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최서완(파래)
작품명 : 얼음램프 1부(전5권)
출판사 : 로크미디어
결국은
녹아버리고 마는군요
내가 피운 불꽃이
조금이라도
어두운 곳을 밝혔을까요
'얼음램프'라는 뜻을 가진 기라라는 이름의 소녀,
그녀가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
그것이 파래님의 소설 얼음램프다.
처음에 그녀는 별 생각없는 평범한 아이였다.
사정상 남장을 하고 수도원에서 일을 돕는.
그러나 대귀족 가문에 시종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조금씩 세상의 다른 면을 알게 된다.
고통받고, 협박받고, 분노하면서,
기라가 열망하게 된 것은 주체성이었다.
자기의 몸, 자유, 목숨까지도 지금은 자신의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자기의 주인으로 남기 위해서.
난 그녀의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칼을 휘두르고, 열심히 일하고....
그러면서도 어느새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훌쩍 찾아온 첫사랑, 대공자인 '무피'를 위해서 살아가는
자신을 보고 괴로워 하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런 그녀에게도 어느새 소중한 것들이 하나하나 늘어간다.
검에 붙은 건방진 정령 군터가 소중해졌다.
그녀만을 바라보며 사는 반인반요의 시종 쿠헬을 아끼게 되었다.
재수 없던 무피의 동생 하츠넬이 어느새 친구가 되었고,
사실 여자인 것도 모르고 수줍게 고백하는 공녀가 사랑스러웠다.
많은 이들을 아끼게 되었고, 수많은 전우가 생겨났다.
가슴 가득 생겨난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방황하고 괴로워하고 내쳐지고 자학하며
결국 마지막에 그녀가 내린 결론은..
음.. 결론은 아직 안났다.
안났다고 믿는다. 났더라도 안났다. -_-
2부가 남아있으니까.
기라는 참 멋진 캐릭터다.
별로 예쁘지도 않아서 남장하면 완전 소년이지만
언제 어느때나 성실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한다.
오직 자신만이 자기의 주인이 되길 바라지만,
한편으로 사랑때문에 흔들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런 사랑에 질척대지 않고
주체성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도 좋았다.
그녀는 강철같이 단단한 의지도
얼음같이 차가운 이성도 갖추지 못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고민하고,
헤메면서도 멈추지 않고 길을 찾는다.
사실 얼음램프를 소개하자면 이야기할 것은 이보다 훨씬 많다.
매력적인 조역들, 잘 절제된 마법관, 초월자의 씨앗,
치열한 정쟁, 기라의 목소리, 기사단에서의 활약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기라라는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램프는 어둠을 밝힌다.
불은 얼음을 녹인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18953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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