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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44 천장지구
작성
03.11.15 20:55
조회
2,108

(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표향옥상을 처음 본 것은 열하고도 다섯이란 숫자를 먹었던 때였다.

그 때 이 책을 보고 느낀 감정이란 한마디로 놀라움이었다.

무협이란 장르가 가진 서정성에 대한 경탄이었고 충격이었다.

검 끝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바치는 격정의 노래를 처음으로 들었던 해

내가 가지지 못한 그 애절한 감정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시작되었다.

표향옥상은 오랜 시간 내 청춘의 환상이었다.

스물하나가 되던 무렵 무덥게 느껴지던 어느 날에 향객이란 이름으로 재간된

이 글을 다시 보았을 때 그제서야 그 마음들을 알 수가 있었다.

가슴 한쪽에 담아 놓은 한 사람으로 마음을 채워 놓았던 표향옥상의 미련을,

그녀에 대한 목마름을 죽는 순간까지 간직했던 양득지의 그리움을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 못한 아픔을 자신의 한 팔로 대신한 애사달의 분노를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유리로 만들어진 정교한 세공품처럼 아름답지만 만들기도 가지기도 힘들기에

갈증의 대상이었다.

현실 속에선 단지 현실의 모습으로 남을 뿐

마치 시간 속에서 흩어지는 재처럼 망각의 강에 뿌려지는 것이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 다시금 이 글을 본 회상은 그래서 남다르다.

처음 보았을 때 그 때의 감정은 현실속에서 그저 간직하고 싶었던

이상에 대한 향수였고

두번째 보았을 때 감정은 동기호테를 꿈꾸었으나 끝내 햄릿으로 남았던

나에 대한 체념이었다.

여전히 현실은 현실이었고 환상은 환상으로 분리하고 살았던 날들이었다.

첫느낌에서 십년이 넘게 지난 지금 본 심정은 기쁘다……

내가 맨 처음 표향옥상을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의 다른 이름은 두려움이었고

이 모든 그리움들이 언젠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리란 회의감이였다……

절박하고도 순수했던 그들이 꿈꾸었던 사랑에 대한 열망을 나는 오늘도 꿈꾼다.


Comment ' 6

  • 작성자
    Lv.1 나영
    작성일
    03.11.16 02:30
    No. 1

    야설록님의 이런 시리즈는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죠....

    멀까.... '절박한 비장미'라고 하면 너무 식상하달까? 암튼 어둡고 쓸쓸하고 그래서 소외받는 계층ㅇ의 인물들을 잘 그렸던 작가였죠.

    그러면서도 그의 작품은 마지막에 가서는 '희망'의 메세지를 보여주죠. 결코 비극이 아니란 걸 알려주는...

    몇 작품만이 비극으로 끝나는데, 특히 '북경야'는 전편에 걸쳐 흐르는 비장미(간간이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웃음이 아니라 오히려 어둠을 강조하는 것 같은...)는 주인공의 죽음으로 절정에 다다르죠.

    님이 안 읽어 보셨다면 추천하고 싶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천장지구
    작성일
    03.11.16 08:54
    No. 2

    추천 감사합니다만 북경야 본지가 십몇년이 넘었네요 ^^
    그 작품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는데 중학교 시절
    중국무협 애찬가였던 한 친구와 논쟁을 일으켰었던......
    무협소설 15년이상 보신 분들은 아마 짐작 되는 부분이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머리로 보기 보단 마음으로 느끼자라는 주의라서
    자세한 내용은 피하고 싶구요

    한국무협사에서 진정 비극이라 할 자품은 극소수라 생각합니다.
    진산의 정과 검,백야의 취생몽사등도 무협적 낭만에 대한 헌사라는게
    개인적 느낌입니다.(그러나 정말 좋아하는 작품들입니다)
    소위 서정무협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故서효원의 작품들도
    절망으로 시작하여 희망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대부분일진데...
    그런 점에선 무협적 비극의 원형을 가장 잘 드러낸 한국무협을
    꼽으라면 진산의 단편 백결검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나영
    작성일
    03.11.17 05:11
    No. 3

    백결검객이라....

    어디가면 볼 수 있나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둔저
    작성일
    03.11.17 19:26
    No. 4

    혈기린외전의 2권에 실려있는 진산님의 단편입니다.
    양장본에는 실려있지 않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44 천장지구
    작성일
    03.11.17 23:17
    No. 5

    둔저님께서 답변을 해주셨네요 ^^
    그외 진산마님의 단편들을 볼 수 있는 곳은 진산마님의 마르스
    왠지 광고성 글 같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큰곰
    작성일
    03.11.19 01:19
    No. 6

    저도 고2때 이작품 보면서 옥상이 죽을때 한숨이 나오더군요. 근데 왜 마지막에 애사달은 여러 여자를 거느린건지... 맨끝이 조금 걸리네요. 그 아름다운 사랑의 여운을 확 죽이다니. 비장미 넘치는 사랑이라면 용대운님의 독보건곤이나 탈명검 쪽도 생각나는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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