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이름만으로 가슴을 설레게하는 작가는 드물다. 그리고 작품마다 그 이름값과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작가는 더더욱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다시피 무협세계의 초창기에는 멋들어진 제목을 보고 작품을 고르다가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읽는 시기가 있다. 그러다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가 있고 그러면서 작가이름을 보고 작품을 고르는 시기가 있다. 이때까지는 아마추어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만 읽으면 되니까.
그 첫머리에 단연코 금강이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축약된 문장에서 나오는 금시라도 폭발할 것 같은 힘....급박한 반전과 반전....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금강의 문장과 그나마 비슷한 작가가 용대운이다. 문제는 용대운이 반페이지나 한페이지에 걸쳐서 서술해야만 하는 장면을 금강은 그보다 훨씬 적은 문장만으로 훨씬더 힘있고 실제감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데서 두 사람의 차이가 있다. 뭐 이렇게 말한다면 용대운의 많은 팬들의 항의를 받을 수 있지만, 나두 용대운의 팬이라는걸 알았으면 한다.
그런데 그런 내가 금강의 작품을 읽다가 중도에 포기한게 있다. 그게 '대풍운연의'다. 박스무협을 읽으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대풍운연의는 상당히 오랜기간 금강의 영역속에 있었던 작품이다. 박스무협시대부터 광고를 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기대하는 독자분들이 어느정도 있었을 것이다. 나를 포함해서...
읽으면서 '뭔가 미진하다...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원인이 한효월의 사매로 등장하는 독고경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독고경의 위치가 너무 애매모호하다. 즉 스토리전개상 중요한 인물인데 읽는 독자입장에서는 그리 중요한 위치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괴리감이 대풍운연의의 초반부와 중반부까지 계속된다. '별것도 아닌 등장인물이 왜 대단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지?'하는 의문이 읽는 동안 계속되었다. 이런 의문때문에 결국은 대풍운연의를 중도에 덮게하는 초유의 사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정말 초유의 사태다. 내가 금강의 작품을 중도에 덮다니....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다.
이것뿐이 아니다. 종전에 발표했던 작품에 비해서 긴장감이 느슨하다. 마치 3권짜리를 쭈~~욱 늘여놓은 느낌을 받는다. 모르겠다. 대풍운연의에서 나오는 독고경이 발해의혼에서 나오는 금령과 같은 느낌과 위치를 갖는다면 대풍운연의는 참 좋은 작품이었을 것이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여튼 아쉽다. 대풍운연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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