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경
작품명 : 철산호
출판사 : 로크미디어
좋은 노래는 영혼을 구제한다.그녀의 진혼곡은 죽은 자가 아닌 산 자를 달래는 노래였다.진혼곡으로 가슴 깊은 응어리를 풀었기 때문에 좌절의 수렁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절대 잊지 말았어야 할 그녀, 그녀의 노래......
<철산호> 중에서
귀호의 지친 영혼을 달래고 풀어준 그녀의 노래는 어떤 것이었을까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귓가를 울리는 음악 소리
푸른 바다에 실린 한바탕의 웃음...창해일성소
아마 창해일성소 같은 노래가 아니었을까
언뜻 진혼곡과는 어울려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창해일성소란 노래의 바탕은 진혼곡이 맞지 않는가.
홍콩 영화 음악의 대부 황점이 자신의 대표작으로 주저 없이 꼽았던 창해일성소는 알려진 바와 같이 광릉산이란 금곡을 현대적으로 편곡하고 가사를 붙인 노래이다.
광릉산에 대한 곡 자체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이대 금곡이라 한(漢)대까지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광릉산이란 곡의 유래에 대해 관련된 최초의 고사는 제나라 섭정의 이야기로 기록된다.
이에 대해서는 사마천의 '사기' 자객열전과 채옹의 금조에 수록된 이야기가 있지만 자객열전에 나온 이야길 한번 보자.
춘추전국시대 한나라의 간신 협루를 살해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섭정은 협루를 살해하지만 탈출이 불가능하게 되자 가족을 걱정하여 자신의 눈, 코, 귀를 자르고 얼굴을 으깨버린 후 목을 찔러 자결한다.
결국 한나라에서는 그의 시체를 노상에 효수하고 현상금을 걸어 신원을 밝히려 했는데 남아있던 단 한 분 누님 섭보는 지체없이 한나라로 달려가 자객의 신원을 밝힌다.
"여기 누워 있는 열사는 내 동생 섭정이다"
동생의 이름을 세상의 알린 뒤, 누이도 그 자리에서 자결하였다.
협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곡이 바로 광릉산의 유래
창해일성소의 호방함 사이에 흐르는 애절한 가락의 연원이 여기에 있지 않을지
김용의 '소오강호'에서는 죽림칠현의 일인인 혜강의 고사를 빌려
이 광릉산을 소오강호곡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세상을 향해 오만하게 웃을 수 있는 그 정신은 바로 광릉산을 그리던 혜강의 정신이요 광릉산의 가락에 담긴 마음이었다.
권력에도 금력에도 회유 되지 않으며 세상을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사람
사마씨의 세상에 끝까지 항거하던 혜강이 결국 죄를 뒤집어쓰고 사형을 당할 때 마지막으로 광릉산곡을 탄주하였으니 이 역시 자기 자신에게 바치는 진혼곡이나 다름이 없었다.
귀호를 구원한 그녀의 진혼곡은 어느새 세상을 향한 귀호의 노래가 되어있었다.
잊히지 말았어야 했지만 잠시 잊었던 사람들을 달래는
강호의 무게에 가려져 잊쳐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진혼곡이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귀호의 자유로운 춤사위와 어우러진다.
허나 창해일성소의 음(陰)의 노래라면 남아당자강은 양(陽)의 노래
철산호를 타고 흐르는 호쾌한 흐름을 보면 만인을 향해 부르는 남아당자강의 그 호방함 또한 충분히 느끼지 않을 수 없음이다.
패기는 만 근 파도에 맞서며
뜨거운 피는 붉은 태양과 같이 빛난다
담력은 단련된 무쇠, 뼈는 정련한 강철
가슴은 만장의 크기, 눈빛은 만리의 길이
나는 분발하여 진정 사나이가 되리라
사나이가 되려면 매일 스스로 강해져야 하는 법
열혈남아는 태양보다 빛나야 하는 법
하늘이여 바다여 나에게 힘을 모아주시오 내가 천지를 개벽하리라......(이하 중략)
귀호를 키운 건 귀호라고 큰 바람 물결쳐도 그곳에 스스로 강해지는 남자 귀호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남아당자강
세상을 비웃으며 떠나는 대신 만인을 향해 부르는 귀호의 노래,
철산호는 창해일성소와 남아당자강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가락이 하나 되어 세상을 향해 불린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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