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광섭
작품명 : 아이더4권
출판사 : 드림북스
언젠가 감상란에 좀 유치하지만 그럭저럭 읽을만하다는 글을 올린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아마 1, 2권 까지 읽었을 때였는데요.
최근에 나온 4권을 보니 감상란에 올린 글을 지우든가 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이광섭 소설 하면 쏟아지는 비판이 질릴만큼 같은 내용과 스타일을 반복(복제)해서 사용한다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이 말은 곧 작가 스스로 노력할 생각 없이 머릿속에 고정화된 패턴만을 이용해 말 그대로, 글을 찍어낸다는 의미일테지요.
제가 아이더를 보고 처음에 느꼈던 건, 이전작들에 비해 내용상의 큰 변화는 없었으되 한결 읽기 수월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문장력이 늘었다는 것, 혹은 퇴고를 신중하게 했구나 하는 인상을 받은거죠. 전작들의 경우, 작가 자신이 타자를 치기 시작해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도 모른 채로 막무가내로 내려가다가 대충 마무리하고마는. 길고, 긴장감도 없고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는 부분들이 많았던 반면 아이더는 단정하게 글을 써내려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근데 4권 왔더니 또 그러네요. 의미없이 과잉된 표현들, 신경쓰지 않고 대충 휙, 쾅, 타다닥 등으로 끝인 전투씬. 마치 작가 혼자 킥킥대며 쓴 듯한(작가라면 자신의 글에 대해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묘사들.(문어대가리를 쏙!, 켁!켁!거리며 방방 뛰는)
대체 이 분 글에서 휙, 쾅, 켁!, 방방, 무시무시한, 놀라운
등의 몇 단어가 빠지면 뭐가 남을지 새삼궁금해집니다.
내용도 마찬가집니다.
아이더의 패턴은 이러했습니다.
1. 날씨에 대해 몇마디 쓴다
2. 대회장의 놀라운 규모를 쓴다
3. 관중들이 그날 선수들에 대해 수근거린다(이걸로 몇페이지 씁니다)
4. 선수들이 나온다.
5. 전투씬-휙! 쿵! 타다닥! "악!" "억!"(끝)
6. 작가 자신도 놀란다.("무시무시한 기술이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7. 관중들이 수근거린다.
8. 아이더가 켁켁거린다.
이 패턴이 1~4권에 걸쳐 끊임없이 반복됩니다.(심지어는 같은 권 안에서도) 관중들끼리 숙덕거리는 거 몇 페이지 보다가 아 이제 싸우겠구나 하면서 페이지를 넘기면 휙! 쿵! 타다닥! "악!"이러고 끝납니다. (비중이 가장 적음)
작가가 쓰죠. "무시무시한 기술이었다."
또 관중들이 놀라워! 엄청나! 무시무시해! 이럽니다.
주인공이 켁켁 거리며 웃습니다.
이런 장면을 제외하면 소설 속 캐릭터들이 말장난이나 하고 있습니다. 4권내내요.
("너 나우습게보지?" "아닌데요" "뭐가아냐!" "아니라니까요"...이하 반복)
대체 뭘써야하는지, 뭘쓰고 있는지 알고는 계시는지 의문이듭니다.
그냥 분량 채우고 권수 늘리면 다 되는건지.
하다못해 아이더 초반엔 퇴고좀 하셔서 가지런해졌구나 싶은 맘에(여러 개의 단점 중 하나라도 고친다면 그건 박수칠 일이니까요. 되든 안되든 묘사도 해보려하고 말이죠) 감상란에도 올려보고 했는데 그냥 접겠습니다.
이건 어린 소년이 방안에 앉아서 자기 상상에 혼자 켁켁 웃으면서 고민없이 써내려간 글입니다.
신인작가나 젊은 작가면 아직 초보라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라도 하겠는데 알기로 이제 쓰신 지도 좀 되지 않으셨는지.
쏟아지는 판타지 소설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애쓰는 젊은 작가들이 새삼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덧) 4권 소개글에 이런 부분이 있네요(소설 속 발췌)
"대충 아무말이나 갖다붙여놓으면 그게 또 새로운 검술이 되곤 하잖아."
누구를 향한 말인지 고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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