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소년이 찾은 파랑 Bleu, 2003
저자 : 장 프랑수아 뒤몽
역자 : 최정수
출판 : 달리
작성 : 2011.05.13.
“아이야, 너는 집에서 너무 멀리 떠나왔구나.
하지만 사람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것을
제 호주머니에서 발견하곤 한단다.”
-책 안에서-
‘열심히 일하던 중 손에 잡아본 책’이라는 것으로, 다른 긴 말은 생략하고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작품은 심취한 음악가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아지랑이에 붓끝을 살짝 데어보는 소년의 표지로 시작의 장을 엽니다. 그리고 다양한 파란색의 속표지를 살짝 넘겨, 그저 무미건조하게만 보이는 커다란 잿빛 도시에 소년이 한 명 살고 있었음을 알려주는군요.
그렇게 소년이 어디를 가든 작은 스케치북과 물감 상자를 들고 다닌다는 소개도 잠시, 어느 날 밤 꿈속에서 ‘아주 짙으면서도 반짝반짝 빛을 내뿜는, 너무나도 파래서 그 속에 폭 감싸이고 싶어지는 파랑’을 마주하는데요. 그런 파랑을 찾기 위해 여행길에 오르는 것으로 본론으로의 장이 열립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파랑에도 불구하고, 소년이 찾고 있는 파랑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는데…….
파랑. 그리고 그런 파랑을 찾기 위한 여행. 하지만 그 답은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었다는 이야기. 이정도만 적으면 아마 대부분은 ‘파랑새 L’Oiseau Bleu, 1908’를 떠올리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파랑새’가 가물가물한 것이 당장의 입체감상은 무리가 있을 것 같군요.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이번 작품을 어떤 기분으로 만나셨을까나요? ‘파랑새’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또 한편의 근사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셨다구요? 파랑이 다 같은 것이 아닌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구요? 네?! 우리는 꿈속에서의 여행을 함께 했을 뿐이라구요? 으흠. 하긴, 저도 마침표를 만나면서는 소년이 잠들기 전에 무의식에 남은 기억의 잔상이 차분하지만 환상적인 여행길을 열어버린 것은 아닐까 했는데요. 결말에 이르러서는 문득 소설 ‘연금술사O Alquimista, 1988’까지 떠올리고 말았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크핫핫핫핫핫핫!!
우리는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룰 수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어떤 위대함을 목표로 두곤 하는데요. 그런 대부분의 진리를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속담으로 풀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 이젠 진부할 것 같으면서도 매번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뭐랄까요? 국내에서는 ‘그림을 그립시다 The Joy Of Painting, 1983’ 고 밥 로스 아저씨 ‘참 쉽죠?’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잠시 지난 시절의 향수에 빠져 있었다는 것은 일단 넘기고, 이번 책은 어떤 자세로 마주하면 좋을까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다양한 색? 아니면, 이야기 속 주인공과 같은 신비한 경험놀이? 그것도 아니라면, 진정으로 소중한 것에 대한 열띤 토론? 글쎄요. 책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그거 말고는 별다른 감흥이 없이 조용한 느낌뿐이었는데요. 다른 전문가 분들은 또 어떤 관점으로 분석하고 계실지 궁금해집니다.
그럼, 이어서는 어떤 작품을 만나보게 될지 궁금하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볼까 하는데요. 가능하면 차분함이 아닌 상쾌함의 푸르름을 마주하고 싶습니다.
덤. 설마 장마인가 싶던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나왔지만, 벌써부터 황사가 다시 온다면서 시끄럽습니다. 으흠. 허기는 면했지만, 피곤하네요.
TEXT No. 1510
[BOOK CAFE A.ZaMoNe]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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