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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09.11.22 01:12
조회
1,448

작가명 : 사토 유야

작품명 : 크리스마스 테롤 invisible x inventor

출판사 : 학산문화사 파우스트 노벨

발행일 : 2008년 11월 25일

Attached Image

충동에 이끌려 미지의 외딴섬에 도착한 여중생 토코는 그곳에서 만난 청년에게 어떤 남자의 감시를 의뢰받는다. 밀실 상태의 벼랑가 오두막에서 노트북만을 마주하고 있는 남자. 토코는 쌍안경으로 그 남자의 감시를 한결같이 수행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남자가 눈앞에서 사라지는데….<교보문고 책 소개>

-----------------------------------------

0. 들어가기

플리커 스타일,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 수몰 피아노. 그리고 '크리스마스 테롤'. 이걸로 단편을 제외하면 한국에 들어온 사토 유야 소설은 정ㅋ벅ㅋ입니다.

크리스마스 테롤은 '카가미가 사가'가 아닙니다.

이 책은 사토 유야의 절필 선언이자, 자신을 그런 지경으로 몰아넣은 독자와 비평가를 작정하고 까는 글입니다.

1. 본문 발췌

무시.

무관심.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 두 가지다. 내 작품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 태도로 서평을 써 대는 평론가, 내 작품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 태도로 독파 리스트를 쌓아 대는 서평 사이트의 관리자들, 내 작품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지방의 서점. 나는 책장을 펼쳐 들 때마다,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서점을 지날 때마다 심한 슬픔에 휩싸인다.

(...)

'플리커 스타일',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 '수몰 피아노'. 내가 세상을 파악하려 하던 과정에서 태어난 기형의─그러나 예정대로의 산물들. 그것은 엔터테인먼트라고 단언하기에는 어렵고, 미스터리로 칭하기에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는, 고단샤 노벨즈의 독자가 원하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당신들의 강도强度를 믿고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아무리 그래도 전해질 곳에는 전해지겠거니 생각했다.

그 결과가 이거다.

예측이 너무 순진했었나? 아니면 세상이 정말 거지 같은 것인가? 지금에 와서는 도무지 모르겠고 확인할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 분노니 슬픔이니 허무함이니 하는 단순한 감정조차 품지 않게 된 지금에 와서는. (종장, 250~251p 발췌)

2. 줄거리

여중생 토코는 학교를 어느 날 큰맘 먹고 학교를 땡땡이 칩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걸어 항구에 도착했다가, 순간적인 충동으로 화물선에 탑승합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작은 마을이 있는 섬. 그 곳에서 다음 배가 도착할 때까지 한 남자의 집에서 일을 하게 되지만, 그 남자가 맡긴 것은 집 안에 박혀 노트북만 두드릴 뿐인 한 남자의 감시. 지루하나마 그 작업에 적응해가던 어느 날, 잠시 눈을 땐 사이 그 남자는 돌연 사라지고 맙니다.

경찰이 출동해서 실종수색을 하고, 그 와중에 집으로 송환된 토코. 하지만, 혼란 뿐인 정신상태로 학교 생활이 제대로 될 리도 없어서, 우연히 만난 한 기묘한 쌍둥이 남매와 함께 섬으로 돌아와 그 남자, 나오토의 실종을 다시 한번 조사하게 되는데...

3. 작가로서의 고백

이 책은 책 하나를 통째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쓴 글입니다. '사소설'을 썼다는 것이 아닌, 작가 자신의 '고백'과 '고민'을 책의 서사와 지문에 빼곡히 채웠다는 것입니다.

