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별도
작품명 : 그림자무사
출판사 : 드래곤 북스
감상란에서 어느 분이 그림자 무사가 재밌다길래
속는 셈 치고 빌려 봤습니다.
7권까지 다 읽으며 일단 재미는 있더군요.
근데... 역시나 검은 여우나 그림자 무사나 레퍼토리가
거의 동일하더군요.
그리고 예전 글이라 그런지 더더욱
헛점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1. 현당의 정체는?
- 주인공에게 거의 초인적인 능력을 몰아주시는 게
별도님의 특색이긴 하지만 이건 좀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현당은 파락호 주제에 아무리 수준높은 교육과 함께
영약을 취했다 하나 단 1년여만에 초절정을 뛰어넘는
고수가 됩니다. 이런 초기재 보셨습니까?
거기다 까막눈이라는 녀석이 단시간에 글을 배우고
책을 달달 외우는 지경, 바둑 배운다고 기보를 통째로
외우는 엄청난 천재성을 발휘합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까막눈 파락호 주제에
지나치게 머리가 좋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머리가
좋다는 의미는 시야가 넓다는 거지요. 세력간의 인맥이나
권력관계, 자금처 등등... 일개 파락호가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시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넘이 고아에다
파락호란 말입니까? 그렇다면 중국은 뿌리 없는 반란세력에 진작
망했어야 옳습니다;;
2. 현당이 살아있는 이유?
- 남궁적의 주화입마를 치료하기 위한 시간을 버는 것
치고 현당은 지나치게 많은 것을 보여주면서 목숨을
건지기까지 합니다.
일개 그림자 무사가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줬습니다.
무공에 대한 높은 자질, 그리고 능력있는 수하들과
현당 자신의 엄청난 첩보능력.
자... 현당은 남궁적의 그림자 무사입니다.
그런데 쓰고 버릴 녀석이 지나치게 유능하지 않습니까?
이녀석을 살려두면 정말로 남궁적과 바꿔치기 해도
될만큼 말이죠.
또한 우희는 기밀을 위해 애초 남궁찬과 모용곽만 끌어들였
습니다. 3 사람만 알자는 거죠. 근데 결국에는 다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은 알아도 되는 사람입니다.
흑벽파의 벽주나 그에 준하는 인물들이라면 알아도
무방하겠죠. 그러나 현당의 수하들은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현당이 수하들과 접촉하였고 그 수하들의
숫자가 많은 이상은 현당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합니다.
결국 끝날 때까지 현당이 살아있는 자체가 심각한 오류라고
할 수 있겠죠.
3. 문당의 배후?
- 초반에 현당과 남궁찬의 거래... 문당을 독립적인
세력으로 인정한 후에 문당의 실체를 까발려주길 약속하고
모용미와 함께 돌아다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여기서
문당은 어디서 왔는지 모를 50명 정도의 인원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인원은 계속 충원되죠.
자... 이게 말이 될까요? 남부맹은 4대세가가 전체나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남부맹을 사실상 창설한 죽심거사의
세력이라고 하지만 문당에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즉시 나타나고 계속 충원되는 것을 4대세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되겠습니까?
근본도 모르는 세력이 문당 직속세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건 아무리 권력투쟁에 정신이 없다고 해도
제대로 된 상황이 아닙니다.
차라리 4대세가의 인원과 자원을 합하여 새로운
문당을 창설하고 우희와 기존 문당을 팽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죠. 세상에 우희 정도 재사가 없겠습니까?
아니, 우희가 그들을 속이고 단목기를 밀어준 시점에서
우희는 이미 버려야 할 패였습니다.
4대 세가주를 속였죠. 또한 가장 유력자인 남궁찬을...
그리고 남궁적의 큰 비밀을 알고 있는만큼
우희는 제거됐어야 합니다.
또한 남궁찬이 아들의 병세를 모르는 데다
맡겼다는 것도 말이 되질 않죠. 차라리 죽이면 죽이고
호적을 파버리지요.
