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강승환, 구로야나기 테츠코
작품명 : 열왕대전기, 창가의 토토
출판사 : 로크미디어,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지난 토요일에 열왕이 출간되었고, 오늘 읽어 보았습니다. 집에서 비평글을 읽어보는데 너무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데 문득 '토토'라는 아이가 떠오르더군요. 오래전에 친구의 추천으로 잠깐 읽어봤던 책인데 당시엔 그닥 재미를 느끼진 못했서 다 읽지는 못했는데 인상은 깊었는지라 연상이 되더군요. 책꽂이에서 찾아서 잠시 살펴보며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소개합니다.
토토는 아주 유별난 아이입니다. 호기심이 지나치게 많고 어른들이 말하는걸 듣고 있거나 가만 있질 못합니다. 한마디로 어른들을 너무 힘들게 만들고 주위 친구들을 가만 내버려두질 못하는 아이지요.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인데 선생님으로부터 감당할 수 없는 아이라는 통보를 받고 퇴학당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토토를 데리고 대안 학교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런데 거기서 좋은 분을 만나죠. 첫 만남에 교장선생님은 아이와 할 얘기가 있다고 어머니를 돌려보냅니다. 그 후 토토는 교장 선생님을 붙들고 쉬지않고 얘기를 쏟아냅니다. 다 들으신 선생님은 더 할 이야기가 없냐고 물어봅니다. 그리곤 다시 토토가 얘기를 합니다. 장장 4시간 반 동안 말이죠. 토토의 학교 생활이 시작됩니다.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기도 한 이 책은 어린 아이를 둔 부모님들의 필독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작가는 일본의 유명 방송연예인이고 세계적으로는 사회활동가로 분주한 저명인사입니다.
토토의 상상력과 수많은 이야기는 보통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힘듭니다. 준비가 되어있는 이가 드물고 그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또한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부모라해도 힘들죠.
오늘 문득 드는 생각은 장르 문학에 투신한 작가들이 토토와 같은 문제아가 아닐까 하는 겁니다. 그저 비약이 심할 뿐인가요? 좋은 이야기를 갖고는 있는데 두서 없이 얘기만 늘어놓기도 하고 특이한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평범한 선생님같은 독자에게 외면당하기도 하고 시장 반응에 즉각적인 출판사로부터 부침을 받는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어리광 받아주고 재미없는 책 억지로라도 읽어주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필력이 좀 모자라고 언제 끝날지 몰라서 갑갑해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진득하게 들어주자는 겁니다. 감당 못해서 피하는거야 어쩔 수 없지만 '그입 다물라!'고 틀어막지는 말자는 겁니다. '어른'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상처도 받았지만 '어른'으로부터 위로받고 성장도 이루었으니깐요.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지만 못되먹거나 구제받지 못할 아이도 아니고 버려야 할 아이도 아니니깐요.
'지뢰작'을 가려주고 싶은 맘이야 감사하지만 스캔본이나 보라고 등떠미는 것도 같고 쪽박을 못 깨뜨려서 안달난것도 같습니다. 저 역시도 몇 몇 작가님들 작품을 손대지 않지만 그걸 보는 사람은 수준이 낮은 사람인 것으로 줄세우는 것 같은 늬앙스를 풍기는 건 좀 그렇습니다.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니라 밀어내고 싶고 '난 보는 눈이 좀 높아'라고 어필하려는 것 같습니다.
문피아를 접한지 2년 정도 됩니다만 여기가 소설 작가가 되고자하는 사람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한 처음 느낌도 갖고 있지만 줄세워서 커트라인 좀 못 미치면 묻어버리려는 곳이란 느낌도 이제와서는 갖게 되었습니다.
