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린데만
작품명 : 이계의 대한제국
출판사 : 뿔미디어
책은 빌리거나 사거나, 왠만함 끝까지 읽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최초로 1권을 못 넘긴 책이 되어 버렸다. 현재 160페이지 조금 넘게 읽었으나 더는 읽을 수가 없다. 판타지 소설 한 권 읽는데 30분여 걸리나, 남은 십 여분을 더 이 책에 투자하기가 '아까웠다'.
이 책은 처음부터 거슬린다. 책의 배경은 2016년.
북한 정권이 무너졌단다. 중국은 그러한 북한에 대해 정권대리양도 서류를 들이밀며 전쟁을 일으켰다.
그럴 수도 있다치자. 정말 5년만에 북한이 무너질 수도 있다 치자.(사실, 납득은 안된다) 외교행위는 일체 나오지 않는다. 다만 다짜고짜 중국이 침략했다. 동북아에서 일방적 침략행위가 가능할지 여부는 제쳐두자. 그것도 그럴 수 있을지 모른다. 난 군사전문가도 아니고, 신문이나 뒤적이는 30대에 불과하다. 이해하고 넘어가려 노력했다.
중국은 우리나라에 핵을 쏜다. 중국은 세계대전이라도 일으키려 한 것일까? 5년만에 미국은 가라앉고,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도 된 것일까? 그래, 이해하자. 어차피 소설 아닌가. 그런데, 왜? 전쟁이 시작하자마자 핵을 쏜걸까? 중국 지도자가 미치기라도 한 모양이다. 이것도 이해했다.
정말 거슬렸던 건, 이러한 긴박한 상황이 대화로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 중 압권은 간부끼리의 대화 내용인데, 상급자에게 대위라는 부함장은 '짱깨들, 졸 시끄러운데요?'라 말을 한다.
언제부터 군대가 요로 끝났나? 졸? 이런 말을 상급자에게 할 수 있는 건가? 대위 쯤이면 아마 나와 비슷한 시기에 군대를 갔을 건데 그런 사람이 이리도 개념이 없나? 군대가 바꼈나보다. 이해하자.
하여간 핵폭발을 당하며 독도함, 이순신함, 김유신함인가? 하여간 이런 배들이 이계로 순간이동한다.
그런데 전투기 한대도 같이 순간이동한 모양이다. F-35기 한대가 독도함의 갑판 위로 착륙을 시도한다. 우리나라 전투기는 수직이착륙이 불가하다는 걸 이 책에서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의 사령관은 그걸 알고 있음에도 전투기의 랜딩을 허용한다. 왜? 조종사가 딸이니까. 딸이 가능하다고 했으니까. 딸 하나에 독도함 전체가 위험할 수도 있는건데 착륙을 허용한다. 딸 사랑이 지극해서 딴 병사들은 뒤져도 상관없다 여긴건가? 그럴 수도 있다치자. 뭐니뭐니해도 부정이니까. 하지만, 후에도 독자적 행동에 대한 처벌은 없다. 우리나라 군대가 언제부터 이리 호구였는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른다. 더 보기 싫었던 건 보고 내용에 있었으니까.
딸의 보고내용은 문장의 끝맺음이 없다. ~고, ~고, ~지만, ~으나로 문장을 이어가며 몇 개의 문장을 하나로 이어버린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나? 숨도 안찬가? 또 다시 아무런 묘사 없이 대화로만! 글이 이어진다.
저녁이 되니 달이 두개다. 달이 두개니 당연히 이계란다. 정확히 말하면, '핵 폭발에도 날씨는 쾌청하고, 전투기로 아무리 이동해도 망망대해의 바다니 대서양 어딘가로 떨어졌을 것이다' 가 그간의 추측이었는데 달이 두 개니 이계란다. 이걸 모든 사람이 '납득'한다. 미치겠다, 정말. 달이 두 개니 이계라는 개연성을 이해하란다. 그래 이해해주자.
배 앞에 거대 문어가 나타난다. 자, 그 거대 문어의 이름이 크라켄인 걸 준장은 '이미 알고 있다'. 판타지 소설 좀 읽었나 보다. 그럴 수도 있겠지. 이해하자.
장이 넘어가며, 상병과 일병의 대화가 이어진다. 일병은 개념이 없는 놈이라 상병에게 박 해뱀, ~한데요, ~란 말입니다 이 따위 말을 지껄인다. 상병은 이걸 '이해한다'. 군대가 바꼈나보다 이해하려 넘어가려 하나, 계속 튀어나오는 해뱀, 해뱀 지껄이는 소리에 책을 그만보자 그만보자 중얼거린다. 군대에서 이 따위 말장난이 통하나? 그래 군대 다녀온지 10년이 훨씬 넘었으니 지금은 통할 지도 모른다고 이해한다.
이런 군인 두 명은 정찰을 나가는데, 한 무리의 사람이 납치당한 것을 발견한다. 납치의 가해자는 오크인데, 이 두 명은 그것들이 오크인지 '알고 있다'. 설명은 일병이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돼지 머리이니 오크이다'란 결론이다. 왜? 처음 와 본 세계인데? 처음 본 동물인데? 소설을 읽었으니까? 와, 정말 미치겠다. 이해하려 했다. 정말 이해는 안 되는데, 이해하려 했다. 600여 마리의 오크를 두 명이서 전멸시키기 전까진 이해하려 했다...
