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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51 한새로
작성
09.04.18 19:14
조회
2,328

작가명 : 박현욱

작품명 : 아내가 결혼했다

출판사 : 문이당

딸 아이들의 학교에서 해질녘 도서관이라는 부모 참여 프로그램을 개최한다는 말을 듣고 함께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초등학교 도서관에 자주 갈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학교에 들를 때면 늘 도서관에 들르고 있어 서먹하지는 않았다.

원래는 5시부터였지만 저녁을 먹고 도서관에 도착한 시간은 6시 반. 이미 많은 아이들과 학부형으로 보이는 어른들이 도서관을 시끄럽게 오가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고르다가 문득 눈에 띈 책 한 권.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손예진의 팬이기도 한 필자가 몇 안 되는 성인을 위한 책들 중 이 책에 손이 간 것은 필연에 가까웠다.

넓고 푹신한 쇼파에 자리를 잡고 책에 빠져들기 시작해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읽어내려갔다.

이름이 나오는 등장 인물은 단 세 명. 주인공 나, 그리고 아내인 인아. 아내의 또 다른 남편 재경.

소설은 주인공이 인아라는 인물을 처음 만나면서 그녀에 대한 평가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하는 부분에서 출발한다.

보통 사람과는 너무나도 다른 그녀의 가치관에 주인공 나는 심한 갈등을 겪지만, 결국 그녀의 매력에 항거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녀와의 결혼에 목을 맨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해 연애-결혼-부부-가족의 단 네 장의 챕터로 끝맺는다.

우선 아내 인아, 아니 인아의 가치관은 이 소설의 주를 이루는 뼈대이다. 그녀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주인공의 고뇌는 책 전체를 통해 절절히 표현되고 있다.

인아는 남자와의 관계를 거부하지 않는다. 기존의 가치관 따위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섹스)앞에서 여지없이 무시된다. 이런 여자친구, 나중에는 부인이 되는,를 둔 주인공은 기존의 가치관과는 너무나 다른 그녀에게 적응하려 노력한다.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그녀만큼 주인공을 성적으로 만족시켜주는 여자도 없었고, 그녀만큼 그를 편안하게 해주는 여자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매력에 굴복한 주인공은 결국 다른 사람과 부인을 나누는 한이 있어도 그녀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녀의 또 다른 남편이 그에게 반문한다.

"만일 당신이라면, 그녀를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진다하더라도 그녀를 포기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인아는 누구의 아이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아이를 갖는다.

주인공은 인아에게 누구의 아이냐고 캐묻지만 인아는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할 뿐 누구의 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그 아이가 인아 자신의 아이인 것이지 어떤 남자의 아이냐가 아니다.

결국 이 아이는 세 남녀의 미묘한 관계를 "가족"이란 이름으로 정리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가족은 그 무엇도 뛰어넘게 만들어버리는 마력이 있다.

아마도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관 따위는 자신을 가장하게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

책을 덮으며 난 주인공의 심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인아와 같은 여인을 만났을 때 그와 같은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노골적인 몇몇 성애 장면이나 직설적인 심리묘사가 다른 사람에게 쉽게 권하기에는 민망하게 느껴지지만, 사랑을 알고 결혼에 대해 생각해볼 나이의 후배가 있다면 한 번쯤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Comment ' 16

  • 작성자
    Lv.61 단이천
    작성일
    09.04.18 21:37
    No. 1

    보면서 공감하시는 분도 계시는군요. 전 보면서 열받던데...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그런 여자는 좀 그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몰과내
    작성일
    09.04.18 21:56
    No. 2

    생각을 깨고 봐야 하는 작품인듯 하군요. 저도 훓어보긴 했지만 십분지 일도 공감하기 힘들더군요. 머리는 이해하는데 마음이 이해하기에는 아직 저는 멀은 듯 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히키코모리
    작성일
    09.04.18 22:42
    No. 3

    저는 머리도 마음도 이해할수 없었습니다. 호기심에 펼쳤지만 그러한 내용인것을 깨달은 후 바로 덮었습니다. 제 마누라 될 사람이 그런다고 생각하면.. 저는 살인마가 될지도 모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광명개천
    작성일
    09.04.18 22:51
    No. 4

    법적으로 저 아이 출생신고 하려면 둘 중 한 명을 아버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둘 중 한명과 혼인신고해야 된다는....
    그럼 나머지 한 남자는 혼인신고상 남자가 간통죄로 고소하면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2 창세시인
    작성일
    09.04.18 22:53
    No. 5

