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유메노 큐사쿠
작품명 : 소녀 지옥
출판사 : 디앤씨미디어 이타카
『도구라 마구라』와 더불어 유메노 규사쿠 후기 걸작으로 손꼽히는 『소녀지옥』
그녀들은 어째서 ‘마음의 지옥’에서 고통받아야 했을까?
“히메구사 유리코가 자살했습니다. 이름처럼 가련하고 티 없이 순결한 그녀는 귀하와 소생의 이름을 저주하며 자살한 겁니다.” 천재적인 실력과 남녀노소를 사로잡는 사랑스러움을 갖춘 간호사 히메구사 유리코.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정말 사소한,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전 니타카 씨를 사랑하게 됐어요. 아마 곧 그이에게 살해당하겠죠.” 버스 여차장으로 일하는 도미코는 신임 운전기사 니타카와 만난다. 도미코는 그가 소문으로 떠도는 버스 여차장 연쇄 살인마이자 자신의 친구 쓰야코를 죽인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의도적으로 접근하지만……. 「살인 릴레이」 *아사노 타다노부 주연 영화《꿈의 은하(ユメノ銀河)》원작
“부디 제 작별 선물인 숯덩이 시체를 받아주세요. 전 영원히 당신 것이니까요.” 현립 고등여학교에서 일어난 기괴한 방화사건. 현장에서 신원미상의 소사체가 발견되고, 덕망 높은 교장 모리스는 발광하고 만다. “‘화성의 여자’의 거짓말을 믿지 말라”는 모리스의 부르짖음에 숨겨진 사건의 진상은? 「화성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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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씨미디어 산하 브랜드인 '이타카'는 주로 한국의 본격 장르문학을 소개하는 터라, 일본의 유명 추리작가인 유메노 큐사쿠의 단편집인 이 책이 '이타카'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살짝 의아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거 상관없어요. 장르문학 전문 브랜드에서 출판해서 그런지, 표지가 엄청 예쁘니까.
이 책은 '소녀 지옥' 3연작을 비롯해 몇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나같이 '여성'이 있지요.
1930년대 일본. 여성 교육의 활성화로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이 늘어나지만, 결코 '남성'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던 시대. 그 속에서 자기가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던 '소녀'들이, 그 압제 속에 순수를 잃고 결국 파멸을 택하는 '소녀지옥' 3연작.
그리고 '남자를 잡아먹는 여자'라 불러야 할, 파멸적인 매력을 지닌 주체적인 여성들과 거기에 얽혀 파멸해가는 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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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런 깊은 이야기는 작품 뒤에 실린 역자 해설을 읽기 전까지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냥 '소녀'에 대한 묘사가 정말이지 아름다우면서도 유리날 위에 올라간 듯 섬세하고 살떨리는 느낌이라, 읽는 내내 무언가 기묘한 두근거림을 느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소녀지옥의 1편인 '아무것도 아닌'과, 소녀지옥 연작 바로 뒤에 실려있던 '동정'.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짓말에 사로잡혀, 마지막으로 찾은 '안식'에서 추방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더욱 큰 거짓말을 하고, 결국 자기 자신을 '거짓말'로서 파멸에 이르게 만들어 버린 한 여자의 이야기.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어울리면서도, 결코 연민의 정을 버릴 수 없는 한 여성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참으로 우울한 기분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동정'의 경우, 한 남자의 죽음 직전의 이야기와, 그때 만난 여성의 이야기를, 정말이지 손 떨리는 필치로 묘사해 놓았는데... 작 중 서사는 그렇다치고, 정말이지 묘사 자체가 처절하고 아름다워서 읽는 내내 글에 빠져 있었네요.
그 외의 작품들도 각기 등장하는 '여성'들의 인물상이 다양하면서도 강렬합니다. '화성의 여자'는 현대 학원물에서 튀어나온 듯할 정도에요.
30년대 작품이고, 변격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입니다. '탐정소설'이라기 보다는 '미스테리 소설'. 작 내에 '표현되지 않은' 미지를 찾는 것은 또 다른 재미로 남겨둘 수 있습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름답고 우울한 그 분위기 자체를 묘사하는 문장 하나하나를 즐기는 것 자체로 충분히 마음에 들었네요.
번역가 후기에 실려있는, 유메노 큐사쿠가 '탐정소설'에 대해 정의내리는 문장은 그야말로 극단적이고 살벌한 단어를 막막 쏟아내는 터라, '이얏호 변태 만세!'라는 느낌입니다. 이런 사람이 30년대에 존재했다니! 옛날부터 변태였구나, 이 판은!
아아, '도구라 마구라' 읽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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