4. 남경이란 좁은 배경
- 가장 큰 일은 주인공이 남경 출신이고 또한
남경의 세가인 남궁가의 장손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 자체가 또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현당이란 인물은 유명인이에요. 저잣거리에 나가면
얼굴이 다 알려졌지요. 이런 인물이 남경의 또다른 유명인인
남궁적을 연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남궁적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요? 그런데 남궁적으로
분장한 현당이 나서면 남궁적이 알려질까요? 현당이
알려질까요? 현당이 금질과 대면하는 장면을 봐도
모두 현당으로 알고 있다는 겁니다.
자... 이러면 대역의 의미가 있겠습니까?
애초 대역을 세우려 했다면 무명에 다른 지방의
사람을 데려 와서 철저히 교육을 시켰어야 합니다.
그리고... 왜 굳이 남경에 토착세력이 4대세가와
정무련이 같이 있어야 할까요? 그것도 흑도의 세력인
흑벽파와 함께 말이죠.
남경이 대도라 하지만 지나치게 좁습니다.
그런데 천하를 울릴 세력들이 남경에 밀집해 있고
그로 인해 배경이 좁아 보이며 또한 각 세가들의
세력마저 축소된 것으로 보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남경으로 끝나는 이 글의 한계는
곧 작가역량의 한계가 아닐까요?
5. 남궁적이란 인물
- 남궁적의 인물상은 작품상에서 변하게 됩니다.
처음에 우희는 남궁적을 사모하는 것으로 나오죠.
이 시점에서 우희가 그 곳의 인물인 건 확정된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희가 인간적으로 사모할 정도면 남궁적이
후반에 나오는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희가 그렇게 눈이 없는 여자일까요?
남궁적이 주화입마 때문에 변했다기 보다는
남궁적이 나쁜 놈이 돼야만 작가분의 글이 풀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남궁적이 대적이 돼야만
현당이 양지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삼도절 남궁적이 진짜일까요? 패왕 남궁적이 진짜일까요?
초반엔 전자가 진짜라 하더만 후반엔 후자가
진짜라고 하더군요. 참 말 바꾸기 쉽습니다.
물론 남궁적이 정말 인물이었다면 글이 다소 길어졌겠지만
정말 재밌게 흘러갔을 것입니다.
결국 배교까지 가서 결판이 났겠죠.
작가분이 남궁적을 희대의 악인으로 설정하면서
글의 스케일도 작어졌습니다.
배후까지 해결하지도 못하게 되지요.
사실 남궁적이 나오면서 정말 재미가 사라지게 되더군요.
제가 예상하고 있는 최악의 루트를 타게 되서 그럴까요?
6. 개합신공은 어디로?
- 분명히 개합문의 태구란 인물은 제련현마강의
변용인 개합신공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분명 준비된 것 같았죠.
그런데 긴 글의 중간에서 그만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남궁덕이나 그 전대의 비사가 준비된 것처럼 하더니
말입니다. 이건 2부를 위한 떡밥일까요?
그렇게 생각하기엔 너무 전반에 포진한 소재입니다.
과연 사대세가와 배교는 어떤 관계였을까요?
이것이 오류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후속작품이 없다면 오류로 삼아도 되겠죠.
종합적으로 별도님의 그림자무사는 볼만한 글입니다.
최소 재미는 있지요. 다만 논리적 헛점이
너무 큽니다. 별도님의 강력한 흡입력에 빠져들다가도
그 헛점 때문에 금새 시무룩해지기 십상이에요.
한 마디로 주인공 외엔 다 바보라는 초보작가들의
경향을 좀 더 업그레이드한 정도라는 거지요.
이는 검은 여우도 마찬가집니다.
비교적 최근작이긴 하지만 검은 여우가 과연
그림자무사의 실패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안나온지 꽤 되는 걸 보면 기대하기 힘들긴 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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