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백야
작품명 : 염왕
출판사 : 파피루스
과거에 백야님 글에 빠져 산적이 있었습니다.
독보적인 스타일과 중독성을 가진 실력있는 작가분이셨죠.
어설픈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무한한 장점이 조그만 단점을
메우고도 남는 능력자이셨습니다.
천하공부출소림을 위시한 사대천왕가 세계관의 중독성이나
태양의 전설, 바람의 노래의 엄청난 완성도만 해도
최고의 작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긴 공백을 끊고 신주오대세가로 약간의 양념을 치시고
무림오적 시리즈의 첫째인 무림포두로 어느 정도
성공적인 귀환을 하신 걸로 보입니다.
제가 당시와 눈높이가 달려져서 그런지 몰라도
사실 신주오대세가와 무림포두에 상당한 실망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대치가 점점 낮아지더군요.
그러나 신주오대세가는 완전한 백야의 스타일이었고
(수많은 구멍과 용두사미에도 불구하고)
무림포두는 추리물이라는 장르에 집착한 나머지
역량의 한계가 좀 느껴지더군요.
그래도 백야의 귀환을 알리기엔 충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라는 사인을 받았고
무림포두는 분명 평작 이상이었으며
백야님 특유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제 기대라면 염왕은 더더욱 나아졌어야 합니다.
그런데 1, 2권을 아무리 정독해도 발전은 커녕
명백한 퇴보만 보이더군요.
"아! 과연 이 사람이 정녕 그 백야란 말인가!"
예전의 그 번뜩이는 천재적 감성은 어디로 갔으며
구멍 술술 뚫린 말도 안되는 개연성의 연속에
자칭 복수물이라면서 복수물이라는 느낌은 하나도
없으니.... 거기다 시나리오 진행순서는 과거
모 작품을 보는 듯한 기시감마저 느껴졌습니다.
적어도 백야를 아시는 분들은 염왕을 보시고
백야라는 작가를 절대 떠올리지 못하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대로라면 무림오적 시리즈는 시작과 동시에
땅에 묻히게 생겼습니다.
요즘은 안그래도 한백무림서 때문에 어지간한 치밀함 아니면
세계관 통일 시리즈가 그렇게 고평가를 받기 힘든 형국이거늘.
지금 당장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독자로서... 백야님이 설정하신 길이 잘못됐다는 느낌입니다.
어떤 작품을 쓰실 생각인지 모르겠지만(대충 감은 옵니다만)
이쪽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염왕은 1, 2권을 이렇게 써놓고서 나머지가
잘 되기를 바라는 건 절대로 무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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