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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4 만월(滿月)
작성
09.02.09 15:57
조회
840

작가명 : 이사카코타로

작품명 : 사막

출판사 : 황매

자기 눈앞에 있는 사람도 못 구하는 인간이 더 큰 일에 일조할 리 있겠습니까? 역사는 무슨 얼어 죽을 역삽니까. 당장의 위기를 해결하면 되는 거라고요. 지금 내 눈 앞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인간이 내일, 이 세계를 무슨 수로 가한답니까.

골든슬럼버 이후 보게 되는 이사카 코타로의 세번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뭐라 할까나 청춘물을 보는 듯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 부분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사계절이 나오기에 1년을 풀어쓴 이야기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대학 생활 4년의 이야기였지요. 그리고 책 제목이 왜 사막인지는 책의 도입부 그리고 끝에 가서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사막이란 제목이기에 사하라 사막같은 사막이 나올줄 알았는데 그런 거 없습니다. 이 책의 배경은 일본이니 말입니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인물들(?)(물론 이사카 코타로 소설에는 항상 초능력 같은 이능이 나오죠. 그런 이능을 가진 인물도 나오지만 책 전체적인 이야기를 보면 평범한 인물입니다.)의 성장, 청춘물입니다. '사막에 눈을 내리게 하자'란 것이 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타무라, 도리이, 도도, 미나미, 니시지마, 하토무기 등 이 청춘남녀들이 풀어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 내용입니다. 각각의 인물마다 저 마다의 개성이 있지만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진 개성을 보여주는건 니시지마입니다. 책의 역자가 쓴 해석 혹은 감상 부분에도 니시지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니시지마 = 미시마 유키오 = 이사카 코타로' 이런 느낌이 납니다. 미시마 유키오는 이상주의자였지요. 자신의 이상을 설파하고 그걸 세상에 펼치려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상주의가 좌절되었을때 결국 미시마는 자살을 택했습니다. 그에 비해 니시지마는 다릅니다. 일단 외모가 그리 뛰어나지 않습니다. 뚱뚱한데다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계속 늘어 놓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보기엔 평범함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사람이죠. 그런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니시지마지만 그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자신의 이상이 주위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해도 줄곧 실천하고 그걸 실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뚝심이 그를 돋보이게 하고 그런 뚝심에 학내 최고의 미녀 도도가 그에 반하죠.

이상이 극에 이르고 모두가 그걸 이루려 한다면 '사막에 눈이 내리게 할 수도 있다.'라고 니시지마는 줄곧 말합니다. 책의 끝에 사회를 사막이라고 말했습니다. 거칠고 황량하기 그지 없는 사회는 사회 초년생에게 사막일지도 모릅니다. 사회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풍파는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무섭습니다. 그러나 그 사막에서 간절히 바라고 노력한다면 눈을 내리게 할지도 모릅니다. 젊음은 그런 특권 혹은 권능을 갖고 있으니 말입니다.

'좌절하지 말고 그걸 이루려 노력해라 그러면 사막에 눈을 내리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란 말을 작가는 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잘생기고 능력있고 부유한 주인공이 이런 말을 하면 별로 씨알머리도 먹히지 않겠죠. 그건 나와는 거리가 먼 영화속 인물이 선동하는 듯한 느낌을 줄 뿐입니다. 그 말을 못생기고 뚱뚱하고 장황한 말밖에 늘어놓을 줄 모르는 니시지마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비웃음을 당해도 자신이 옳다고 하는 일에 밀고나가는 뚝심이 너희에게 필요하지 않냐고 말하는 듯 합니다.

무거운 이야기를 늘어놓은 듯 하지만 이 책은 무겁지 않습니다. 분량은 좀 두껍지만 휘적휘적 넘길 수 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책입니다. 골든슬럼버를 통해 이시카 코타로란 작가를 알게 된 것이 최근들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 '마왕'말고는 거의 모든 이사카의 책들이 있으니 즐겁습니다.

가벼우면서도 뭔가 생각할 거리가 필요하시다면 이 사막을 한 번 보길 권합니다. 혹시 모르죠. 우리도 자기가 사막이라 느끼는 곳에 눈을 내리게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쉽진 않겠죠. 나도 나의 사막에 눈을 내릴 수 있게 한 번 간절하게 노력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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