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아야사토 케이시
작품명 : B.A.D.(Beyond Another Darkness) 1권 - 마유즈미는 오늘도 초콜릿을 먹는다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오다기리,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일 정도가 안 되면 미친 축에는 들지 않아.”
초콜릿을 한 손에 들고 그녀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거만하고 냉혹하며 이기적인 편식가. 그리고 빨간 종이우산을 손에 들고, 고딕 롤리타 복장을 몸에 걸치고 내 절망에 뿌리친 미소를 짓는 열네 살의 이능력을 가진 소녀, 마유즈미 아자카.
하지만 그 만개한 벚꽃 아래에서 그녀는 말했다. 내 옆에 있어주겠다고...
잔혹하며 애절한, 추악하고 아름다운 미스터리어스 판타지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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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의 호평을 들으며 호기심을 키우고 있던 B.A.D. 1권. 얼마 전 외박 나갔을때 서점에 들려서 구입해 왔습니다. 일단 '하늘색 팬더믹'과 함께 제 11회 엔타메 대상 우수상 수상작이며, 이 작가의 데뷔작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 점호가 끝난 뒤 연등실에서 전등을 켜고 빗소리를 배경으로 읽었지요.
작품의 기본적인 컨셉는, 얼핏 흔한듯 보이는, 아니 오히려 요즘에는 보기 힘들어진 순수한 '오컬트'.
복잡하고 정교한 설정같은 것에 의지하지 않는,
오로지 '원한', '유령', '인간의 추함', '귀신의 혈맥'같은,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소재를 가지고 진행시키는, 단편 에피소드 중심의 오컬트 사무소물입니다. 우선 이 소재 자체가 가진 순수한 매혹에 한번 뻑 가고! 이런 거 완전 취향! 요즘에는 이런 소재, 만화책에서도 잘 안다룬다고요!
그리고 철저하게 비정하고 냉혹한, 신비한 힘과 신비한 매력을 가진, 인간의 위에서 인간세상의 추함과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초연하게, 확고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마유즈미 아자카'라는 히로인에 다시 한번 뻑 가고!
"남을 저주하면 자신도 응보를 받는다"라는 원칙에 철저한, 뒷맛 씁쓸하기 그지 없는 짧으면서도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에 또 뻑 가고!
자살, 근친애, 병든 사랑, 살인, 가정폭력, 권력욕, 식인, 광기, 복수 등 온갖 어둠에 물든 작품 자체의 성향에 완전히 환호하고!
마지막 장, '주인공과 마유즈미의 이야기'에서 펼쳐진, 독자의 강도를 시험하는 듯 한 가혹하기 이를대 없는 '생지옥'의 장으로 몰린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에 완전히 K.O.
주인공의 사연이, 이제껏 봐온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살벌하고 처절합니다. 자신의 어설픔에 의하여 잃어버린 '소중 한 사람'의 원망을, 그런식으로 확고하게 지고 가는 캐릭터라니!
나오는 캐릭터들 전원이 맛이 간 애들 뿐이라, 그 안에서 처연하게 울부짖는 주인공이, 라이트노벨 주인공답지 않게 엄청 공감이 가요. 아아, 진짜 내가 이 상황이어도 미쳐버렸을 것 같아. 라는 식의 공감이(...).
그러면서도 아자카와 기묘한 연대감을 표현하는 여운 있는 결말과, 탄탄하면서도 차분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우울한 문장력까지!
게다가 닥치고 잔인한것도 아니고, 인간의 추함을 추구한 끝에 나온 파괴적이고 장식적인, '아름다움'이 초콜릿 코팅처럼 듬뿍 발라져 있어가지고!
으악! 도무지 좋아서 견딜수가 없다! 같은 달에 나온 '공허의 상자와 제로의 마리아'가 그 탄탄한 구성력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이 책은 그냥 그런거 없이 막 막 좋아요! 다른 말 필요없어! 이건 날 위한 책이야! 2, 3권 당장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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