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사카키 이치로
작품명 : 스트레이트 재킷 11권 - 인간의 내일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대체 누가 저런 것을….”
젊은 기계공 잭 롤랜드는 멍하니 중얼거린다. 그것은 트리스탄 시에 갑작스레 우뚝 솟은 거대한 ‘기둥’이었다. 그것에 접근하면 목숨을 잃게 된다며 혼란스러워하는 시민들.
이윽고 여러 개의 기둥에서 뻗어 나오는 빛줄기는 돔 형상의 결계가 되어 시를 봉쇄한다. 공포 상태에 빠진 봉쇄 도시에서, 카펠테이타는 레이오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같은 시각, 레이오트와 필리시스는 폐허 마을 이졸데에서 <결사>의 맹주 오페르토리움과 결투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서, 레이오트에게 남은 구속도수는 2. 레이, 카펠테이타 그리고 사람들의 운명은? ―대인기 시리즈 드디어 완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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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국내에 출간된 이 1권 '인간의 형상'으로부터 근 7년의 세월이 흘러 드디어 한국에서도 대망의 완결을 맞은 하드보일드 액션 판타지 '스트레이트 재킷'입니다. 그동안 OVA 애니도 제작되고 하는 등 여러가지 많았지요.
초기의 폭발적인 반응에 비해 늘어지는 전개로 팬층도 많이 떨어져 나가고, 일본에서는 작년 9월에 완결권이 나온 것을 거의 1년이 지나서야 정발해 주기도 했고.
하지만 마찬가지로 몇 달 전(... 이라고 해도 1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완결난 '풀 메탈 패닉'과 함께, 제가 열광해 온 하나의 시리즈가 끝난다는 것은 감개무량한 일입니다. 아직 라이트노벨이란 물건이 "스토리의 힘"의 의지할 때 나온 작품이니 만큼, 하나의 시대가 점차 끝나간다는 느낌도 받고요.
일단 들어가기 전에 한가지 더 말하자면,
이게 일본판 완결권 표지.
... 하도 장기간 간행된 시리즈라서(일본에서는 거의 10년동안 나왔으니), 표지에 제목과 박스일러만 달랑 붙여놓던 후지미 판타지아 문고가, 대대적인 개혁 바람과 함께 표지 디자인도 일색되었지요. 하지만 국내정발판은 스트레이트 재킷 첫 출간 당시인 고전적 박스일러 표지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쓸대없이 고집 부릴 필요 없지 않나요(...). 표지 디자인 비용을 이제와서 넣기에 아까울 정도로 비인기 시리즈였나, 스트레이트 재킷. 게다가 저 표지 찾으려 보니까 국내판 1권은 이미 절판되었음. 아아...
어쨋거나 본편 11권, 외전 3권 합쳐 총 14권으로 이 '스트레이트 재킷'은 완결입니다. 원래는 5권 완결 예정에, 2부 계획도 있었다지만 이제는 그런거 없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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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예정이던 내용을 11권까지 끌고 온 것에 비해 결말 최종전 처리는 진행이 빨랐달까, 그다지 임팩트가 없는 게 흠. 9권의 '철거인'이 보여주었던 패기넘치는 존재감과 혐오감, 끔찍함을 생각해 보자면 '결사의 맹주' 오페르토리움은 그 강함의 질은 차원이 달랐지만, 역시 '리마'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존재로 인해 전투의 긴장감이 많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표지 뒤 소개글에서 소개된 '구속도수 2개의 절체절명 상황!'이 너무 싱겁게 해결되버리는 터라...
무엇보다 '오페르토리움' 자체가 "위협적인 보스"로서는 별다른 배경 설명도 없이 갑툭튀 한 느낌이 없잖아 있지요. 도베른, 리마, 론 콜그 등 '원류마법사'들의 과거사를 좀 더 차분히 보여주고, 오페르토리움에 대한 배경을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속에 더 자연스레 녹여주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
그러기에는 안그래도 마냥 허비해버린 분량이 좀 크지만(...).
