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로토
작품명 : 귀환 진유청
출판사 : 뿔미디어
귀환진유청의 시작은 무척 좋았습니다.
주인공이 회귀해서도 아무 의욕이 없는 그런 일반 회귀물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그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는 회귀전 사이가 안좋았던 가족들과의 따스한 정이 독자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 회귀전 진유청을 무시했던 주변인물들에게 사랑을 받고 인정을 받는 과정 역시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었기 때문이겠죠.
그렇지만 그부분을 벗어나면 그 다음 부터는 작가의 치밀한 구성을 요합니다. 이제부터는 작가가 설정한 이 책의 재미인 귀환의 어드벤티지를 거의 다 쓴 상태인겁니다. 더군다나 진유청처럼 의욕없는 주인공의 한계는 다른 책 보다 더 빨리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3.4권에서는 가족과 주변인물들을 떠났으니 당연히 독자에게 재미를 줄 거리가 더 이상 없습니다.
주인공이 워낙 목적이 없으니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기도 힘듭니다. 집을 떠난 이후부터는 읽으면서 독자가 뭘 원하는지 제가 책을 읽으면서도 저 스스로도 잘 모릅니다. 이런책은 작가가 독자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기발한 천재가 아니면 작가의 필력을 떠나서 당연히 재미가 없을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작가는 동천처럼 농담따먹기나 하면서 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질질끄는 소설을 계획했었나 본데 동천은 그 엄청나게 느린전개로 요즘 독자들의 코드에는 좀 맞질 않습니다. 동천이 요즘 나왔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보통 진유청처럼 의욕이나 목표가 없는 주인공인 경우는 형이 죽거나 아니면 큰 사건이 일어나서 주인공이 자신의 나태함이나 게으름을 벗어던지고 목표를 가지게 되는게 진부한 공식이지만 그건 유일한 공식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건 귀환물이라서 거기서 한 번 더 꼬아주는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건 애초에 귀환의 의미가 사라지니까요.
전 1.2권을 재미있게 봤으나 작가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진행을 하나 우려를 했고 제 예상을 벗어나주는 작가의 천재성을 기대했는데 슬프게도 역시 예상대로 스토리는 흐르고 3.4권은 무척 재미가 없더군요.
이런 나태하고 목적없는 주인공을 가진 소설의 길은 잘 봐줘야 두가지 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엄청난 고난이 찾아오고 또 그러면서 주인공을 굴리고 그래서 주인공이 목적이나 복수심을 가지게 하던가, 아니면 주인공의 목적의식이나 나태함은 그대로 두고 운이 따르고 기연이 따르게해서 주인공이 의도하지 않은 대 성공을 거두던가 둘중에 하나겠죠.
그런데 전자의 경우는 회귀물이라서 거의 불가능하고 후자의 경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설정과 전개,그리고 복선이 완벽하게 짜여져 있어야 합니다. 조금만 허술하거나 진부해도 독자들에게 외면받고 쓰레기라고 욕먹기 딱 좋은 글이죠. 물론 그런글을 잘 쓰면 녹정기처럼 명작으로 평가받을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그건 글은 무협에 어느정도 일가를 이룬 분들도 쓰기 어려운 글이죠.
아마도 작가님은 초반의 재미만 생각하고 글을 쓴 티가 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오해이길 바라며 다음권은 부디 작가님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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