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요즘 작품보다는 조금 지난 작품들을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위 두 작품은 모두 작가를 좋아해서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다가 서점에 갔더니 저 구석에 '빙하탄'이 있더군요. 결국은 샀습니다. '농풍답정록'은 헌책방에서^^;; 사실 무협소설은 그다지 사보는 편이 아닌데 구하기 어려운 작품은 사게 되네요. 얼마전 공구에서 '등선협로'도 구하게 되었구요.
음... 어쨌든 이렇게 구한 작품들을 쭉 읽었습니다. 읽고 난 후에 느끼는 것은 '농풍답정록'은 대만족, '빙하탄'은 좋긴 한데 약간 취향에 안맞는군요.
'빙하탄'... 장경님을 워낙 좋아하기에 큰 기대를 걸고 봤습니다. 확실히 재미있었습니다. 심연호라는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었죠. '나는 누구인가'하고 울부짖을 때는 뭉클했구요. 대사들도 멋졌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충분히 추천해줄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 개인으로는 역시 이런 가족, 특히 부모쪽과 대립 구도인 쪽은 취향이 안맞습니다. 뭐 어머니와 갈등을 가진 구도는 장경님의 '천산검로'도 나왔고 운곡님의 '등선협로'에서 풍갑제도 그런 캐릭터였지만 이 작품들의 어머니는 타의에 의한 강압적 요소가 강했다면 이 작품은 좀 묘하더군요. 형과 자신의 복수는 과연 누구에게 해야 하는 것인가... 아버지야 자신이 걸어들어간 길이니 그렇다해도 결국 위혜련이 선택한 것은 아들이 아니었죠. 뭐 이제와서 아들을 선택한다해도 좀 그렇고. 이런 갈등구조는 복수라는 것도 애매해집니다. 그대신 주인공의 내면이 처절하게 묘사되니까 멋은 있지만... 예전에도 부친을 배신하고 자신을 버린 모친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본 것 같은데 좀 찝찝하더군요. 복수를 하면 패륜아이고 용서와 화해구도는 왠지 어색하고. 차라리 빙하탄이 보여준 해법이 가장 무난한 것 같은데 허무함이 밀려오네요. 저는 비장감도 좋고 다 좋지만 결말은 지독한 해피엔딩 매니아입니다. 수담옥님의 '도둑전설'도 호접의 연인이 희생하고 죽는 장면에서 책을 덮을 뻔 했다는... 요즘은 '괴선'이 마음을 아프게 하구요. 뭐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어쨌든 주인공의 생사가 약간 애매하게 처리되는 결말 자체는 불만이 없습니다만 결국 심연호만 불쌍하다는 생각은 지금도 지울수 없어 답답합니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마지막문장의 천하제일기검 몽검후 이야기는 뭡니까? 정독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무심코 건너뛰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봐도 심연호 이야기같은데 다시 살아난다는 건지... 다시 읽어봐야겠군요. 또 갑갑해지려나?
'농풍답정록'. 주연급은 누구하나 죽지 않는 완전한 내가 꿈꾸는 이야기입니다. 오호대 동료들은 물론이거니와 오세경과 이극양, 사마철군, 송곤까지 누구도 죽지 않았죠. 물론 조원산, 표왕 등이 죽긴했지만 어차피 주연급은 아니라 별로 와닿질 않네요. 뭐 처음에 글을 읽기 시작할 때는 무당에서 파문당하는 운검이 주인공인가 했다가 거렁뱅이 아이와 만두 이야기 나올 때 '아 운검이 제자를 받아들이는구나'하고 착각했죠. 근데 또 사마철군 나오더니 결국 사마진명이 주인공이더라는... 임준욱님의 작품답게 재미있습니다. 설정 자체는 그다지 참신하지 않지만(속가제자로 하산, 표국에 표사취직, 고수와의 인연...) 억지스럽다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자연스럽구요. 게다가 주인공이 가진 무위도 그다지 높지 않죠. 뭐 마지막에 귀왕을 죽이긴 하지만 이미 귀왕 제금천은 내상을 입은 상태였고 아버지 사마철군과의 합공으로 이긴것이니 권왕 이극양이나 오세경보다는 떨어지는 듯이 보입니다. 물론 나이에 비한다면 엄청난 것이고 분명 초절정 고수의 일인이지만 그에겐 아직도 스승이 필요하고 동료가 필요하고 부친이 필요합니다. 임준욱님의 등장인물은 순박한 사람냄새가 난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작가가 밝혔듯 완전한 악인은 없다는 설정으로 제금천, 왕인, 종리수, 종리구들에 대한 애정도 엿보였구요. 뭐 아무리 그래도 왕인만큼은 좋아지질 않았지만요. 한가지 특이한 것은 4권쪽에서 특이하게 해학적인 문장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요즘 판타지나 코믹 무협등에서 많이 나오는 식인데 왕인의 호화침대에서 자는 이는 시체 둘을 깔고 자는 거라는 설명이라든지 하는 부분이 의외였지만 또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표국행을 떠나는 사마진명 일행의 이야기로 책을 덮으면서 뿌듯함이 밀려오는군요. 해피엔딩을 위해 초절정 주인공이 악당을 다 때려잡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이 다 행복해진다니... 흠. 우인복이 걸리기는 한데 별 애정이 없어 잊혀지는군요. ㅋㅋ
'빙하탄'으로 인해 약간 갑갑했던 가슴이 '농풍답정록'으로 사르륵 풀렸습니다. 해피엔딩 매니아로서는 어쩔수 없는 것 같네요. 그래도 두 작품 다 한번쯤 읽어 볼 만한 작품, 아니 구할 수 있다면 꼭 봐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빙하탄'이 코드가 안맞기는 해도 후회는 전혀 안드는 작품이니까요.
Commen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