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정현
작품명 : 연원질풍보
작가분께 약속(?) 드린대로, 부족하나마 저의 달변 신공으로 '연원질풍보' 찌라시를 한번 돌려 보겄씁니다! 에헴, 본 찌라시는 저의 날름거리는 혓바닥과 번들거리는 입술, 뻔뻔한 낮짝이 어우러진, 이 바닥에서 끈질기게 굴러먹은 삼류 약장수 겸 변사인 본인의 100빠센트 가내수공업 작품이오니, 부디 읽어보시고, 좀 아니다 싶더라도, 다 '연원질풍보'가 아니라, 제 미숙한 찌라시가 좋은 작품에 미치지 못한거니까, 꼭 읽어보세요!
큼, 큼, 이제 목도 축였으니 한마디 하겄씁니다. 여러분 무협 좋아하시죠? 저도 참 많이 좋아합니다. 예전에 비하면 폭도 넓어지고, 소재도 많아 지면서, 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논란 중이지만, 확실히 무협이라는 틀자체는 크게 성장한 듯 합니다.
여기서, 한 장르중 하나가 바로, 현대 무협입니다. 그런데 이 장르는 한국 주먹계를 소재로, 뒷 세계의 항쟁과 의리, 복수, 폭력이라는 마초적인 키워드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성장한 '조폭'장르를 빼놓고는 설명 할 수 없죠.
왜냐하면 일군의 작품들 대부분이, 이 조폭장르에서 무공을 접목시켜 무협의 색깔을 띈, 그런데 사실상 스토리를 보면, 조폭장르와 별다를게 없는, 그래서 '현대무협' 이라고 말하기엔 참 과도기적인 작품이 많았거든요.
이걸 무협이라고 불러야 할지, 무공만 쓰는 주먹계의 이야기라고 할지 저도 솔직히 구별하기가 힘들더군요. 분명, 조직은 문파고, 항쟁은 세력다툼이며, 신규방파는 신조직이고, 의리는 충성으로 바꿔읽으면, '무협'색깔을 띈 주먹소설인지, '주먹'색깔을 띈 무협소설인지 참 정의하기가 힘들었단 말이죠.
뭐, 저도 구별하는데 머리아프게 고민하기도 싫고, 사실 재미만 있다면, 상관 없지 않겠습니까? 근데, 확실한건 무협이든 주먹소설이든 간에, 이 장르는 확실히 정형화되어서, 좋게말하면 완성되었고, 나쁘게 이야기 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예,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죠. 재미없어요. 같은 내용도 한 두번이지, 모례시계의 90년대를 풍미한 뒷골목 건달 이야기는, 이미 김두환이 드라마로 나왔을때, 화려하게 지고 있었단 말입니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책도 그렇고 문화 자체가 그 '주먹'세계를 소재로 확실히 잘 써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제 조폭 키워드는 '친구' 부터 코믹조폭장르까지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어서 이제는 식상한, 10년 전부터 신메뉴라고 메뉴판에 올라와 있는 상황 이란 말이죠!
그런데, 장르쪽 주먹소설의 경우는 더욱 소재나 플롯이 경직되어 있어서, 과묵한 상처가 많고 그러면서도 여자에게는 상냥한 한 잘싸우는 남자가, 자신을 거두어준 보스의 죽음과 함께 찾아온 배신의 칼날에 쓰러저, 사랑하는 보스의 딸의 선처로 살아나, 복수를 다짐하고 세력을 키워, 결국 자신의 여자를 품에 안고있는 배신자를 무찌르고 석양을 배경으로 유유히 남겨둔체 사라지는... 제가 써놓고도 참 식상합니다만, 아무튼 저기 물건너 야쿠자 소설을 쫌 많이 따라하고, 누구누구씨 무협과도 상당히 흡사한 플롯이죠.
예전 신무협 이전의 무협 왕도가 천하제일인과 무림일통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주먹계 소설은 돈과 권력, 힘, 여자 등 남자의 마초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많은 소재들을 다루어 카타르시스를 이끌어 냅니다.
이것의 변주로, 일진풍으로 젊어진(?) 주먹계도 존재합니다만,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랄까요.
이때! 제가 주목하는 두 작품이 있으니, 오늘 소개할 '연원질풍보'와 임준욱씨의 '무적자'입니다. 임준욱씨의 '무적자'는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제가 추측하기로는 후속권 문제, 기존장르와는 달라서 아예 다른 레이블로의 출판과, 일반소설로도의 출판 가능성, 기존 무협시장의 특성상 출판사의 출판 고민 등등) 아직 시중에 출판되지 않아서, 나온 다음에 한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연원질풍보는 무엇이 다른가? 주인공이 조폭이 아닙니다. 엘리트 약사죠. 할렘은 좀 비슷한 것 같습니다만. 반유환형님 참 부럽...큼,큼, 농담은 그만하고, 이게 참 중요하죠.
그는 일반 소시민으로써, 무(武)의 세계를 접하고, 정말 진실되게 현시대에 무를 추구하는 것을 고민하는 현대의 무사입니다.
총한자루면, 18반 무예 계승자나, 해동검도, 선무도, 등등 기타 전승되는 모든 무술을 쉽게 압도할 수 있는 현실에서, 무는 더이상 싸움의 도구가 아닙니다. 효율적이지 못하죠.