불 질렀으니 600마리를 다 죽였단다. 무술 좀 배웠으니까, 귀신잡는 해병이니까 애들은 총 한 번 안 쏘고, 600여 마리의 오크를 전멸시켰다. 어떻게 죽였는지 정말 이해가 안 돼서 속독을 관두고 차분히 읽어봤는데, 600여 마리를 중심으로 주위에 건초더미를 뿌려 불을 지른 모양이다. 아니, 그런데 왜 사람들은 멀쩡할까? 불에 죽는 사람보다 일산화탄소 중독 때문에 죽는 경우가 많다는 건 상식 아닌가? 그렇게 큰 불이 났는데 납치당한 원주민은 한 명도 안죽었다고? 애들이 싸움을 엄청 잘하나보다 이해하려 했다.
원주민들과 대화를 한다. 당연히 말이 안통한다. 한 사람이 툭 튀어나온다. 말이 통한다. 이걸 일병은 '알고 있다'. 통역이 가능한 아티펙트가 당연히 존재할 거란다. 왜? 소설에서 봤으니까. 당연히 그 툭 튀어 나온 사람이 마법사라는 것을 일병은 알고 있다. 왜? 소설에서 봤으니까. 추측이 아니라, 당연한 사실로 이를 받아들인다.
와, 미칠 것 같다. 정말 속터져서 죽을 것 같다. 그래도 본다. 한 번 본 책은 왠만함 끝까지 읽는 편이니까.
이제 대한제국의 건국이다. 환경오염 때문에 석유나 석탄은 사용할 수 없단다. 이것들의 '존재여부는 관심이 없다'. 잠깐, 석회는 쓰면서 석유는 못 쓰겠다고? 석회는 오염물질이 아니었나? 읽는 내가 무식해서 그런건지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당연스레 마나석이 등장한다.
원주민들은 이곳이 주인없는 땅인지 알고 있다.
그런데 마나석은 드럽게 비싸단다.
나오는 몬스터라곤 오크가 다다.(크라켄도 나오긴 했다.)
마법사가 말하는 걸 보니 기사도 있는 모양이고, 당연히 마법사도 있을 건데 이 땅은 주인이 없다.
왜? 왕국이 미쳐서? 돈 되는 걸 구경만 한다고? 아니, 그것보다 지도도 없는 땅인데 일개 원주민의 말만 믿고 '마음대로' 주인 없는 땅이리 인식한다고? 이렇게 비싼 게 나는 땅을?
그래, 아메리카도 그랬으니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그런데 이 세계는 전부 땅으로 연결되어 있다. 바다 건너가 아니라는 소리다.)
아니, 내가 뒷부분을 안 읽어서 그럴지도. 설마 설명도 없이 넘어갈리가. 무엇인가 왕국과 잊혀진 땅 사이 막고 있는 것일테지. 이렇게 이해하고 넘어간다.
어차피 더 가관은 남았으니 이거에 골치 썩는 건 나만 어리석다.
총알이 부족할 거라 인식하고 총알을 아낀다. 해병과 오크가 붙는데 불 몇 번 던지고 칼질하니 오크만 다 죽어간다. 아니, 소설에서 봤으니 오크라며? 오크가 그리도 약한 존재인가? 일반 소설에서도 성인 남자보다 훨씬 힘쎈, 그러면서도 용맹한, 조금 무식하지만 그래도 저돌적인 존재가 오크 아닌가? 그래, 이 세계는 오크가 조금 약한 모양이다. 이해하자.
마나석이 대체 연료가 된다. 도무지 넘어갈 수가 없다. 마나석이 구하기 쉬운가, 헬기가 구하기 쉬운가? 하다못해 차만 하더라도, 한대 뿌셔놓고 새로 만들 수 있다 생각한건가? 3개월 만에 그걸 연료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아니, 마나석하고 기계류가 맞는지도 검사 안했잖아? 다짜고짜 집어넣고 폭발하면 어쩔려고?
와 도무지 볼 수가 없다. 이 책의 큰 개연성인 '판타지 소설에서 봤으니까 가능하다'의 설명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네이버 검색을 믿고 평점이 10점이기에 빌린건데, 재밌다던데, 말 장난도 짜증만 나고 납득이 안된다. 준장이 일병의 말에 경청하는 것도 이해 안되고, 군대를 저딴 식으로 묘사한 것도 이해가 안된다. 군인들이 무식하다 말한건 언제고, 해병들이 천재라도 되는지 석회 모와 시멘트 만들고(검색 안하고 시멘트 만들 수 있는 사람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공수를 나왔지만, 이런건 배워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했다), 일개 병사들이 실린더를 만드는 것도 이해가 안된다.
그래, 시간이 걸리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단 3개월이다. 3개월만에 자동차의 '대체엔진'을 만들었다. 해병대는 다 천재들만 가나보다.
160페이지만에 책을 접는다. 이 책의 큰틀은
1. 한국인은 우월하다. 당연히 맨 손으로 멧돼지 잡고, 칼만 들면 다 이긴다. 아이큐도 겁나 좋기에 3개월만에 실린더 만들어내고, 시멘트 만들고, 시멘트로 집 짓고, 성벽도 짓는다.
2. 침공한 중국은 나쁜 놈들이고, 이계를 침공한 한국인은 한글도 보급해주지, 밥도 주지, 보호도 해주지 착한 놈들이다. 문화를 배우는 과정은 이계어를 배우는 것을 빼곤 나오지 않는다. 여태까지 삶을 무너뜨리고도 원주민은 우리나라 군인들과 잘 적응한다. 당연히 우리나라 군인들은 착하니까.
네이버에선 2권부턴 재밌다는데, 읽을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 1권도 다 못 봤는데, 너무 타격이 심한 책이라 10분의 시간이 더 아깝게 느껴진다.
Comment '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