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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5 케이포룬
작성
09.05.31 00:56
조회
1,004

오랫만에 한편 올리네요. 무언가 사색(私色)이 짙은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속칭 마도 감상문이랄까요. 단편집에 대해서는 꼭 이런식으로 접근해보고 싶었습니다. ㅎㅎㅎ. 그 성공 여부는 둘째치고, 꽤나 재밌었던 작업이었음을 밝히고, 또한 여지까지와 같이 평어로 쓰여짐을 이해해 주시길 양해부탁드리며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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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60-1999

아서 C. 클라크. 고호관 역

2009년 03월 13일 발간

2009.05.10. p.m 11:42 에 완성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멸망한다.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 로저 젤라즈니'의 '내 이름은 콘래드', '딜비쉬 연대기',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에 이어 네 번째로 읽게 된 SF소설, 아서 클라크의 단편 전집이다. 나오기 전부터 황금가지측에서 띄운 공지를 봤기에 무척이나 흥미가 동했던지라 꼭 구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이글루스 렛츠 리뷰에 이벤트 상품으로 이것이 올라왔고, 난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되면 대박, 아니면 '시험 공부나 열심히 하지'란 생각에 별 기대 없이 신청했다. 그런데 그 결과, 정말로 우연찮게도, 뜻밖에도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버렸다. 헌데 막상 책이 도착하니 약간 막막했다. 시험이 코 앞이었던지라... 4월 말까지 책을 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니 또 일이 생겼다. 논문 형식을 갖춘 리포트 글쓰기 과제가 내 앞에 닥친 것이다. 좋다. 이것도 지난 수요일(5.6)부로 끝냈다. 그랬더니 이번엔 또 심리학 조별 과제가 날 덮치는게 아닌가. 또 좋다. 이쯤되면 나도 모르겠다. 미친 척하고 열심히 읽었고, 결과는 바쁜 와중에도 읽어볼만한, 훌륭한 단편집이라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그럼, 살펴보자.

그것들이 말하고 싶은 것.

어 째서 거장이고 어째서 대작인가. 이는 이번 감평 대상인 단편집에서도,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에서도 확연히 답을 도출할 수 있게 된 의문들이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봤던가. 인류가 고민해 왔고, 고민하고 있고, 앞으로도 고민 할 문제들을 자신만의 색채로, 훌륭한 형식미를 바탕으로 나타낼 수 있다면, 그것은 곧 대작이 되고 또한 고전이 된다고. 그리고 내가 확인해 본 바, 이 훌륭한 SF소설도 그 범주에 충분히 포함될만한 작품집이다. 그들의 단편은 SF지만 결코 공상 과학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들은 드넓은 우주를 바탕으로하는, 거대한 서사를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들이 결국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이 오버테크놀러지를 무기삼아 바다를, 창공을, 달을 넘어, 우주를 정복할지라도, 그 기저에 깔린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는 결코 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우리'가 '주체'로써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기에. 결국 그들이 이야기하는 바는-수많은 각도(사랑, 증오, 욕망, 허영 등등)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결국 인간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이다. 몇몇 단편들을 살펴봄으로써 그것들을 한번 제대로 확인해보자.

-인간은... - 증오(1961)

최 고다. 인간의 저열함을 이렇게 극적으로 나타낸 작품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방식의 저열함이 존재하고 그것들을 드러낸 작품들도 수없이 많지만, 그래도 이건, 뭐라할 수 없는 반전이 머리에 쿵 하고 부딛혔다. 이다지도... 인간은... 스토리의 긴박함과 그것을 나타내는 훌륭한 문체까지 받쳐주니, 더없이 좋았다.

-그래도... - 최후의 명령(1965).

위 의 '증오'에서 이야기를 한번 이어본다. 일견 인간은 저열하기 짝이 없다. 회피하기 힘든 명제이다. 이 작품에서도 그것은 여실히 드러난다. 러시아가 달 뒷면의 비밀기지로 미국과의 전쟁을 억제하고 있으나, 미국은 결국 핵폭탄을 이용해 러시아를, 지구의 절반을 초토화 시키고, 분노한 달 기지의 러시아 인들에게 내려지는 최후의 명령문의 형식으로 쓰여진 단편. 미국의, 아니 인간의 욕망은 과학이라는 무기로 인류의 멸망에 한발짝을 내밀게 한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달 기지에 남겨진 명령은 '복수'가 아닌, '사랑'이었다. 또, 여담이나 이 작품에서 1960년대의 상황에서 미국을 '악'으로 상정했다는 점으로 선과 악의 그 불분명함을 드러낸 점은 무척이나 신선한 반전이었다.

-결국 우리는... -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1967)

그 렇다. 최후의 명령에서 살펴봤듯, 우리는 사랑해야만 한다. 이 작품에서 그걸 가장 여실히 보여준다. 제목부터 가장 명확히 단편집이 전하고 싶은 말을 드러내어 준 작품.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멸망한다.'라는 마지막 대사가 특히 인상적이다. 어떤 방식으로의 발전이 일어나도, 우리가 욕망을 이기지 못하면, 그것들을 넘어 서로를 사랑할 수 없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인간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라는, 짧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부족함 없는 단편이었다.

대략 세 작품을 인용해서 단편집 전체의 구도를 살짝이나마 ㅎㅜㅌ어보았는데, 사실 인용한 작품들 이외에도 모두 멋진, 훌륭한 작품들이었다. 시간만 넉넉했더라면 아마 전에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감상에 시도하려 했듯 작품 하나하나를 구슬꿰기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결국 이번에도 못했구나. 방학 때 전도서로 꼭 도전해 봐야지.

