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논단에 금강님이 야신에 대해 독후감을 써 놓은 것이 있다. 작가에 대해, 글에 대해 소략(疏略)하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금강님이니까 작가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작가에 대해 불만을 가지더라도 그것을 표현하기 쉽지 않다. 나는 비판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좀 더 너그러워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근거를 대라거나 강한 톤의 반박글은 책에 대한 충정(衷情)에서 나왔던, 어설픈 비판글을 줄이는 목적이든, 그 또한 선의는 있겠으나, 자칫 독자의 감상에 대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아주 지나치지만 않다면, 나는 다소의 비판이 감상문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칭찬일변도의 글은 너무 밋밋하여 소개글이나 자칫 책광고같은 느낌을 준다. 그것도 괜찮겠지만, 그래도 감상이란 감정의 움직임이니까 한가지 감정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이상과 같이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지금 소개하려는 책에 대해 균형잡힌 비판을 하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나는 야신을 매우 재밌게 읽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난 후의 느낌이 좋으면, 책내용이 어떻든 간에 책에 대한 호감을 지우기 힘들다.
쉽고 재미난 이야기
야신의 이야기 구성은 단순하다. 복잡한 상황전개와 현실적인 배경이나 치밀한 묘사는 없다. 죽고 사는 것도 간단하고, 선악 구분도 단순하고, 환경설정도 강호무림을 포함한 삼계(三界)라는 어마어마한 배경을 두르고 있어 과장과 허구가 심하다. 아니, 과장과 허구자체가 소재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는 비장미든 비정미든 슬픈 느낌이 전혀 없다. 작가는 경쾌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 책은 쉽게 쓰여지지는 않은 것 같지만, 읽는 사람은 읽기가 편하다. 예전의 중국번역무협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한 옛날 이야기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독특한 스타일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솜씨는 꽤 훌륭하다.
주인공의 애정행각
주인공은 생전에 신선의 제자였으며, 죽어도 천상계로 올라갈 몸이니 이처럼 속편한 인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인연과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야신을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보다 주인공 무진을 그토록 방방뛰게 하는 이유의 90%가 여자 때문이다. 무진은 만나는 여자가 예쁘기만 하면, 전부 육체관계를 맺는다.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성적 도우미가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남자들이 꿈에도 바라는 최고의 섹스판타지이다.
현생의 무진은 좀 속물적이라 독자는 무진에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근데 좀 지나치게 속물적이며, 속물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가끔 철든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의 속내를 당최 짐작하기가 힘들다.
신기한 무공
사미환은 무림이 생긴이래로 가장 독특한 무기일 것이다. 무진은 열심히 수련하여 4권이 끝날 무렵에는 이미 절정의 고수가 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무진이 살아있는 이유는 사미환과 쌍환의 힘이 절대적이다. 이것은 그가 스스로 체득한 것이 아니라 신선이 주고 간것이므로 무협소설의 재미의 하나라 할 수 있는 무공체득의 과정이 없어진 것은 조금 심심한 일이지만, 나는 별로 그 것에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아무튼 사미환, 보면 볼수록 기특한 요술구슬이다.( 이것은 보관이 용이하며, 절대로 빼앗기지도 않고, 용도가 대단히 많고, 주인공의 힘에 따라 위력도 세지는 만능의 암기이다.)
신기한 암기, 화려하지만 외설적이지 않은 섹스판타지, 삼계를 넘나들며, 악과 싸우는 멋진 주인공, 갈수록 유능해지는 주인공, 그러면서도 여자에 대해서는 결코 양보가 없는 유쾌한 주인공. 이 것들이 야신을 재밌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골치 아프게 볼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다. 야산은 가벼우면서도 즐겁고, 읽기가 매우 편한 무협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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