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전혁
작품명 : 월풍
출판사 : 파피루스
우리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노곤한 몸을 뉘이며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다시 어제의 아침이 돌아왔다고 생각해보자. 그것 참 황당한 일이 아니겠는가? 자고 일어나도 자고 일어나도 계속 반복되는 어제 아닌 오늘, 이런 상황에 빠진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침 그런상황에 빠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간 소설, 그것이 월풍이다. 게다가 배경은 현대도 아닌 무림, 이쯤되면, 별 볼 일없고, 나이만 먹은 주인공 월풍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물론 이런 설정은 월풍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알려진 로맨스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남자주인공은 반복되는 추운겨울의 일과 속에서 방황을 하다가, 반복되는 날을 이용해서 매일매일 피아노를 배워 진정한 사랑을 찾아내고 그것으로 시간의 마법에서 풀려났다. 그리고 작가님이 책의 서문에서 밝혔듯이, 월풍은 그런 재미있는 상황이 무림에서 일어났다면 어떨까? 라는 기발한 조합에서 출발함으로, 영화의 모티브를 그대로 따왔다고 하겠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자면 아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엮어 내는 데 성공하였다. 인터넷 연재당시의 초고에서 고민하던 내공의 축척을 금기서화를 배움에 있어서 육체적 각인이 있음으로 은글슬쩍 커버하고 그 연장선상에 내공연마가 있음으로 때우는 작가의 필력은, 다소 헛점이 보이는 설정 또한 별 탈 없이 메우고, 독자의 거슬림을 최소화 하는데 성공함으로서 글을 읽는 사람들은 열심히 주어진 설정이 주는 재미만 가져갈 수 있도록 역효과를 없앴다. 또한 어설플 수 있는 설정을 큰 수술없이 말이 되게 만든 작가의 필력이 책 전체에 걸쳐서 전반적으로 녹아 있으니, 글이 술술 넘어감은 굳이 말할 필요 없으리라.
그리고 사건자체에서 우연성이 겹치기는 해도,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의 앞뒤 단계나,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개연적으로 풀려감에 따라 어색함 없이 나름대로 기연이면 기연이랄 수 있는 하루의 반복으로 성공인생을 만들어낸 주인공의 카타르시스를 독자들이 그대로 만끽할 수 있게 하였다. 주인공이 비록 쎄지기는 하였지만, 실제로 먼치킨수준은 아닌데다, 주변사람이 월풍의 본연실력을 알아보지 못함으로 해서 꼬이는 사건과 갈등은 단순히 강해짐이 사건자체의 흥미를 저해하는 요소로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사람은 가지기 어려운 사건해결의 도구(뛰어난 무공등)을 가지고 어떻게 난관을 타파할 것인가를 쳐다보게 함으로서 독자들이 손에 땀을쥐게 만드는 소설이 바로 월풍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앞으로 드러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렇다면 어떨까?'라는 단순한 아이디어 설정으로 시작한 글인만큼, 그 끝이 창대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에게 목적의식의 동조를 구해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 애초에 '무림에서 살아남기, 무림 정복하기' 처럼 한마디로 표현하고픈 명제가 있는 소설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명제는 이제부터 부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성공적으로 하지 못한다면 용두사미격의 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미있는 설정은 독자들이 이제껏 경험했으니, 이젠 그 설정으로 얻을 것을 다 얻은 주인공이 무얼 할지, 무엇을 하더라도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작가의 설정과 필력에 달려있다. 실제로 출발이 좋아도 끝이 나쁜 소설은 많이 보았다. 필자가 그중 대표라고 꼽고 싶은 소설은 '아독'이라는 소설이다. 안타깝게도 동일한 출판사의 작품인 듯 한데, 초반의 재미있는 전개와 신선하고 독창적인 설정이, 끝에 드래곤볼보다도 못한 세계관 확장으로 망한 대표적 작품이 아닐까 한다. 월풍과 비슷하거나 이상의 필력을 가지고도 그리 되었으니, 월풍에 대한 필자의 걱정은 단지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책 뒷표지에서 말한 '과거를 뒤엎는 순간'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것이 2권짜리 책이 아닌 이상 그것이 손정화와 도망친 순간 이미 끝나버렸다면 허무할 것이다. 월풍의 시대가 어떻게 도래하는지 정말 숨조차 쉴 수 없이 운명을 변화시켜주지 않으면 월풍의 미래는 없다.
이것은 마치 소설월풍과 주인공 월풍이 같은 운명앞에 놓인 듯 하다. 책의 운명과 함께 하는 주인공이라니 보기드문 장면이며, 나름대로 회가 동한다. 그에 걸맞는 작품으로 완성시켜주시길 작가님께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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