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검류혼
작품명 : 비뢰도
출판사 : 청어람
혹시나 해서 감상문들을 검색해 읽어보았지만 호의적인 감상글이 거의 안 보여서 이렇게 저만이라도 즐겁게 읽었다는 글을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간단하게 19권평부터 하고 시작한다면 여전히 스토리적 진전은 없지만 원래 비뢰도의 페이스는 이 정도였고 때문에 당연한 것에 발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19권의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여전히 적절하게 떠들어대는 비류연과 거기에 휘둘리는 불쌍한 주변 인물들, 그리고 불운하게도 비류연에게 대들게 되는 불쌍한 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누명을 씌운다는 패턴이 또 나왔다는 것은 가장 실망한 부분이었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다음권까지 가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웃었던 부분은 "절교다"라고 외치는 장면이었습니다. 20세기소년이 떠올라서 무척 웃었습니다. 패러디일까요?
팬으로서 가장 좋아한 부분은 나예린이 비류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나오는 부분이었습니다. 가끔 나오긴 하지만 이렇게 장문을 들여 서술해준 것은 처음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한 것중에 가장 우수웠던 것은 비류연과 공식적으로(?) 사귀고 있는 나예린에 대해 '제정신이 아니니 가능하다' 라고 써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감정부분 빼고는 완벽하다고 생각되어지던 여주인공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만담형식처럼 진행되던 회의는 나름대로 비뢰도 다웠지만 조금 오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특히 잘난것처럼 보이던 이시건이 그렇게 맥없이 당하는 것은 조금 아니 상당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하는 행동도 그렇고 지금까지 나온 주요악역중에서는 가장 멍청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어떤 활약을 할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주먹질만 좀 하는 바보멍청이로 보입니다. 대공자를 다시 데려와 주세요.
과연 비류연의 그 사악한 재능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노사부께서 점점 치졸해지는 비류연과는 다른 고차원적 상업적 안목을 보여주셨습니다. 얼마전에 본 '싸움의 기술'이 생각나더군요. 백윤식씨 멋졌는데 ^^
점점 비류연에게 물들어가는 비류연일당들도 재미있는 요소였습니다. 드디어 저 깔끔이까지 전염시킨 비류연의 사악함은 어디까지 오염시킬까요? "어째 덜 타락했다는 말로 들리네만"이라는 장홍의 대사에서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하하하.
19권에는 치명적으로 잘못 쓰여진 장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시건과 비류연의 첫만남에서 나옵니다. 분명 모든 사람들이 "비류연"하고 외쳤는데도 불구하고 멍청하고 바보인 이시건은 다시 이름을 묻습니다. 이름을 묻는게 아니라 정체를 묻는 것이라고 우길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문맥상 이름을 묻는 장면이어야 맞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한번 생각하는 거지만 이시건은 멍청이에다 바보에다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소인배임에 분명합니다.
이래저래 19권은 만족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2부중에서는 가장 가볍고 재미있다고 생각됩니다. 즐겁게 몇시간을 보내시고 싶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19권 감상문은 끝났습니다. 간략하게나마 비뢰도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덧붙여봅니다.
비뢰도는 대학교무렵 우연히 보게 되어서 수년이 지난 지금도 신권이 나올때마다 바로바로 보는 유일한 작품입니다. 아시다시피 오랫동안 연재되어온 관계로 스토리가 늘어진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는 작품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몇년전인가 흥미를 잃고 신작이 두세권 나왔음에도 보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무협물과 판타지물의 절정이었던지라 정말 책이 마구마구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마침 근육을 다쳐서 집에서 요양하고 있었던 저는 수많은 작품들을 읽을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수년간 갈고 닦은 속독은 수많은 작품들을 순식간에 읽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청 오만한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내가 써도 이것보다는 잘 쓰겠다."
그렇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글을 끄적대는 습관이 있었던 한 멍청이가 글을 쓸 결심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반년동안 책한권 분량의 글을 쓰게 됩니다. 그 시기에 겪은 수많은 절망들과 좌절의 넋두리는 쓰지 않겠습니다. 구질구질한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다고는 생각했지만 겨우 10줄 쓰면 더 이상 문장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충격이었습니다. 한글로 A4용지 석장분을 올리는 것이 하루의 목표였는데 한편당 4시간씩 걸렸습니다. 시놉도 다 짜여져 있고 등장인물도 다 정해져 있는데 쓰는데 4시간이 걸리더군요. 그 후로 작가분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잘 쓰신 분들에게 한해서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저는 제가 쓴 작품을 지금 읽어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읽곤 합니다. 정성이 들어가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재미있다고 느낍니다. 쓰던거니 끝은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혼자 심심할때마다 깨작거리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다 쓰겠지요. 한 5년잡고 있습니다만......