미스테리의 '트릭'과 '소실자' 모두 작가 자신의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과 심경을 형상화 한 것이며, 서술 면에 가서는 아예 본문 중에 난데없이 작가가 끼어들어 직접 독자에게 말을 건내며 자기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말에 와서는, 작 내 서사를 고의로 망가트리고, 환상의 시궁창에 쳐 박은 뒤, 작가로서의 비통함과 한 맺힌 절규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후기>조차 후기가 아닌 <종장>이라는 이름을 붙여, 본문에 연계시키며, '새로운 것을 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보수적인' 시장과 문단을 비난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이 책을 '모든 작가지망생의 성서'라고 불렀습니다만, 확실히 그렇겠지요. 과연 누가 '작가로서의 고민'을 이렇게 독기 품은 문장으로 써낼 생각을 할까요. 이 책의 가장 앞에는 "소설가는 아이돌 스타와 마찬가지로 '멋진 직업'이라는 꿈을 꾸게 해 줌으로써 지위를 확립해 왔다"라는 후쿠이 켄타라는 사람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꿈을 대놓고 박살내겠다는 듯, 거침없이 자신의 상황을 깎아내리고, 독자와 평단을 원망하고 자신의 자존심과 글을 옹호하는 독살스러운 글을 써 냈습니다. 그 어떤 자기고백적인 소설가도 감히 함부로 하지 못하는 그 행위를, 당당하게 저질러 버린 책입니다.

이 책을, 이런 짓을 해 버린 작가를 여러분은 받아 들일 수 있습니까?

'감상'을 쓰기에는 적절치 않은 글입니다. 재미 있다, 없다의 평가를 내릴 글이 아니지요. 그래도 한번 쯤 읽어 보는게 좋을겁니다.

4. 마치며

그런데 이 혼을 망가트리는 듯 써 버린 '크리스마스 테롤'은 이 파격때문인지 중판에 들어가고(즉, '돈을 못벌게 하는 작가라서 내 처진' 사토 유야를, '돈을 벌어주는 작가'로 만들어 주고), 사토 유야는 '1000의 소설과 벅베어드'로 미시마 유키오 상도 수상하고, 2006년에는 자기보다 더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결혼도 하고, 작품 활동도 잘 하면서 잘 나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인생 아이러니.

지금의 사토 유야에게 물어 보고 싶습니다. 이 책은 작가로서의 진실된 절규입니까, 아니면 '안 팔리던 한때의 방황'일 뿐인 부끄러운 과거입니까?


Comment ' 6

  • 작성자
    Lv.31 자쿠
    작성일
    09.11.22 01:22
    No. 1

    개인적으로 미스테리 물이나 탐정물을 싫어하는 고로 그렇게 관심이 없으며 무슨 책인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소설은 작가의 말이지요. 작가가 정신이 책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어떻게 예기되어저서 어느정도의 공감을 얻느냐는 것이 겠지요. 그러니까 여기서 공감이라는 것은 작가의 문체가 아무리 예술적이라고 해도 소재자체가 독자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지요. 그런고로 사토유아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고 읽어볼 생각도 없지만 이사람의 정신 상태가 투영된 작품을 보기는 싫어집니다. 공감이 안되니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몰과내
    작성일
    09.11.22 01:51
    No. 2

    저는 책을 두가지를 위해서 봅니다.
    하나는 내 생각이 궁금해서,
    또 하나는 남의 생각이 궁금해서.

    이 책은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극명한 작품 같아서 무척 흥미가 생기네요. 언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별과이름
    작성일
    09.11.22 13:01
    No. 3

    작가가 투정부리는 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일
    09.11.22 13:50
    No. 4

    기린님//뭐, 저런 책을 쓸 정도였고 후기에 '돈 안되는 인간을 그냥 놔 둘 만큼 이 업계는 풍족하지 않다'라는 말도 하는 걸 보면 진짜로 "이제 출판 못해주겠다"라는 소리라도 들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天劉
    작성일
    09.11.22 14:17
    No. 5

    결국엔 이걸로 대박쳐서 전 작품들도 인정받게 되었다..라는 결말인가요?
    음..진심을 적은 글이라면 세상 참 아이러니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그란덴
    작성일
    09.11.25 22:14
    No. 6

    작가가 사토유야라는 것부터 이미 에러 -_-; 이 사람 글을 각잡고 보긴 너무 힘듬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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