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모미
작품명 : 쐐기풀 왕관
출판사 : 문피아
안녕하세요, varsa(바사)입니다.
우선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극히 주관적인 비감이라는 점입니다. 실상 비감이 그럴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을 쭉 읽으시고, 그렇다 싶어 수긍할 수 있는 부분만 받아들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니다, 싶은 부분은 가볍게 무시해주세요.
사람마다 보는 시야가 다르기 때문에 그 시야를 모두 맞추면 글이 산으로 가거든요. 작가이신 모미 님께서 냉철하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제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면 시원하게 웃어주시는 겁니다.
아, 처음에 A4용지 빽빽하게 비감 기록을 해놨었는데요, 요즘 정신이 없어 책상 정리를 하다가 그 종이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좀 빠진 비감이 될 듯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쐐기풀 왕관’을 세 번 선작했다가 세 번 선작삭제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에 선작하고 끝까지 봤지요. 선작삭제한 이유를 이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1편을 본 느낌은 ‘우와’였습니다. 소름이 돋더라고요.
이런 분이 계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도 글을 쓰지만, 글을 쓰는 시간보다 읽는 시간이 더 길고요, 글을 써온 날들보다 읽어온 날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독자의 입장에서 다른 분들의 글을 읽습니다.
아는 분께서는 다른 작가의 글을 읽으면 작가의 눈으로 보게 된다고 하셔서 음?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쪽이 잘 안 되는 편입니다. 머리가 딱 비면서 순수하게 그 자체를 즐기면서 읽게 되지요. 그래서 작가가 웃으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웃고, 울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웁니다. 더불어 재미가 있으면 계속 보고 재미가 없으면 슬그머니 그만둡니다.
이야기로 돌아가서―,
1) 내용상의 문제.
초반에 읽은 느낌으로, 저는 이 작품이 엄청나게 커질 줄만 알았습니다. 거대한 덩어리일 거라고 예상해서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지요. 그런데 중반까지 읽어도 큰 사건이 없는 겁니다. ‘사건’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게 어떤 느낌이냐면요.
「내용은 있는데 스토리가 없다.」
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겉에서 빙빙 도는 감도 있습니다. 안으로 치고 들어가서 퍽퍽 터지는 게 아니었지요. 그래서 실망을 했습니다. 정말 근사한 작품을 찾았다고 생각해서 미친 듯이 여기저기 추천을 해놓고 계속 읽어보니 어, 어, 어, 하게 되는 기분요.
사건이 매끄럽게 물살을 타고 흘러가는 게 아니라 움찔, 움찔, 멈췄다 나아갔다 합니다. 그것도 표면에서만요. 강으로 비교를 하면 위의 수면만 보입니다. 그 아래의 거친 물줄기가 읽히지 않는 거지요. 어디로 가야 하나 하고 갈등하는 느낌이 묻어납니다. 혹시 작가님께서 겁을 내시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습니다.
사건이 터지며 결정적인 목적지를 향해 흘러가는 느낌이 없어서 선작을 삭제했습니다.
추천이 계속 나오는데도 선작이 늘지 않는 글이 있습니다. 제 글도 그렇지요. 스토리의 강약 조절을 못해서 그러는 게 1차고요, 터트려야 할 때 제대로 터트리지 못해서가 2차입니다. 쥐었다 풀었다를 못하는 겁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설명을 길게 늘어놓고, 독자분들에게 강펀치를 날려야 할 상황에서 찔끔, 주먹만 내밀다 마는 경우요.
요건 제 단점이기도 합니다(긁적) 음, 저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스토리’가 주가 되어야 합니다. 얼마나 잘 풀어낼 수 있느냐―요.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느냐.
너무 많은 걸 알려주시려고 하면 읽는 쪽에서는 지칩니다.
소설이 잘 되었는가 하는 건 본문 내용을 싹 빼고 대사만 쭉 읽어보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사·독백만으로도 ‘이 대사는 누가 하는 거구나’하는 성격이 드러나야 하며, ‘상황이 어떻구나’하는 게 나타나야 한다고요.
2) 인물의 문제.
오슈드에게는 A.T필드가 있습니다. 절대방어막요. 작가이신 모미 님께서 바로 A.T필드입니다.
‘쐐기풀 왕관’은 스토리를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오슈드를 위해 쓰는 글이구나―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슈드의 고난이 고난 같지 않습니다.
구른다고 해도 구르는 느낌이 안 나지요. 글을 읽다보면 뚝뚝 떨어지는 ‘애정’이 보입니다. 그래서 오슈드가 강의 수면에서 헤엄은 쳐도 깊은 바닥으로 잠수해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a. 가벼운 느낌이 납니다.
b. 오슈드의 성장과 스토리가 이어져야 하는데요, 그런 발전이 보이지 않습니다(사실 꼭 성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c. 어둡긴 한데 무겁진 않습니다.
아래는 ‘c. 어둡긴 한데 무겁진 않습니다’에 대한 추가설명입니다.
