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엽태호
작품명 : 익스트림
출판사 : 청어람
조로증에 걸려 어린 나이임에도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소년.
하지만 희대의 천재인 정우는 13세의 어린 나이로 박사학위를 여럿 받았고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중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그가 생명이 얼마 안 남게 되면서 초자연적인 것에서 자신의 생을 늘리기 위한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이 와중에 기를 느끼게 됩니다. 그로인해 이상한 꿈을 꾸게 되고 현실에선 병상에 누운 조로증 환자지만 꿈에선 다른 세상의 백치용병 1골드가 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면서 양 세계를 오가는 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있고 표현도 깔끔하고 이야기 자체도 뭐라 못할 만큼 잘 진행됩니다.
환타지 세계의 1골드가 된 주인공은 엄청난 마법적 재능과 그리고 신체적인 힘을 바탕으로 힘을 키워 나갑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현실에서의 기억 때문인지 힘든 훈련을 마다하지 않고 무술을 익힙니다. 노력이 검술에 대한 재능을 뒷받침합니다.
대충 이러한 시작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법한 작품이나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이름 짓는 센스.
이상하게 유진은 순정소설에 등장하는 한국사람 이름 같게 느껴져서 이상했는데 그 이름 나오자마자 ‘이 녀석은 절대 엑스트라가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외에 여러 가지 작명들이 자연스럽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둘째, 주인공의 천재성을 표현하는 부분.
백치 1골드의 몸에 어느 순간 들어가 이 후 온전한 지성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언어적인 단순한 존칭을 계속 틀리는가 하면 한 번 어떤 단어를 사용하라 가르침 받았는데 다시 보면 또 잘못된 단어를 선택하여 말합니다.
그것이 앞서 13세의 어린 나이로 박사학위를 여러 개 받았으며 뛰어난 머리로 한번 보면 잊어버리지 않는 주인공의 설정에서였다면 천재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많은 아쉬운 점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설명하자면 이 또한 얼마든지 설명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천재는 당연히 이럴 것이다’라는 독자의 선입견을 잠재워줄만한 설명이 소설 속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마치 정우를 1골드의 몸에 집어넣는 과정을 좀더 자연스럽게 표현하려다가 오히려 혹을 붙인 느낌이었습니다.
셋째, 움직임과 사고방식과 행동이 상당히 제한적으로 느껴지는 1골드 몸으로 들어간 것.
이것은 근본적으로 제 취향에 관한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 처음에 나오는 아기 몸으로 들어갈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아니란 것을 알게 되자 실망감이 있었습니다.
저는 주인공이 자신의 신분이나 실력을 숨기는 패턴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1골드는 너무 덩치가 커서 눈에 확 띄는데다가 이미 그에 대한 편견들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자리잡혀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감추려 해도 그게 쉬울 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제 취향에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개인적인 호불호인 거지요.
넷째, 로맨스.
이것은 소설 안에서 그다지 길게 진행되지 않았고 단순히 주인공과 여자를 공간적으로 가까이 붙여놓은 데에 지나지 않아서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권 끝자락부터 마치 일부러 원한을 만들려는 듯 그 연인을 향해 극중 악역 크라우치가 날아가기 때문에 소설 전반의 복수극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감정이입이 충분히 된 상태에서 인질극이 시작되었다면 괜찮지만 맘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수의 서막을 열어버린다면 김이 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섯째, 비극.
저는 자연스럽게 또는 자유롭게 전개 되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지라 마치 의도적인 듯 작가가 주인공을 비극으로 이끌어 나가는 부분에 취약합니다. 물론 그것이 단지 초반의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휘긴경 작가가 상당한 이야기꾼이고 그의 작품은 모두 읽었지만 그 전반의 다크포스들은 저에게 쥐약이나 다름없습니다. 반대로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 나가는 이수영, 조진행, 황규영, 김철곤, 장영훈 작가같은 이야기꾼들은 대단히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극 자체가 어둡지 않고 막힌 부분이 없는 듯 시원한데다가 주인공이 대단히 큰 자유성을 부여받고 독자의 구미에 맞게 활개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제약.
1골드는 유진에게 묶여있고, 연인에게 묶여있고, 1골드란 육체에 묶여있고, 어린 소년의 심성에 묶여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살인을 두려워한다는 측면에서는 더더욱 그랬지요.
어쨌든 이러한 개인적 취향 때문에 그다지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소설이었습니다.
결국 주인공이 이러한 모든 것을 다 이겨내긴 하겠지만 그 과정 자체가 저에게 상당한 부담감을 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제 취향이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이 소설은 취향이 맞는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맞지 않는다면 평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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