수많은 작품들의 효시

이 다지도 대단한 문제들을 다뤘지만, 이 단편집은 자신이 SF소설이라는 본문도 결코 잊지 않는다. 이 60년대에서 90년대에 쓰여진 단편집의 영향력은 90년도에 태어난 내가 느끼기에도 어마어마하다. 수많은 SF영화들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감독들의 창조력에 바탕이 되었을 것이고, 수많은 SF소설들의 탄생을 도와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필자에게 있어 경탄을 전했던 아이디어 몇 가지를 꼽아 보자면, 필자가 읽은 몇안되는 'NT 노벨'의 '스즈미야 하루히'시리즈에 나왔던 한 이론의 모태가 되는 것을 여기서 만났던 점이다. 필자는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에 나오는 '나가토 유키' 즉, 유기체로 이뤄져있지 않은, 하지만 그래서 더욱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금속의 섬조들로 이뤄진 지성체들의 존재의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놓은 부분을 읽으며 '아, 정말 그럴듯하구나.' 싶었었고, 그 작가의 창의력에 경탄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걸 읽어보니 그 아이디어는 오리지널은 분명히 아니었을 것 같다. 여기 클라크 단편 중 하나인 '성전(1968)'을 읽어본다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니까. 물론, 표절이라거나 하는건 아니다. 그들이 그 소재로써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전혀 다르니까.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작가는 그 나가토 유키라는 캐릭터를 하나의 초월적인 존재로 등장시켰을 뿐이고, 클라크는 그것으로써 다시 '인간'을 이야기 했으니까. 또, 그 유명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전쟁 발발에 대한 시작 부분도, 그 시나리오 감독 특유의 아이디어가 아니었음도 추측해 볼 수 있게 되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나오던 '스카이넷'의 모태가 되었음을 확연히 추측해 볼 수 있는 분명한 글이 이 단편집에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의 전화(1965)'가 그것이었다. 스카이넷과 그 구조가 온전히 같다고나 할까. 정말, 대단하다.

정리하며

단 편집은 크게 많이 읽지 않았다. 기억나는걸 꼽아보자면 진산의 '진산 무협 단편집', 문영 외 11인이 썼던  '꿈을 걷다.', 마지막으로 언급했던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정도가 되려나. 그런데 한결같이 읽으며 약간 곤욕을 치른 점이 있었는데, 한편 한편을 읽고나면 읽고 났을 때마다 책을 덮고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번편을 읽으며 확실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훌륭한 단편집들은 작품 하나하나가 뚜렷히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갖추고 있고, 이야기의 흐름들이 확실히 이어지며, 말하고자 하는 결론들이 확실하기 때문에, 곧 한편의 소설을 마무리 지은 것과 거의 유사한 즐거움을 느끼기에 그것들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해 지기 때문이다. 이렇기에 그것들이 지니는 장점과 단점은 극명해진다. 장점은, 하나의 작품집으로 여러가지 작품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장점이 될 것이고, 단점은 그것이 역작용을 일으켜, 하나하나의 맛을 곱씹기는 약간 어려워진다는 점이 될 것이다. 아아, 시간을 두고 읽으면 된다할지도 모르겠는데, 필자는 읽던 책 중간에 묵혀두는건 정말 좋아하지 않는지라, 그렇겐 더 힘들더라. 그래도 이 클라크 단편집은 여지껏 언급했듯 공통적인 주제, '인간'을 두고서 이야기 한 책이라 하나의 커다란 일관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기에 그런 단점도 크게 작용하진 않았다.

으 으... 이렇게 시간에 ㅉㅗㅈ기며 글 쓰는 일이 자꾸 늘어난다. 좋지않다. 하고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는 것만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몇 일전에 썼던, 위에서 언급했던 논문 형식의 리포트도 그랬고, 그래서 이번 감상도 약간 허전한 느낌이 든다. 분명 하고싶은 말은 확실히 한 것 같은데, 그것들을 지지하는 구조가 너무 허술하달까. 좀 더 좋은 인용과 논리를 바탕으로 글을 써야 할터인데, 힘들겠지만 이렇게 시간에 ㅉㅗㅈ기지 않도록, 노력하자.

그런 바, 다시 말하지만 이번 단편집의 작품들은 하나하나 모두 훌륭했다. 분명히. 필자가 저 세 작품만을 인용한 이유는, 가볍게 주제를 ㅎㅜㅌ기엔 저 작품들이 가장 이상적인 주제의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런 커다란 흐름에서 벗어나진 않게, 정말 인간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 멋진 작품집이었기에, 이점을 다시 한번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무료로 읽는 책이 무료가 아님을, '공짜 점심은 없다.'는 명제가 아마도 진리임을 보여주는 감상글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우는 소리 해도, 정말 재밌게 읽었다. 감상글도 약간은 아쉽지만, 이정도면 말하고픈 바는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 고개를 끄덕여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을 전해준 '이글루스 렛츠 리뷰'와 '황금 가지' 출판사에 감사를 건내며, 이번 감상글을 마무리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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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kayphorun.egloos.com/1399450


Comment ' 1

  • 작성자
    Lv.9 풍운뇌공
    작성일
    09.06.01 11:03
    No. 1

    전 SF 소설이라하면..우주를 배경으로
    외계인은 필수적으로 등장해야한다고생각하는데.

    그런소설이외의 SF소설은 안보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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