오슈드가 방에 갇혀 있습니다. 좀 어두침침하지요. 창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뿐입니다. 처음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하고 걱정하며 두근두근 지켜보던 사람들도 지루해지기 시작합니다. 변화가 없어서요. 요게 ‘어둠’입니다.
제 기대는 이랬습니다. 순전히 기대일 뿐입니다(바들바들)
그 방의 좌우에서 벽이 밀려오는 겁니다. 오슈드를 압박하는 거지요. 숨통이 조여드는 느낌이었으면 하고 기대했습니다. 얘가 살아남을까 죽을까, 이거 이러다 큰일 벌어지는 거 아니야, 어쩜좋아, 어쩜좋아. 갑갑하고 막막하고, 오슈드가 아등바등하며 살아남기 위해 격한 투쟁을 하는― 스토리가 그런 흐름일 줄만 알았거든요.
오슈드가 조금만 더 전략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이 꼭 발전해야 한다? 아닙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장’과는 별도로 마음이 크지 않는 느낌입니다.
이건 우리의 여왕님, 어머니인 지오칼리아 여왕님께도 해당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색깔이 흐릿해졌지요. 처음에는 완소! 를 외쳤으나 뒤로 갈수록 음……, 개성이 사라졌습니다.
전체적인 인물들이 비슷한 크기로 자른 두부처럼 되었달까요. 다른 인물들이야 차치하고라도, 오슈드와 여왕님은 처음에는 ‘사람’이었다가 뒤로 가면서 ‘캐릭터’가 되어버린 기분입니다.
‘사람 삶의 이야기’에서 ‘소설’이 된 기분요.
3) 연재주기는 패스.
사정상 글 쓸 상황이 되지 못하고, 글이 안 풀리면 가장 갑갑하고 미치는 게 작가분이시니 넘기겠습니다.
4) 저는 올비도 카튠과 벨베라 님에게 사랑을 올인하겠습니다.
5) 난감할 때.
글을 잘 쓰시는지 아닌지 모를 때가 종종 있습니다.
“미~끼~?”
이런 대사요.
좀 결벽증 같지만요, 전 이모티콘이 들어간 글과 물결표(~) 들어간 글은 안 읽는 편입니다. 그래서도 한 번 선작삭제를 했었지요.
제가 부족한 글을 쓰는 편이어서 다른 분들 글도 여유를 가지고 봅니다. 사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으니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지요. 오탈자 오문비문, 내용 비틀어진 거, 좀 어떻습니까? 물론 알면 바로 고쳐야겠으나 그걸 들켰다고 절절하게 창피해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글이 무서워지니까요. 그냥 쪽 좀 팔리고 말지―하는 정신으로 사는 거지요.
그래서 이름이 있는 작가분들을 제외하고 인터넷 사이트에 작품을 올리시는 작가분들의 글은 장점을 포인트로 삼아서 봅니다. 단점이야 글을 쓰면 쓸수록 줄어듭니다. 장점은 시간이 지나면 더 빛이 나지요. 이분께서 몇 년 만 더 지나면 얼마나 매력적인 글을 쓰실까, 생각만 해도 즐거우니까요.
그런데 그런 기대가 실망스러울 정도로, 드문드문 글이 가벼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게……, 막 속상한 기분입니다. 나는 이 글을 좋게 보는데,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을 다른 사람도 느낄까봐 겁이 납니다. 내가 아끼는 보석의 흠을 다른 사람이 집어낼까봐 안달복달하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음 상할 거면 아예 보지 말아야지, 해서 삭제했었습니다.
6) 문장.
아름다우십니다.
어제도 문장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이 계셔서 당장에 ‘쐐기풀 왕관을 보세요. 강추입니다’라고 추천을 드렸으니까요.
문장 매력적인 분으로 기억에 남는 두 분 계십니다. 사실 글 자체가 매혹적인 분들이시지만요. 제가 조아라에 가입한 초기에 글을 올리셨던 분으로, 작가분 닉네임은 기억나지 않으나 제목이 ‘춘화’라는 건 잊지 않고 있습니다. ‘춘화’는 주변에 글 추천을 해본 적이 없던 제가 처음으로 추천을 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문피아에 연재중이신 ‘miro’님의 ‘매창소월 ’요.
한 분 더, ‘모미’ 님의 ‘쐐기풀 왕관’입니다.
단점만 잔뜩 늘어놓은 것 같지만요, 저는 단점을 잘 말 못하는 타입입니다.
단점을 이야기 할 거면 차라리 침묵하고 만다. 대신 장점은 내가 느끼기에 분명한 사실만 이야기한다―는 주의거든요. 거짓칭찬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제가 자존심이 상해서 못합니다. 아부 같아서요(꿈틀꿈틀)
‘이 부분이 아쉽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쐐기풀 왕관’이 좋은 작품이어서 그렇습니다. 사랑이 커서 아쉬움이 큰 겁니다. 그러니 좋은 의도로 한 이야기구나 하고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더불어 비감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시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스토리가 완결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철저하게 거르고 걸러서 모미 님의 눈으로 제 비감을 판단해주세요. 모미 님의 글이시니까요.
이상입니다. 앞으로도 건필, 열필, 광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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