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약먹은 인삼
작품명 : Spectator
출판사 : 문피아 연재중
"강한 힘에 대한 추구와 대리만족"가 장르소설의 큰 축이라고 할 때, 약먹은 인삼의 Spectator는 그 큰 축에 한발만 걸친 특이한 작품이다.
Spectator : (구경꾼) 이란 제목을 둘째치고, 이 작품에서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관조다. 레벨업, 성취 등의 짜릿한 단어들은 이 글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주인공은 어떻게 하면 레벨업을 하지 않고 구경꾼이될까를 고민한다.
보통 회귀류의 소설의 경우, 회괴현상 자체가 주인공이 왜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불문곡직"의 장치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되었어야 할, 그리고 되려고 했으며, 될법한 친구의 회귀"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휩쓸린 "구경꾼"이 주인공이다.
작가는 선과 악, 혹은 영웅과 반영웅 의 대결구도 역시 비틀어버린다. 이 소설에서 전제된 대결구도는 "성륜 VS 겁륜"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대결구도의 구경꾼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저 대결이 계속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대결의 끝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가 되면주인공은 회귀자이자 단 하나뿐인 친구를 잃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회귀한 이후에 얽힌 새로운 인연들 조차 잃을 수 있다.
"대결구도를 조율하려는 구경꾼"이란 전혀 새로운 형태의 긴장을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작가의 내공이 얼마나 깊은 지 알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구경꾼이라고 해서 이 작품이 냉소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이 구경꾼이기에 그는 더욱 분발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나는 가수다"의 청중 평가단이나 네티즌 평가단처럼, 그는 이 대결을 즐기면서 조율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구경꾼이 주인공이기에 독자는 구경꾼일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그러면서 "New Century"라는 게임 배경에서 한발 더 물러서게 된다.
하지만, 모든 작품들이 그러하듯 주인공?이 되려하는자들은 구꼉꾼들을 그냥 놔두려 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구경꾼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는 구경꾼"이 인생과 사회, 역사의 진짜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애초에 주인공이 되려하는 자들의 욕망은 구경꾼들에 의해서 이루어질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치 대통령이 되려는 자는 유권자에게 표를 구걸해야 하는 것 처럼 말이다.
이 작품은 이미 이 새로운 대결구도가 주는 긴장감, 그리고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표현력, 그리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만으로도 넘치는 재미를 독자에게 선물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구경꾼의 입장에서만 작품을 진행하기 때문에 오히려 구경꾼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수 없게 되버렸다. 외전 형식이라도 "주인공이려 하는 자"들의 입장에서 같은 사건을 바라보거나, 다른 사건을 진행하는 챕터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렇게 되면 이 작품이 산만해지는 것은 각오해야겠지만 작가의 필력으로 볼때, 그것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상태로 주인공-상현이 화자로서 서술하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이 작품이 지닌 개성들은 결국, 독특한 주인공의 독특한 먼치킨 전개가 되버릴 위험이 크다.
"필력 테스트겸" 게으른 영주를 비롯해 몇 개의 작품을 동시에 연재하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차라리 그럴거면 "구경꾼 외전 - 주인공의 눈"을 연재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성륜과 겁류을 만든 자들의 개입이 금지된 상황이라면, 그들이 서술자이자 주인공이 되는 글들도 충분히 작품 전개를 더욱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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