가장 문제인 것이 '이야기가 너무 늘어진다. 이제그만 결론으로 달려라 '입니다. 주인공 위주로 가다가 주변인물 얘기를 집어 넣어서 분량을 늘인다는 겁니다. 지루해지니깐 주인공 위주로만 달리라는 겁니다. 창착은 작가 고유의 권한입니다. 재미있다/없다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고유 권한이듯이 말이죠. 그러니깐 이야기가 늘어진다고 끝으로 달려라가 아니라 재미가 떨어지니깐 좀 더 재밌게 이야기를 만들어 달라고 해야 합니다. 대개가 10권 분량이 넘어가면 이런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오더군요. 마라톤 2시간 너무 기니깐 단거리만 하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보면 찌질남이 실연의 상처를 안고 죽어버리는게 스토리의 전부입니다. 책 한 권이 시이고 연애 편지이지만 취향이 맞지 않으면 그렇게나 지루하고 한 글자 한 글자가 난해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베르테르가 얼마나 '롯테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얘기하기 위해 무척이나 다양한 말들을 쏟아냅니다. 줄거리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고 몇 페이지 읽어보다 손들어 버리기도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모두 나열합니다. 다 읽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만약 베르테르가 그 많은 편지를 쓰지 못했다면 아마도 권총 자살이 아닌 가슴 앓이만 하다 심근경색으로 죽었을 겁니다.
저는 그 사랑 이야기에 가슴 아프기 보다 한 사람의 작가가 그 많은 어려운 문장과 아름다운 문장을 토해낼 수 있는지가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글로 표현해내는 분들을 대단하게 생각합니다.
문피아엔 그런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독특하지만 재미는 그닥 없는 글도 있고 앞뒤가 맞지 않는 글도 있습니다. 유치하거나 갈수록 땡기지 않는 글들도 있지요. 또 연재는 좀 이상한데 막상 출판본은 나아져서 나오는 글도 있습니다.
1,2권은 독창적인 스토리로 재밌다가 3권 혹은 4권 가서 재미없다고 욕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 한계가 거기까지니깐 그만 둬라''읽지 말아라'라는 늬앙스의 글이 아닌 '이런 저런 부분의 장점을 살리지 못해서 재미가 떨어진다. 다음 권엔 좀 더 나은 이야기를 기대한다.'라는 식의 비판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점점 열악해져가는 장르시장에서 작가의 창작 의욕을 떨어뜨리고 펜을 꺽게끔 하는 역할을 독자들이 한대서야 말이 되지 않습니다. 금번 '열왕대전기'의 완결을 보면서 비평글들이 강 작가님의 창작의욕을 떨어뜨리고 급하게 이야기를 접게하는데 일조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부 독자들의 성화에 다양하게 던져놓은 소재들을 풀어서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기보다는 급하게 마무리해서 힘든 작품에서 벗어나고자 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성녀와 제자를 만들어놓고 언급이 없고 흑마법사 공주는 왜 또 갑자기 튀어나와서 아들래미 끌고 가느냐고 하는 분들 얘기는 무척이나 타당합니다. 허나 그 전에 왜 강 작가님이 그랬을까 전 의문을 품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그렇게 맺고 끝내버리고 싶었을까? 출판사가 끝내라고 했나? 아니면 늘어지니깐 재미없다 공주는 왜 갑자기 끌어내서 권수를 늘리느냐? 벌써 끝낼 걸 아직도 질질끈다는 얘기를 하던 분이라면 당신 때문이 아닐까요?라고 궁금증을 가져 봅니다.
짐작컨데 분명 더 많은 이야기를 준비해 두셨을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끝내셨고 그 이유는 위에 언급한 내용에 그닥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의 결말은 한 사람의 독자로써 팬으로써 너무 안타깝고 아쉽기만 합니다. 좀 더 재밌게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으셨으리라 감히 짐작해 봅니다. 작가님께서 다음 작품은 더 재밌는 이야기를 들고 나오시리라 믿고요. 어서 빨리 그 작품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같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독자를 위해 뻔뻔해 질 필요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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