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허담
작품명 : 신기루
출판사 : 청어람
스크롤 내리시기 전에 주의할 점.
1.처음으로 감상을 남기려고 합니다. 부족하더라도 어여삐 봐주시길 바랍니다 ^^;;
2. 반말인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3.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정보는 (?)표시했습니다.
4. 약간의 미리니름이 있을 수 있습니다.(줄거리요약이랄까요;)
누구나 한번쯤은 최고의 자리를 꿈꾼다. 학업성적, 외모, 재력 등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인정받고자 하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열망인 것이다. 작품 '신기루'에서는 이 모든 욕구가 신기루라는 허상으로 응축되어 있다. 천하제일을 모두가 꿈꾸는 무림에서 절대지존이 될 수 있는 열쇠인 신기루는 무림인들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불덩이다. 어촌(?)에 사는 어린 소년인 송문악과 그 어머니는 무림과는 무관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13년(?) 만에 처자를 되찾으러 온 송무군은 범상치 않은 무림인이었고, 그로 인해 송문악 또한 신기루라는 피바람에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젖어들게 된다.
글을 읽다보면 느낌이 올 때가 있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뒷장 넘기기가 즐겁고 기대되는 그런 때가 있다. '신기루'를 읽으면서 나는 책 읽는 시간을 오랜만에 만끽할 수 있었다.
처음 책을 펼치면 신기루의 지시적(사전적) 정의에 가까운 설명이 나온다. 빛의 굴절현상이란 해설적인 표현이 기억 저 한구석에서 글과 공명을 이루기 시작했지만 사실 별다른 감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가장 대리만족의 효과가 큰 성장소설을 찾고싶었던 나로서는, 어서 어리고 허약한 주인공이 자라주기만을 바라며 휙휙 책장을 넘길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송문악이 '어쩔 수 없는' 출향을 하게 될 때까지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줄지 않았다. 속도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버지 송무군과 귀곡인물들의 사건이 진행될 때부터였다. 신기루와 귀곡을 둘러싼 비밀들은 붕 떠있던 정신을 조금 몰입하게 만들었다. 오타 찾느라 늘상 바삐 움직이던 눈도 내용에 집중하게 되었다.(고3은 이런 짓이라도 해야 장르문학 읽으면서도 조금 안심(?)이 됩니다. ㅠㅠ) 딱히 걸리는 곳 없이 이어지는 문체가 집중하는데 큰 몫을 한 것은 물론이다. 무엇보다도 각 인물들이 정말 살아있다는 점이 나를 가장 즐겁게 했다. 단순히 호부가 명확히 결정되는 그야말로 소설에나 있을법한 관계가 아니라, 한 문파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욕망이 불러오는 갈등으로인해 냉담하면서도 애증이 교차하는 인물들의 갈등양상은 요즘 장르문학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유명한 드래곤 라자의
'나는 단수가 아니다'라는 말도 새삼 송무군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며 떠올랐다. 대외적으로는 의협으로 소문난 송무군이지만, 아내와 자식에게는 그다지 좋은 가부장이 되지 못한 그이기에, 그 부족한 모습에서 인간미를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먼저, 주인공(송문악)은 역시 재능이 있는 천재에 가까운 인물형이라는 점이 다소 답답했다. 천재가 등장하는 사실 자체가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표현부분이 아쉬웠는데, 그다지 놀랍지 않은 상황에서 (비록 어리다고는 하지만) 노인장이 주인공을 지나치게 치켜세우는 모습이 별로 공감가지 않았다. 흔히들 잘난 주인공을 내세워서 전반적인 인물수준이 하향되는 경우를 만들곤 하는데, 글의 후반부의 내용상 완결도의 성패는 이 부분에 큰 영향을 받을 듯 하다.
또, 사건의 진행이 느린 까닭에 조금 늘어지는 측면도 있다. 요즘 독자들은 점점 속도감있고 강렬한 (예를 들자면 플레이어같은) 소설에 큰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매우 많은 사람들의 기호를 충족시키지는 못할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감상을 남겨본 적이 없던 내게 키보드를 1시간 넘게 두드리게 만든, 가뭄 끝의 단비같은 소설이었다.
부디 신기루라는 제목에서 처음 느꼈던 것처럼 멋진 주제의식을 담은 좋은 글이 나오길 진심으로 기대하고, 작가님께 건필을 기원한다. 다소 구무협같은 분위기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오게 하는 장르시장에서 차세대 무협소설의 효시이자 시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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