적수공권이 이루어지는 격투기 세계에서도, 각종 무술은 현대적으로 효과적으로 재정립된 각종 기술만을 익혀지고 있는 분위기지, 이소룡의 전성기처럼 어떤 무도가가 고단한 수련을 거쳐, 무도를 추구하는 와중에 정상에 서는 일은 이제 신화가 되었죠.
무가 죽었습니다. 총만도 못하고, 격투기 만도 못합니다. 태초에 목숨을 건 투쟁에서 태어나 승리를 가져다 주었던 무술은 이제,현대인에게 심신단련과 운동, 다이어트, 스트레스해소 등으로 소비됩니다.
이게 도시의 무(武)이며, 그렇기 때문에 무협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기가 쉽지 않죠. 판타지, 즉 환상이 없거든요. '총쏘면 죽잖아!' '이형환위로 피해!' '그런게 어딨어!' 예, 그런거 없습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은 사실, 환상과 현실의 정말 교묘한 줄타기를 타는 동시에, 죽어버린 무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를 짜기가 굉장히 힘들죠.
그래서 보통, 이 부분은 타협을 합니다. '총 쎈거 인정! 근데, 무술하는 사람도 쎄다!' 근데 연원질풍보가 진짜 일급사격수와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분 없으시죠? 내공 이야기 나왔을때 부터, 이건 픽션입니다. 따지고 보면 말이 안되죠. 잡공타? 일격필살?
그런데, 끌리죠. 무가 그렇게 강하고, 현대, 즉 현실을 이길 수 있다는 판타지는 참 흥분됩니다. 일종의 로망이랄까요, 누구나 가지고 있는 향수 있잖습니까? 최배달 처럼,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무찌를 수 있다는 로망!
하지만, 연원질풍보가 이것 뿐이었다면, 제가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죠. 제가 이야기한 주먹소설도, 저건 다 써먹었습니다.
그렇다면, 연원질풍보의 매력, 그리고 현대무협의 새로운 시발점으로써의 의의는 과연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의 내리자면, 그것은 무(武)가 본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수양적이며, 동시에 구도적인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무협을 보는 까닭은, 단지 그것이 강하기 때문이 아닌, 인생의 답을 무도를 통해 묵묵히 걷는 걸음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유환 형님은, 처음에 현실적으로 약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짬짬히 선무도의 수양하시는 평범한 사람입니다만, 연원질풍보에서 알수있듯, 무가 좋고, 그것의 수양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현대의 무도가 입니다.
사실, 이건 분명 지적되야 할 일이었습니다. 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시대에서 무의 가치는 무엇인가?
기존의 현대 무협은 이 질문을 피해갔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강하다, 이거죠. 그래서, 무슨 광선검 마냥, 주인공의 무는 오직 도구적으로 쓰여지고, 한계가 드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반유환의 연원질풍보? 분명 소설에서는 강하고, 기존 현대무협과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만, 다릅니다. 왜냐구요? 주인공은 '강해서' 가 아니라 '강하지 않아도' 그냥 순수한 무도의 완성을 꿈꾸는 과정에서 강해진 사람이거든요.
그 평범함이, 그리고 그 진솔함이, 현대 시대에 대한 지금도 땀흘려 가며 무(武)에 정진하고 계신, 도시에서 피어나는 무사의 혼(魂)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모든이의 모습이, 반유환을 통해 물씬 풍겨나옵니다.
저도 한때 유도를 하면서, 옆의 형님들이 싸움에는 유도보다 킥복싱이 좋네, 어쩌네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조금 서글프더군요. 이제, 강하지도 않고, 기술이나 스포츠가 되어버린 무(武)
아이들 입시나, 아가씨들 다이어트, 등등도 나름 가치있는 쓰임입니다만, 동시에 퇴색해 버린 그 무도에 대한 정진은 아직도 우리의 마음을 떨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봅니다, 전.
가끔 티비에 나와 사기치시는 분들 말고, 정말 묵묵하게 전통무예나 무도를 추구하시는 분을 보면, 강하지 않아서 오히려 본질적일 수 있는 무도의 본연의 자세가 참 보기 좋더라구요.
그래서 전 연원질풍보가 참 좋습니다. 이 시대, 무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이자, 삶에 녹아있는 도시의 무인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멋진 소설이죠!
지금은 부모님의 원수인 대기업이 저지른 죄를,사회적 모순때문에 법이 아닌 힘으로 밖에 해결할 수 없고, 그 와중에 기존 주먹계와는 다른 '본얼티메이텀'과 같은 스릴 넘치고 박진감 넘치는 행보를 보여주고 계시지만, 단지 무(武)를 힘의 우위나 복수의 도구로써만 다루시지는 않겠죠? 저는, 저의 기우라고 믿습니다^^
무도를 추구하는 도시의 무인으로써 고뇌와 현실을, 복수라는 여정속에 연재 끝까지 잘 녹여내신다면, 연원질풍보는 '이거야 말로, 현대무협이다!' 라고 자랑할수 있는 정말 휼륭한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작가님!!! 추천글 보시고 힘내세요! 지금까지 저의 찌라시를 읽으신 모든분들, 연원질풍보, 찌라시보다 백배 더 재미 보장하니까 우선 읽어보십시요! 저의 보잘것 없는 추천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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