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까지 봤습니다. 나름대로 재미 있습니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1-2권에서 주인공 왕필은 살수에서 전업해서, 포쾌, 백수(아르바이트 약간), 떠돌이(?) 의원, 대리비무자(아직 진행중)로 전전하는데 ... 도대체 그런 식의 편력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이야기를 쥐어 짜려 한다고 할까요.
주인공이 갑자기 돌팔이 의원 노릇하게 되는 장면에서 너무 인위적으로 국면이 전환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생사금침을 우연히 간 암시장에서 사게 되고(뭐 이것은 좋습니다. 한 번의 우연은 누구에게나 있죠.) 때마침 독이 발작한 여자를 돕고(두 번의 우연도 좋습니다.) 암시장의 거물이 매독에 걸려서 고생하는 걸 돕고(세 번의 우연?) 또 그 딸은 주인공의 부인과 같은 병에 걸려 있고(네 번의 우연?). 이게 생사금침을 얻자마자 주인공에게 몰려온 환자들입니다.
그럼 포쾌와 대리비무자란 역할을 맡게 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죠. (백수야 모든 무림인이 거의 백수라 할 수 있으니)
왜 포쾌여야 하고 왜 대리비무자여야 할까요? 이건 아직 3권, 4권이 나와 있지 않아서 섣불리 평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작가가 큰 짐을 지게 되었다는 것만은 지적할 수 있죠. 왜냐하면, 포쾌와 대리비무를 하면서 얽힌 인연들이 이후의 권에서 진행되게 될 사건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그저 사족에 불과한 이야기를 붙인 것이고, 비뢰도를 욕할 때 써먹는 "이야기 늘리기"가 될 거란 거죠. (전체적인 구성에 불필요한 이야기가 "늘이기"고 "사족"이죠.) .... 다시 주의를 주면 이 부분은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에 작가가 부담을 떠안았다는 것 외에는 단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비적 유성탄 1권을 보고는 조금 기대했습니다. 천마군림과 다르게 강호에 대해서 좀 더 사실적으로 그려 보려고 하는구나라고 ... (강호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그리는 건 중국의 몇몇 작가나 최후식님의 표류공주 ... 그리고 느긋한 팬더님의 이계진입 정도? 뭐 다 생각은 안 나지만 ... 단, 고증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2권을 보니, 아마 작가가 또 다른 환상을 준비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무협은 환상문학이지만) 여기서 또 다른 환상을 준비한다는 것은, 암시장의 배후니 오대세가니 이런 식의 거대세력과의 알력 다툼으로 이야기가 발전한다는 겁니다.
"환상"이라고 한 것은, 강호인들이 친한 친구의 뒤를 봐주거나, 먹고 살기위해 사업을 벌이거나 잡일을 한다든가, 골목에서 위세를 부린다든가 ... 등등의 "일상"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란 거죠.
구무협-신무협이란 구분보다 1세대-3세대 무협이란 구분이 더 적절하다는 금강님의 지적이 제 나름대로 타당해 보이는 것은, 구무협이나 신무협이나 "환상"만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1세대-3세대란 구별은 구무협이나 신무협이나 본질적 차이보다 표면적 차이를 가질 뿐이란 인식이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세대 무협과 3세대 무협이 구별될 수 있는 것이죠.
제가 생각하는 신무협은 최후식님의 표류공주 정도 ... 그리고 이계진입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일상을 그렸으면 신무협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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