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표향옥상을 처음 본 것은 열하고도 다섯이란 숫자를 먹었던 때였다.
그 때 이 책을 보고 느낀 감정이란 한마디로 놀라움이었다.
무협이란 장르가 가진 서정성에 대한 경탄이었고 충격이었다.
검 끝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바치는 격정의 노래를 처음으로 들었던 해
내가 가지지 못한 그 애절한 감정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시작되었다.
표향옥상은 오랜 시간 내 청춘의 환상이었다.
스물하나가 되던 무렵 무덥게 느껴지던 어느 날에 향객이란 이름으로 재간된
이 글을 다시 보았을 때 그제서야 그 마음들을 알 수가 있었다.
가슴 한쪽에 담아 놓은 한 사람으로 마음을 채워 놓았던 표향옥상의 미련을,
그녀에 대한 목마름을 죽는 순간까지 간직했던 양득지의 그리움을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 못한 아픔을 자신의 한 팔로 대신한 애사달의 분노를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유리로 만들어진 정교한 세공품처럼 아름답지만 만들기도 가지기도 힘들기에
갈증의 대상이었다.
현실 속에선 단지 현실의 모습으로 남을 뿐
마치 시간 속에서 흩어지는 재처럼 망각의 강에 뿌려지는 것이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 다시금 이 글을 본 회상은 그래서 남다르다.
처음 보았을 때 그 때의 감정은 현실속에서 그저 간직하고 싶었던
이상에 대한 향수였고
두번째 보았을 때 감정은 동기호테를 꿈꾸었으나 끝내 햄릿으로 남았던
나에 대한 체념이었다.
여전히 현실은 현실이었고 환상은 환상으로 분리하고 살았던 날들이었다.
첫느낌에서 십년이 넘게 지난 지금 본 심정은 기쁘다……
내가 맨 처음 표향옥상을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의 다른 이름은 두려움이었고
이 모든 그리움들이 언젠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리란 회의감이였다……
절박하고도 순수했던 그들이 꿈꾸었던 사랑에 대한 열망을 나는 오늘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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