    말 그대로 소설속에서나 있을법한 일이고 저런 내용이 현실에서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면 공감할수 있는 사람이 있긴 있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곡각
    작성일
    09.04.18 23:39
    No. 6

    sex is game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9.04.18 23:44
    No. 7

    .....저도 윗분들과 같은생각이랄까요.
    아무리 매력이있어도. 저같으면 그냥 포기하고 말렵니다.
    하루도 마음편할날이 없을꺼같달까요 아하하..
    그다지 공감가는 내용은 아니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곡각
    작성일
    09.04.18 23:46
    No. 8

    저는 가치관 운운을 싫어하지만, 너도붕가나도붕가님도붕가 그리고 우리함께붕가붕가는 전자보다 훠얼씬 싫어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후세인
    작성일
    09.04.19 00:55
    No. 9

    당시 누나가 베스트 셀러라고 해서 사온걸 봤는데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주인공을 인아가 가지고 노는소설로 기억이 나는군요. 보는 내내 답답해서 얼마 못읽겠더군요. 거의 한달에 걸쳐서 읽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뭔가를 하려하지만 끝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인공을 보면서 짜증만 남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lo*****
    작성일
    09.04.19 01:04
    No. 10

    지극히 일반적인 어떤 관습이나 가치관 혹은 제도 이런것들이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때 그것을 오직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겠는가...이런 관점에서 볼때 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해요.표면적인 내용에서 머문다면 사실 판타지에 가깝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한새로
    작성일
    09.04.19 07:23
    No. 11

    많은 분들께서 의견을 달아주셨는데, 제 관점은 주인공의 입장에서 볼 때 과연 주인공의 행동이 잘못된 것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슴 저미는 사랑을 해본 경험자로서 사랑하면 그 무엇도 사랑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중에 사랑이 식으면 인아의 행동들을 용납하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인아를 죽도록 사랑하고 있는 동안에는 주인공의 심정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댓글을 달아주신 대부분의 독자들이 모두 인아의 가치관에 대해서 인정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역시 한발짝 물러나 타인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납득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타인이 아닌 인아라는 여인을 사랑하는 주인공의 입장이라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저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랑. 참 쉽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9.04.19 10:04
    No. 12

    무 자르듯 자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되서 정말 안타깝지요. 유부녀를 사랑한다는게 힘들고 어려운 길임을,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볼때마다 미칠 것 같은 심정을 느끼곤 하죠. 남편과 함께 있는 그녀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저열한 질투에 치를 떨기도 하고, 남편과 함꼐 있다고 생각하는 시간에 혹여 연락이나 오지 않을까 싶어 휴대폰을 하루종일 들여다보고 있는 심정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열우
    작성일
    09.04.19 13:55
    No. 13

    만족할 만큼 섹스를 잘해주고 자신을 편하게 해주니까 주인공이 이해된다..........글쎄요. 그런 여자하고 살려면 사랑이란 감정이 필요할까요. 추천한 분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愼獨
    작성일
    09.04.19 15:22
    No. 14

    헌데 인아는 또 주인공의 바람은 인정하질 않더군요.
    인아의 가치관이라면 용납해야할텐데 말이죠.

    주인공이 바람핀것은 인아에 대한 반항이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라고 이해해 버렸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인아가 그녀에대해 반항인지 사랑인지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던걸로 기억되네요. 그냥 팩 토라져서 무시했을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고샅
    작성일
    09.04.19 16:07
    No. 15

    많은남자와 데이트를 즐기고 스킨쉽에 관대한 여성상은 남자들이 거부할지 모르겠는데요. 모르고 만나면 굉장히 편안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 모습에 계속 집착하면 저 책 주인공이 되는거죠.

    저도 비슷한 여자를 만나서 꽤나 집착했는데, 진실을 알고 헤어지고 나니 오히려 후련하더군요. 정말로 잊혀지지 않는 여자는 마음에서 진실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이 밥먹여주디?"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항상 진리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대인전기
    작성일
    09.04.22 05:08
    No. 16

    근데 현실에서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저도 놀랬는데 알려지지 않고 당사자들이 쉬쉬해서 그렇지 그렇더군요. 대부분 돈이 있고 그러면 외국으로 가버리던가 아님 밥벌이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멀어지는 관계가 됨...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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