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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09.05.18 01:14
조회
1,068

작가명 : 요시미 아코

작품명 : 크레이지 캥거루의 여름

출판사 : 디앤씨미디어 L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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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위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비행기. 카세트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해피엔드'의 노래.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스다 코우키가 목을 빼고 기다려온 여름방학은 단짝친구 슈이치와 노리미치, 그리고 도쿄에서 전학 온 어딘가 세련된 느낌의 사촌동생 키요후미와 함꼐 떠들썩하게 그 막으롤렸따.

풀장에 놀러가기도 하고 어제 본 건담 이야기로 후끈 달아오르기도 하며, 어른들의 논리 따위는 전혀 납득할 마음이 없었던 짧지만 행복했던 시간... 그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다.

그러던 어느 날 키요후미네 집안 사정을 계기로 네 소년은 작은 모험에 나서기로 한다.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잠들어 있는 소년시절의 기억을 선명하게 일깨우는, 아련한 그리움이 담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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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단 한장의 수체화 일러스트. 그것도 등장인물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그림.

일러스트를 아예 넣지 않았던 '카미스 레이나 시리즈'의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크레이지 캥거루의 여름'은 어쨌거나 라이트노벨 치고는 상당히 특이한 책입니다.

중학생 소년들의 이야기이지만, 작중 시간 배경은 대부분 1979년 여름입니다. 기동전사 건담이 방영하던 그 해입니다.

일본의 오사카 근처의 농촌 분위기가 강한 한 위성 도시. 그곳에 사는 축구부 소년 스다 코우키와 그 친구들, 그리고 도쿄에서 전학 온 코우키와 동갑인 사촌 키요후미.

유난히도 새하얀 피부와, 친구들 중 가장 유행에 빠른 슈이치보다 더 아는 것이 많으며, 코우키의 끊임없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도쿄 말을 쓰는 키요후미.

미묘하게 이질적인 키요후미가 신경쓰이면서도, 서로서로 논두렁길을 달리거나, 과자 가게에서 군것질을 하거나, 계곡에서 가재를 잡으며 멱을 감는 등 평범하면서도 즐거운 일상을 보내던 아이들.

그러던 중, 코우키는 키요후미가 전학오게 된 이유가 키요후미의 아버지, 즉 코우키의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이혼 소송 중이기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저러 해서 키요후미를 돕기 위해 움직이는 아이들.

난생 처음 해 보는 모험과, 예상치 못한 결과. 그리고 그것을 전후해서 밀려드는 자신의 입장에 대한 고민.

1979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이 있지만, 아이들이 사춘기로 접어들며 자신과 자신의 주위에 대한 눈이 깊어지면서 생기는 일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고, 자신이 알지 못하던 것들을 알게 되고, 그 와중에서 자신의 길을 고민하게 되고... 이 책은 한 소년이 그런 사춘기로 접어드는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작 내에 비현실적 요소는 일절 나오지 않으며, 오히려 철저하게 그 당시를 모사하는데 열중합니다. 작가는 사실 작중의 소년들 처럼 1979년에 건담을 직접 보던 세대는 아니고, 그저 '변환의 기점'으로서 1979년에 주목하여 작 내의 배경으로 삼았을 뿐이라고 하니까요. 그런만큼 1979년의 상황 자체를 제시하고, 그 안에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가는데 몰두합니다.

일본의 1979년, 게다가 시골. 어찌보면 200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냈고, 도시 토박이인 저로서는 상당히 공감 거리가 적은 이야기이긴 합니다. 하지만, 소설 자체는 그것과는 상관 없이 주인공 소년들의 심리와 갈등관계에 집중해서 상당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간간히 등장하는 건담 이야기는 제가 기동전사 건담을 다 본게 다행이라 생각하기도 했고(...).

다만, 이 책이 자체적으로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면 그것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네요.

'라이트노벨에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말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청소년의 심리를 그려내는 것은 그 연령대를 직접 독자층으로 공략하는 라이트노벨로서는 가장 기본적인 기법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런 '한때의 추억', '가족 관계에서 비롯된 사건', '소년들의 성장' 같은 이야기는 일반적인 소설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소재들이며, 크레이지 캥거루의 여름은 소설 자체로서는 충분히 재미있습니다만, 이런 소재들을 사용한 다른 일반적인 소설들에 비해 가질 수 있는 독자적인 매력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라이트노벨'에서 흔히 말해지는 '가볍다'라는 단어가 나쁜 의미로 작용한 듯 한 느낌입니다.

물론, 근친상간과 폭력, 극단적인 비극으로 얼룩진 그런 최근의 '성장 소설'에 비해, 매우 산뜻하게, 그야말로 소년의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것이 이 작품 특유의 매력이 될 정도로 확고한가 하면 그것도 살짝 의문이고...

으음... 여러가지로 확실하게 말하기 어려운 소설입니다. 누구 말마따나 그냥 양장본으로 나와서 '일본 소설' 코너에 꽂아놓으면 아무도 라이트노벨인지 모를 것 같은 소설이에요; 오히려 그쪽이라면 별다른 고민 없이 재밌다고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텐데 싶습니다.

뭐, 그래도 후반부에 그 이후 주인공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서술하는 부분은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따라 성장하고. 그런 부분을 잘 잡아 낸 것 같아요. 특히 슈이치의 행로에서는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동내 최첨단 소년이 어쩌다가 그런 인생 막장행로를(...). 정말이지 어른이 된 코이치는 보여주면서, 왜 어른이 된 다른 아이들은 보여주지 않는겁니까. 무지 궁금하다고요.


Comment ' 2

  • 작성자
    Lv.86 몰과내
    작성일
    09.05.18 13:10
    No. 1

    흥미가 가는 작품이군요. 감상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세라프스
    작성일
    09.05.19 09:21
    No. 2

    캥거루의 여름을 너무 여운있게 잘읽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아직 플라멩고의 여름에는 손이 가지 않네요
    굳이 그 뒷이야기를 보고싶지 않달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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