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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에 대한 비판과 반성.

작성자
Lv.5 소소작자
작성
09.10.18 22:28
조회
1,291

작가명 : 이근식

작품명 : 상생적 자유주의

출판사 : 돌베개

[상생적 자유주의, 그리고 의의]

자유주의는 사상思想이다. 흔히들 경제 정책을 말할 때 다른 의미로 사용되긴 하지만 원래 자유주의는 특정 경제 정책의 경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법치주의, 시장경제 등 근현대 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의 기저를 이루는 여러 원리들을 포함하는 ‘이념’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다. 이 책의 중심주제인 ‘상생적 자유주의’ 는 현대 사회의 자유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이념이다. 이근식 교수는 이를 위해 자유주의를 탄생시부터 세세하게 고찰하여 단순히 자유주의의 내용뿐 아니라 그 생겨난 맥락까지도 쉽게 파악하도록 한다. 이는 논의의 시작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자유주의의 핵심을 쉽게 파악할 수가 있다. 부르주아들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들을 수탈하는 신분 차별을 반대하였고, 절대군주의 횡포를 막기 위해 헌법과 법으로 국가권력을 명확히 제한하는 입헌주의 내지 법치주의를 주장하였다. 나아가서는 자신들이 직접 국정에 참여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주장하였으며, 자신들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위해 정부의 경제 규제를 철폐하는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였다. /중략/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권리와 책임을 우선시하는 개인주의를 주장하였으며, 개인의 생명과 재산, 자유 등 자신들의 모든 정당한 권리를 ‘자유’라는 한마디로 요약하였다. 즉 자유주의가 주장하는 자유는 자유만이 아니라, 생명과 재산의 권리를 모두 포함하는 개인의 기본 인권 전체이다. -<상생적 자유주의>, p.26-27

위에서 기술하듯 ‘자유’라 호칭된 것은 개인의 사회적 자유이다. 그는 기본 인권들은 모두 포함하는 사회적 기치이다. 그러나 자유주의가 항상 긍정적으로만 발전해 온 것은 아니다. 강압적 전제정권 하에서 자유를 쟁취한 자유주의는 그 바탕에 개인주의를 깔고 있었다. 그 후 자본주의가 전개되면서 자유주의는 자유방임의 성격을 띄게 된다. 이는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이론적 토대로서 작용하였다. 작가가 개입하고자 하는 지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작가는 과학실증주의를 배격하고 윤리적인 판단을 옹호, 나로 하여금 자유주의를 보완할 상생의 원리를 되새기도록 하였다. 상생相生이란 더불어 산다는 의미이다.    

[분배의 평등]

이 글에서 자유주의의 기본 원리들을 현대 사회에 적용시켜 나가면서 결국 부딪치는 문제는 수십년 간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던 분배의 평등에 관한 문제이다. 작가의 기본 입장은 윤리적 판단을 옹호하는 쪽이고 분배는 되도록 평등히 행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근식 교수는 이를 위해 롤즈의 정의론을 비롯, 다양한 근대사상들을 인용하여 논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안타깝게도 인문도서이지만 현실의 모든 논쟁을 담아내기엔 무리가 따르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일정한 선을 제시하는 데 그칠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이 뒤따른다.

...이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토지와 같이 가격 상승이 심한 자산에 대해서는 자본이득의 적정 부분을 세금으로 환수할 필요가 있다. -<상생적 자유주의>, p.116

그러나 이는 인문도서로서의 소임은 마친 것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인문도서는 어디까지나 대중에게 화제를 제시하고 논지를 제시해 줄 뿐, 구체적이고 세세한 분야는 그 시대의 사회가 협의해서 정해 나가야 비로소 현실에 맞는 대안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이 교수의 의견과 동일하다는 것을 새삼 읽으며 깨달을 수 있었다. 이는 벤담의 소득재분배 이론에 입각한다. 일부 개인들(대부분 부자들이다)의 재화에 대한 한계효용은 극히 적지만 넘치는 재화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개인들의 재화에 대한 한계효용이 가난할수록 크다면 적정 수준의 재분배를 통해 사회 전체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것이 현명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재화는 돈을 포함한 기본재를 의미하지만, 기본재, 생필품의 의미가 더욱 크다). 그러나 이는 자칫하면 일부 부자들이 무한정 돈을 기부하라는 위험한 의견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자유, 권리 차원에서도 옳지 않음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소득과세는 보완적으로, 예를 들면 부동산 투기 등 비생산적 활동으로 돈을 버는 경우에 적용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사회 대부분의 이득을 위해 일부 개인을 희생시킴은 상생의 원리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상생相生을 통한 발전]

상생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다 같이 사는 세상이라는 뜻을 함축한다. 어느 개인도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다 같이 배려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이념이다. 어찌 보면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상적인 이야기로만 들릴 수 있다. 신자유주의 아래 무한경쟁에 진입한 현대에서 무슨 꿈 같은 소리로만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는 달리 생각해보면 그리 비현실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여러 사회발전론, 사회발전의 요인에 관한 고찰 등은 이를 논박키 위한 것이다. 예컨대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무한경쟁의 방법 말고도 사회는 발전할 수 있으며, 이는 상생과 관용의 문화 발달, 교류의 확대 등 다른 상생적 요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동감하는 의견이다. 현 사회에서 ‘발전’ 이란 단어의 의미가 경제발전에만 편중되는 현실은 여러 모로 보아도 터무니없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까닭은 잘 살기 위함이다. 누가? 그 주체는 아마도 사회 대부분의 주체, 국민일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잘 살지 못할 바에야, 정말 인간답게 사는 것을 전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자는 것이 과연 그렇게 ‘미친’ 의견인가? 이 역시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행복의 주체가 국민이 되지 못하는 나라는 결코 ‘살 만한’ 나라가 아니며, 그 국민 또한 결국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개개인이 삶을 살아가면서 ‘행복하다’ 라고 항상 느낀다면, 그 사회가 진정으로 ‘발전’ 한 사회가 아닐까?

위와 같은 인문도서들을 계기로, 진정 우리 사회가 살 만한 사회로 발돋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석학 인문人文 강좌는 일반 대중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기 위해 각 분야의 교수가 4주동안 강연을 하고, 다시금 논의를 거쳐 책으로 묶어 출판하는 결실입니다. 책 하나하나가 버릴 것 없는 알토란들이므로, 한 권씩 사서 보시길 권합니다.


Comment ' 2

  • 작성자
    Lv.60 코끼리손
    작성일
    09.10.18 23:38
    No. 1

    자유는 이념이 아닙니다.
    그건 인간 본연의 기본적인 욕구죠.
    니체가 말한 권력의 의지이기도 하고...
    그것을 이념으로 규정하며 거창한 것인양 떠들 때부터
    심각한 왜곡과 조작이 개입되는 것입니다.
    자유주의와 근대 이전 봉건주의 사회에서의 귀족들과
    권력자들의 자유...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학자라는 작자들은 같은 것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계몽주의라는 도구로 대중들에게 세뇌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봉건주의 시대나 지금이나
    대중의 권리나 역할은 변한 게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게 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최재용
    작성일
    09.10.19 15:47
    No. 2

    코끼리손 // 자유가 왜 이념이 아닌가요? 자유가 '인간 본연의 기본적 욕구'라...이런 생각 자체가 자유주의라는 보편주의 '이데올로기'에 심각하게 오염된 사고방식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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