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조진행
작품명 : 기문둔갑
출판사 : 북박스
기문둔갑 1권을 처음 읽기 직전,
저는 천사지인을 3권인가 4권인가 읽다가 중간에 그만둔 참
이었습니다. 주변 인물들에 비해 형편없어 보이는 주인공이
싫었고 더욱 결정적인 건 금강님의 논단에서 보았던
뒷부분 이야기입니다. 결과적으로 지금도 천사지인을 읽을 생각이 들질 않습니다.
역시 스포일러는 나쁜 겁니다.
아무튼 길을 걷고 도로를 건너면서 기문둔갑 1권을 읽으며
'이번에는 어떨까'하고 내심 불안했습니다.
시작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점쟁이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오오 얘가 주인공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가뿐하게 낚여 버렸습니다.
그냥 한번 등장하는 단역이더군요.
약간 당황했지만 기왕이라 1권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10권 완결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기문둔갑이 얼마나 제 맘에 들었냐하면...
덕분에 칠정검칠살도까지 중간에 덤으로 모조리 읽었습니다.
기환술과 진법을 쓰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무협이 처음이 아님에도
기문둔갑은 참 특이한 무협입니다.
무협을 읽으면서 요즘 판타지나 현대소설을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분명 무협을 읽고 있고 무협만의 향취과 매력이 듬뿍 배여 있음에도
기문둔갑은 최소한 제가 생각했던 무협장르의 범위를 벗어나 있습니다.
기문둔갑은 여타 퓨전 무협처럼 다른 세계관에서
이것저것 따온 것도 아니고 기존의 친숙한 세계관을 무너뜨린 것도 아니고 무협이라는 장르
안에서 발전하여 더 확장된 느낌. 말 그대로 신무협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소설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의 이유를 들자면
인물들의 행동과 단어선택도 그렇고 무공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세계관도 그렇고 그렇고 무엇보다 주인공의 일진일퇴하는 내면을 서술하는 작가의 문장체가
너무나도 이질적이면서도 어색하지 않게 와닿았습니다.
동시에 기문둔갑은 현실처럼 냉혹합니다.
주인공이나 그 주변인물이나 부침이 굉장히 심합니다.
목숨은 감상적이거나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원칙에 따라 앗 하는 사이에
없어지곤 합니다. 주인공의 능력은 단순히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질투와 오해와
더 큰 싸움의 원인이 됩니다.
정신적 수양조차 모조리 육체적 강함만으로 환원되는 기존의 무협관에 질리신 분,
손해보는 주인공은 질색이신 분,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스릴 있는 전개를 좋아하시는 분,
말장난에서 느끼는 재미보다는 상황에서 느끼는 재미가 더 좋으신 분,
요즘 무협에서 사람 죽는 것이 지나치게 도덕적이고 이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하시는 분께 기문둔갑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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