레이오트(인간) vs 오페르토리움(신)의 대결을 최종전으로 삼지 않고, 레이오트('인간'이고자 하는 인간) vs 자격자(인간을 버리고 초월하고자 하는 탐욕으로 물은 자)의 대결 구도로 이끌고 간 것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이코노클라스트'에서도 보였던 사카키 이치로의 특색처럼도 모이더군요. 작가에게는 인간의 적은 어디까지나 최종적으로는 '인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일종의 모토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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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르토리움' 전투의 허무함에 비해 '트리스탄 시가전'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때까지 얼굴을 보였던 다양한 인물들이 필사의 각오로 함께 위기에 대항하는 그 장면. 거기에 깜짝 활약하는 모 아가씨까지. 10권에서 레이오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 이후,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을 어필하는 장면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런 식으로 나올지는 예상 못했습니다;
'자격자'들이 한꺼번에 우수수 등장했다가 한꺼번에 우수수 썰려나가는 건... 뭐, 완결권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치죠. 아무리 생각해도 설정은 쩔면서 '백작' 말고는 제대로 된 전력이 없네 이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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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 있어서 아쉬웠던 것은 결국 끝까지 '필살기' 같은 게 없었다는 걸까요. 마법을 강화하는 '마검'을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마검이 "마법 강화"보다는 "구속도수 소모 절감" 쪽이 더 부각되었죠.
"마그나 블라스트를 쏠 수 있는 구속도수 2개로 맥시 블라스트를 쏠 수 있어요!"도 대단하긴 한데, "그러니까 이걸로 맥시 블라스트를 쏘면 더 쩔겠지!" 같은 장면도 한번쯤 나와 줬으면 좋았을텐데(...).
뭐, 어쩔 수 없죠. '스트레이트 재킷'은 '막강한 힘을 가진 적'을 '한정된 자원'만 가진 인간의 기지와 전술로 이겨나가는 것을 추구하니까. 이 점은 마지막 권 '자격자'들과의 전투에서 다시금 강조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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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전에서 '레이오트'의 결말은 어찌보면 1권이 나왔을 당시부터 이 시리즈의 설정 자체에 깔려있던 '당연한 수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누구나 예상했을거에요.
그렇지만 그 흐름이 약간 아쉬웠던건 완결이라서 그런 걸까요. 좀 더 여러가지를 담을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너무 깔끔하지 않았나 해요. 그렇다고 안그래도 분량 많은데 늘어지면 읽기 피곤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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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깔끔함이 에필로그에까지 적용되었다는 것도 좀 아쉽습니다. '이코노클라스트'에 비교해서도 좀 더 자세하게 '이 후 이야기'를 써 주었으면 좋았을 걸 그래요. 여러 사람들과 트리스탄시의 이후를 간략하게 소개해 주긴 했는데, 정작 중요한 레이오트의 몸이 어떻게 된 건지, 그로 인한 영향은 없는지 어느정도 서술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깔끔한게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에필로그' 정도에서는 작가의 서비스 정신이 팍팍 들어갔으면 좋겠네요. 어차피 이제 끝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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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중학교 시절 처음 접하고 '마법'과 '마족'에 대한 참신하고도 디테일한 그 설정에 반하고, 쇠와 피와 불꽃의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리는 듯한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에 반하고, 하드보일드하고도 어두침침한 그 스토리에 반하고, 레이오트의 '죄'의 고뇌와 그를 바라보며 내놓은 카펠테이타의 '진심'에 감동하고, 그들과 함께 해 왔던 7년의 시간도 이걸로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사카키 이치로씨(그러니까 글공장짓 작작하고 다시 이런 빡세게 만든거 하나 쓰란 말이다).
ps. 1권 시절과 비교해보면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 성향도 참 많이 변했습니다. 단순히 수작업과 CG 작업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후반부 일러스트들은 상당히 밝은 분위기가 많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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