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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도둑 薔薇盜人 을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9.05.06 23:51
조회
1,186

제목 : 장미 도둑 薔薇盜人, 2000

저저 : 아사다 지로

역자 : 양윤옥

출판 : 문학동네

작성 : 2009.05.06.

“우리들의 과거는 혹시 아련한 슬픔이 아닐까?

지난날의 행복했던 시절이 아닌,”

-즉흥 감상-

  지난달의 애인님과의 데이트 날. 추리문학을 정말 좋아하시는 애인님께서 선물로 책을 한권 주셨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추리소설이겠거니~했지만, 예상을 뒤엎어버린 산뜻한 충격의 만남이 되어버렸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하는군요.

  작품은 정리해고와 관련된 지친 인생에 대한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인적이 뜸한 여관 촌에서 묵게 되는 한 중년 남자의 이야기인 [수국의 정사(情死)]로 시작의 장이 열리게 됩니다.

  그렇게 영문을 알 수 없는 엘리베이터 추락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게 된 회사 내의 전설적인 한 남자를 중심으로 회사가 품고 있던 어둠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고 [奈落], “만약 죽는 순간의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면 자네는 얼마를 내겠나?”라는 친구이자 고인의 말을 떠올리는 것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한 남자이 이야기 [죽음 비용], 어머니의 퇴근이 늦어짐에 혼자 집에 남아 할머니의 말씀을 떠올리며 인형제단을 손질하는 소녀가 있었다는 것으로 가정의 소중함을 속삭이는 [히나마츠리], 머나먼 바다를 항해 중이신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그동안 집과 마을, 그리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 소년의 목소리를 통해 어느 날부터 시작된 ‘장미 도둑의 출몰’에 대한 사건이 말해지게 되고 [장미도둑], 중매를 주선하려는 노모의 행동에 마땅한 신랑감을 생각하던 아들은 아직까지도 독신으로 살고 있는 감히 완벽하다 말할 수 있는 부하직원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야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게 되고 [가인(佳人)], 그리고 [역자후기]를 통한 작품 해설이 있게 되는데…….

  처음 이 작품을 읽어들어 감에 있어, 어디선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 너무나도 편안한 기분으로 만남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영화 ‘철도원 鐵道員, 1999’과 ‘파이란 白蘭, 2001’의 원작소설을 쓰신 작가님의 또 다른 단편집임을 알게 되었는데요. 앞선 단편집도 좋았지만 이번 작품은, 아아. 정말 좋았습니다.

  위에도 조금 언급했듯 애인님이 추리문학을 좋아하시기에 특히나 [장미도둑]을 재미있게 읽으셨다고 하셨는데,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또 다른 분들은 이번 책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차례로 만나가면서 앞선 세 이야기가 묘하게 이어진다는 기분이 들었던지라 옴니버스 형식의 연작집이 아닐까 했다가도 계속되는 이야기에서는 서로 다른, 하지만 닮아있다는 맛의 여운을 감지하게 되자 어느 하나가 정말 좋더라식으로는 이야기하기 힘들어져버렸는데요. 그러면서도 느껴지는 잔잔한 슬픔의 뒷맛은 무엇에 비유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네? 아아. 저는 비흡연자입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과거의 기억으로 끝 모를 ‘증오’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하는 ‘광기의 긍정적 승화작용’을 말하곤 하는데요. 지난시절을 아름답게 기억한다하면서도 대부분 씁쓸한 뒷맛이 여운마냥 남는다는 점에서, 저 또한 블랙홀과 같은 ‘어둠에 잠식된 우울’을 긍정의 심연에서 모셔두고 있다는 것인지 간혹 몸서리쳐지는 악몽으로 깨어나곤 하는데요. 지금은 애인님 때문인지 ‘다 괜찮다’를 중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저 감사함을 말할 뿐입니다. 그래도 이런 스스로를 좀먹는 듯 한 슬픔의 이야기 속에서도 한조각의 ‘행복’을 남겨두신 작가님의 글들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는데요. 오랜만에 편안한 기분으로 한권의 책을 만나시고 싶으신 분에게 감히 추천해본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보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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