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촌부
작품명 : 천애협로
출판사 : 청어람
내내 읽으면서 느낀건 촌부님은 도가향이 나는 글을 정말 잘 쓴다는 겁니다. 우화등선, 자승자박, 화공도담 3가지 글이 도가적 냄새가 물씬 나면서도 따스한 글이었죠. 읽으면서 내내 포근함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최근에 마무리를 지은 마감무림도 잘쓴 글이라 생각합니다. 코믹한 상황이 이어지면서도 패러디를 잘엮어서 썼죠. 나름 변화구를 던진 것 같았는데 이것도 제 취향을 직격했었는데...
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좋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촌부님글의 후미에 후기나 그런 게 아예 없었고 중간에 조기종결된 느낌도 좀 들었습니다.
그래도 전 조기종결이니 뭐니 하는 느낌이 들었어도 마감무림을 좋게 평가하는 것이 촌부님의 글 중에서 마냥 착한 놈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단 겁니다.
요 마감무림의 주인공이 어떤 모습을 보이냐 하면 딱 속물적인 모습을 보여 줍니다. 허세는 쩔고 소심하고 찌질하지만 이 놈이 밉지를 않았습니다. 물론 출판 편집 담당하는 분들에겐 자기 담당작가를 떠오르게 해 얄밉겠지만 말이죠.
마냥 착한 인물이 아닌 어느 정도 입체적인 인물을 그리면서 웃기는 글을 풀어가면서도 여전히 글을 잘쓰고 즐겁게 해준 건 저에게 잘쓰는 작가는 어떤 글을 써도 여전히 잘쓴다는 걸 보여 줬죠.
요 천애협로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전히 빼어난 글입니다. 그리고 따뜻한 글이죠. 촌부님 글을 보면 세상이 그렇게 따뜻한 곳이 아니고 아프고 슬픈 곳임을 보여주지만 역설적이게도 세상이 포근하고 살만한 곳임을 보여줍니다.
초창기 주인공 소량과 형제 자매들이 할머니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세상에 대한 독기만 남았겠죠. 치매가 들린 할머니가 그저 온전한 사랑을 주었기에 소량들이 세상을 밝게 살게 됐으니 말이죠.
2권 중반에 소량이 연호진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독한 놈의 세상인 그런거야."라고 위로합니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믿음, 한겨울의 이불 속 같은 따뜻함을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읽으면서 감탄하며 역시 촌부! 이러고 있는데 감상글이 별로 보이지 않아 한 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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