩니다. 미사키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입은 트라우마로 인한 자기위안으로 생긴 자신보다 멸시할 수 있는 존재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마음이 '프로젝트'라는 변명으로 주인공에게 접근하는 계기가 됩니다. 하지만 4년간 니트족 생활을 해온 주인공에게 있어서 그녀가 그렇게까지 비중있는 존재였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애니와 만화책 둘 다 접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주인공인 '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읽을 때 주인공이 미사키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미사키가 '나'에게 접근하고 히키코모리 탈출을 위해 온갖 프로젝트를 짜내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나'의 일관되지 못한 태도가 조금 혼란을 더했습니다.
2. 주인공 세계의 양면성에 대해.
그러나 다른 각도를 적용해보면 해답은 나옵니다.
요는 주인공이 니트족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밖에 나갔다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타인과의 연결을 거부하게 된 주인공. 심각한 정신이상자입니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서툴고 두렵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 미사키와의 '틀'을 깨기 직전까지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일관합니다. 독백을 통해 당위성을 해명하고 본인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것처럼 꾸미지만 그의 행동 패턴을 3D로 분석해보면 약간 처참한 결과가 나옵니다. 결국 처음 시작과 전혀 다르지 않은 레퍼토리로 '니트족'의 일관된 설정을 유지합니다.
여기에 불을 붙이는 존재가 옆 집의 야마자키입니다. 미사키의 존재가 주인공에게 있어 '양'이라면, 야마자키의 존재는 '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야마자키는 마지막에 자신이 만든 게임을 통해 주인공이 틀을 깨는 데 일조하고 또한 상담자 역할을 통해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지만, 결국 주인공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존재는 야마자키입니다. 주인공이 야마자키의 말에서 동질감을 느끼는 만큼 전개가 더뎌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야마자키 역시 심각한 정신이상자입니다. 니트족이면서 오타쿠에 로리콘이기까지 하죠. 그 역시 사회에 제대로 융화되지 못하고 고향으로 내려가기 직전까지 혼란스러워하다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이죠. 그가 마지막에 하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던 일. 그것은 결국 자살이었을 것입니다. 그걸로 주인공을 움직이게 만드는데 어째서 주인공은 결말직전 미사키를 대신해 절벽에서 뛰어내렸는지 정말로 혼란스러웠습니다.
3. 하지만 결국 세계는 하나.
그러나 일반화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주인공과 야마자키와는 달리 미사키는 진짜 심각한 정신이상자입니다. 내면의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심리는 차치하더라도 자기비하와 대인기피증, 우울증, 어릴 적 학대에 인한 트라우마로 자살까지 시도하는 히로인은 흔치 않을 정도죠. 그렇지만 유일하게 주인공과 함께 있을 때 웃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건 주인공이 미사키 자신보다도 구제불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면 마찬가지로 대인기피증이었을 터인 주인공 역시 미사키와는 허물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주인공으로서는 의심과 미심쩍음, 확신과 안심이라는 네가지 절차를 밟으며 형성되는 태도이지만 미사키에겐 경멸 -> 사랑 이 두 단계밖에 없습니다.
야마자키와의 동행을 통해 점점 망가진 주인공의 고개를 돌리게 만든 건 결국 미사키. 하지만 주인공을 구원했을 그녀가 오히려 주인공에게 구원받으며 강하게 맺어진다는 이야기는 마지막 한 순간이었지만 강렬했습니다. 솔직히 매우 만족스러웠고, 거슬리는 부분 없이 빠르게 읽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4. 맞물리는 관계도.
다시 말하면 모든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고, 황금비율로 독자에게 각인이 됩니다. 이정도로 짜여진 구성은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을 읽었을 때를 생각나게 하네요. 분명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심각할 정도로 정신병을 안고 있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로 인해 해야할 일들이 명쾌할 정도로 정리가 잘 되어 전개가 아주 유려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구나 1인칭의 유쾌한 문체가 네거티브한 분위기와 잘 맞물려 적당히 상쇄되고, 중간중간에 드러나는 개그 코드는 이 작품이 애니화나 만화책의 리뷰에 '개그 만화'로 소개되는 이유를 짐작케 해주더군요.
다만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비중으로 등장하시는 여선배(이름이 나왔던가; 생각이 안 나네요;)의 존재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야마자키와 만나게 해주는 계기를 통해 그분의 역할은 끝났다고 봐도 될 것 같은데 후에 두 차례에 걸쳐 다시 나타나 묘한 여운을 남겨주십니다. 결국 그분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마지막까지 알지 못한 채로 책을 덮고 말았네요.
5. 독백과 정신이상이 만들어내는 음모론.
굉장히 중요할 것 같지만 사실은 별 것 없는 NHK. 이 소설의 제목인 만큼 한 번은 언급해야 하겠기에 쓰기는 합니다만, NHK는 주인공의 망상이 만들어낸 가상의 적입니다. 일본 국영방송 NHK(Nippon Hoso Kyokai)와는 다른 NHK(Nippon Hikikomori kyokai)죠. 또 이 말을 듣고 미사키는 자신의 NHK(Nihon Hitojitsi Koukankai)를 만들어냅니다.
결국 NHK는 누구라도 상관없었을 겁니다. 사탄이든, 산타클로스든, 크리스마스 트리든 말이죠.
주인공의 경우에는 원망해야 할 적으로, 미사키의 경우에는 주인공과 자신을 연결하는 매듭으로,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들은 끝내 아무것도 모른 채 일본 국영방송으로.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있는만큼 제목의 선택은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뒷맛은 아주 씁쓸했지만요.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내게도 계기가 생기면 언제든 집 안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소심한 마음이 있고, 지금 정신이상자로 분류한 주인공과 야마자키와 같은 틀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발단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그러나 그 결과가 돌고 돌아 지금의 '니트족'이라는 사회 문제를 빚어내기까지 사람의 마음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상처를 받는 것이 무서워서 숨어버리는 히키코모리.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에 여러 번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척 재미있었고, 9800원이라는 거금이 아깝지 않을 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면서 덧붙이자면,
[반대] 누르실 때 최소한 이유라도 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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