과거에 한번 자신이 바보라는 것을 자각한 저로서는 저의 정신적 토향에 밑거름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작품에 대해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합니다. 즉 이런겁니다. "나보다도 못 쓰냐?" 잘난척하신다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그렇게 직접 댓글을 달거나 주위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머리속에서 분류가 되는 거지요. 다시 보는 치명적 오류를 범하지 않기위해 제목정도는 착실히 기억해주어야 합니다. 머릿속 저장공간에 이름이 명명되어 있다면 아마도 이렇겠지요. -내것보다 못난 글-
다시 비뢰도 이야기로 돌아온다면 이렇습니다. 저는 이제 왠만해서는 속독으로 책을 읽지 않습니다. 문장 하나하나 찬찬히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스토리만으로 책을 읽지 않고 작가분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나를 봅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비뢰도는 읽을거리가 많은 작품입니다.
별로 어울리지 않는 표현입니다만 비뢰도는 아기자기한 작품입니다. 주인공들이 마구 까부는데 그게 밉지 않습니다. 거만하고 음흉하다고까지 생각되는 비류연을 싫어하는 독자분은 별로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비류연이 내뱉는 말들은 장황한데다가 잘난척의 표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들 하나하나가 무척 맛깔스럽습니다. 더구나 비류연이 하는 말들은 다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말들입니다. 유명한 격언들에서 채용한 흔적이 역력하지요. 저는 비뢰도가 심오한 사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좋은 격언들을 제 때 잘 써먹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어떤 식으로 와 닿느냐는 읽는 사람들마다 다르겠지요. 어떤 분들이 그러시더군요.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다고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전 이야기속 사람들이 서로 주고 받는 논쟁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결국 보는 사람에 달린 것입니다.
스토리적인 면에서 논하자면 저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애초에 학원물장르 자체가 고만고만한 사건들로 이루어져있고, 비뢰도 작품 자체가 시작부터 스피디한 전개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전 중반부터 비류연과 나예린 사이가 어떻게 친해지나가 궁금해서 보았었습니다. 스토리적인 면은 글쎄요, 솔직히 상관없습니다. 한가지만 짚고 넘어간다면, 저는 일부러 스토리를 늘리고 있다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비뢰도는 원래 이런 작품 아니었나요?
가끔 비뢰도를 10분정도 보면 읽을 게 없다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할말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충고드립니다만 그 독서 습관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스토리만 훓는것은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나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시간만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꼴입니다. 노인과 바다는 결국 물고기를 잡는다는 내용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린것들이 설치다 죽는 이야기입니다. 토지는 한맺힌 여자가 복수하는 이야기고, 삼국지는 전쟁에 미친 사람들이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애쓰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다들 명작입니다.
습독으로 읽으면 무언가 남습니까? 저는 안 남았습니다. 그걸 깨닫는데 10년넘게 걸렸습니다. 속독으로 읽어야 한다고 판단되는 작품은 아예 보질 마시길 바랍니다. 그게 백과사전류가 아닌이상에야 불필요한 시간낭비입니다. 만약 그런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조용히 머릿속에서 '속독편'으로 분류해놓으세요. 다른 사람들은 속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뭔지 궁금하면 천천히 읽어보세요. 10분짜리를 2시간짜리로 늘리면 그만큼 얻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시간낭비가 아니랍니다.
저보고 시간을 얼마든지 줄테니 비뢰도처럼 써보라고 하면 손을 내저을 겁니다. 불가능합니다. 흉내내기도 힘들겁니다. 그래서 제가 비뢰도를 보는 것입니다.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읽는 비뢰도가 전 좋습니다. 조금 무거워져도 좋고 더 가벼워져도 좋습니다.
첫번째 덧붙임 - 노인과 바다 같은 작품을 10분짜리로 읽으시는 분은 없겠지요.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책을 빨리빨리 읽을수록 건질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는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깨닫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으니 여러분들도 참고하시라는 것이 글의 요지였습니다. 대뜸 "나쁜 습관이니까 고쳐!!" 라고 말씀드린 것은 아니지만, 찬찬히 다시 제 글을 읽어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잖아있어 그렇게 느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말을 드립니다.
생각보다 그렇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댓글로 답변했음니다만 댓글은 상당히 거친 느낌의(;;) 글이므로 이렇게 따로 사과드립니다. 혹시 불쾌하게 느껴지시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댓글이 아니라 쪽지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감상게시판을 토론게시판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
두번째 덧붙임 - 저는 과거에 토지를 하루만에 다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속독으로 읽었습니다. 레포트를 제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결론은 감동은 하나도 못 받았다였습니다. 언젠가 시간을 들여 찬찬히 읽어볼 생각입니다.(생각만하고 10년이 지났습니다 ㅠㅜ) 분명 와 닿는 느낌이 다를것이라 생각합니다. 위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온 노인과 바다나 기타등등도 같은 맥락의 작품이고 그래서 쓰다보니 써진 겁니다. 이상 변명이었습니다. 아참, 웃으셔도 됩니다. ^^ 창피하네요.
세번째 덧붙임 - 결국 본문에까지 이 글을 써야 하는군요. 맙소사. 쪽지로 보내는 것에 지쳐버렸습니다. ^^;
저는 '노인과 바다'등등을 비뢰도와 비교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속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고른 예였을 뿐입니다. 밑에 제가 단 댓글에 난폭하나마 거기에 대해 변명한 글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댓글의 결론만 써드린다면 10분에 한권을 읽고 비뢰도의 가치를 평한다는 것이 옳지 않다고 저는 지적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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