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잘 쓰여진 글이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기괴한 글이다.
첫번째 챕터와 두번째 챕터가 완벽히 단절이 되어있다. 그렇다고 옴니버스 구성도 아니다.
첫번째 챕터를 아주 긴 17번째 글까지 써오고 난후 두번째 챕터와 전혀 연관성이 없다. "보다보면 나중에 나와요!"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기승전결이라는 소설의 기본조차 생각하지 않은 전개다.
추리나 호러소설이라도 "지금 뜬금없이 나온것이 나중에 나와요!"는 프롤로그로 5~6장 이내의 추후에 범행동기나 트릭의 결정적 단서가 되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묘사,서술하는 프롤로그에서 끝내고 바로 소설의 시작으로 시작된다.
"보다보면 나중에 나와요!"가 한 챕터로 자리를 하고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 했다는것은 이미 소설의 서장이다.
문제는 소설의 서장인 첫번째 챕터의 주인공은 두번째 챕터에서 사라지고 난데없는 인물이 두번째 챕터부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두번째 챕터의 7번째 글까지 읽어본 결과 첫번째 챕터와의 시공간적 연결성을 느낄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 "내가 읽었던 그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왜 장황한 첫번째 글을 읽으며 애정을 쏟았던 주인공은 증발해 버리고 엄한 놈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첫번째 글의 사건이 시원하게 해결조차 안된 상황에서 이 엄한놈의 이야기를 계속 해서 보면서 첫번째 챕터에서 해결안된 그 무엇에 대한 똥사고 안닦고 나온 찝찝함을 계속 느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시중의 책처럼 이 소설은 어떤 내용을 다룹니다 라는 간략한 소개도 없이 이런 쌩뚱맞은 외전도 아닌듯한 이야기가 나오면 첫번째 챕터는 그야말로 사족이다.
잘 쓰인 소설은 "명쾌하게 쓰인 소설" 이다. 괜히 소설에 대해 배울때 구조적인 기본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보다보면 나오는데..." 이것은 작가의 변명이다.
독자는 글을 읽는 초점이라는게 있다. 그 초점의 중심은 보통 주인공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열심히 읽었던 많은 분량의 글의 초점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엄한 놈이 짠!! 하고 나타났는데 의구심을 가지면서 봐도 첫번째챕터 와의 그 어떤 시공간적 연결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럼 손을떼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진다.
두번째 챕터의 7번째 글까지 읽다가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 의도도 모르겠고 소설의 구성도 이상하고 첫번째 챕터가 이끌어 오던 긴장감도 확 풀어져 버린다.
즉 이 소설 자체의 초점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두번째 챕터부터가 소설의 시작이라면 그저 프롤로그에서 이러저러한 사건이 있었고 의문의 무리들이 국경을 넘어왔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말단 행정관의 견해였기에 묵살되었다는 사건을 그냥 객관적인 서술로 스피드하게 넘어가고 소설의 시작을 정상적으로 시작 했어야 했다.
즉 첫번째 챕터가 완전히 사족이 되어서 두번째 챕터부터는 그간 봤던 소설이 아니라 완전 별개의 소설로 느끼게 되는 이질감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그 어디에 글을 내 놓아도 "첫번째 챕터를 엄청 길게 썻는데 거기엔 주인공이나 앞으로 주된 이야기를 이끌어갈 등장인물은 없었어요. 근데 지금 이 사건이 나중에 결정적인 소재가 된답니다" 라고 설명을 해봤자. 좋은 평가나 말을 해줄 심사관은 없습니다.
왜냐면 소설의 기본은 세월이 변하고 변해도 기승전결이기 때문입니다. 현대문학에는 플롤로그라는 것이 앞에 끼어들었지만 프롤로그는 프롤로그의 역활이 있습니다.
즉 이소설은 천체 구성의 첫단추를 잘못끼워 놨습니다. 그래서 글을 읽어보면 글 자체는 아마추어 작가로서는 역량이 있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너무나도 기괴해서 소설 전체로 점수를 주자면 절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는 형편없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잘 꾸며 놓았다고 해도 그것이 사족이면 차라리 없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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