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독고다이인 주인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거의 없다는 표현이 더 옳을지도 모르겠군요. 무뚝뚝하거나, 타인을 멀리하는 '나홀로' 스타일의 인물은 자주 등장하지만, 그러한 주인공의 주변에는 서서히 그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여갑니다.
성격이 고독, 냉철한 주인공이라해도 주조연 인물들과의 인연으로 독보행식의 스토리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히로인부터 시작해서 스승, 친우, 원수 등의 배경은 무협소설의 주인공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하니까요.
서두가 길었습니다.
간략한 예를 들어볼까요.
삼류무사의 장추삼. 간혹 드러내는 예리한 눈썰미와 화끈한 성격. 어찌보면 동떨어진 두 성격을 두루 보유하고 있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쳤다기보다는 균형잡힌 형태의 주인공(예리할 땐 예리하고 화끈할 땐 지나치게 화끈하게 나가버리는 극단적인 모습 역시 보이지만;)이라 생각합니다.
수 많은 인물들과의 인연이 그의 주변을 매꾸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소설의 전개를 주도하는 이들은 주인공 장추삼과 하운, 북궁단야라 볼 수 있습니다.
자, 여기서부터 삼인조 중심인물 구성의 묘미가 드러납니다.
장추삼이 불이라면 북궁단야는 얼음입니다. 냉철하고 무뚝뚝한 그의 성격은 분명 장추삼의 그것과는 확실히 대조적인 것입니다. 하운은 물입니다. 얼음처럼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강인함은 없으나 특유의 온화함과 다정한 모습은 장추삼은 물론 북궁단야의 성격과도 극상의 구도를 보입니다. 삼인조 구도를 찬찬히 뜯어 살펴보면, 세 인물의 성격이 서로에게 있어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역할을 해 준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막히면 대화를 통해 이를 시원히 뚫어줍니다. 각자의 생각을 교환하며 사회를 보는 안목이 점차 바뀌게됩니다. 또한 서로의 무학을 견주면서 더 높은 단계의 성취를 이루게 됩니다. 즉, 서로의 부족한 점을 매꿔주는 역할을 하기에 무척 효율적인 인물 구성이 이 삼인조구도란 말이지요.
그 뿐이 아닙니다. 인물들 상호간의 관계를 제쳐두고, 인물의 성격, 그 자체만 따져본다면 하운의 군자풍의 성격, 북궁단야의 빙설같은 성격, 그리고 그 가운데에 위치하면서도 독자적인 형태를 띄는 장추삼의 성격을 인물들의 생각, 말, 행동을 통해 비교해보는 재미, 정의하는 재미가 배가되는 것, 무엇보다 큰 매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동료로서 장추삼에게 조언(북궁단야의 경우엔 조언이라기 보단 구박에 가까워 뵈는 어투로 말을 건내지만)하는 하운과 북궁단야. 사람마다 그 성격과 가치관이 다르듯이, 소설속 인물들도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특색을 가집니다. 중립적인 인물과 각각 다른 방향으로 극상의 모습을 보이는 보조자 둘이 뭉치면서 생기는 해프닝들은 모두 이와같은 설정에서 시작된다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 접한 삼류무사만을 예로 들었으나 실제로 찾아보면 많은 수의 소설이 위와 같은 삼인조 구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초일과 삼류무사를 접하며 삼인조 구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드는 도중에 손이 가는 대로 글을 쓰게 되었는데, 행여나 아직 위와 같은 구성의 소설들에 흥미를 가져보지 못한 분들께 한 번쯤은 언급하고자 했던 말이기도 했습니다.
차설,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부디 즐거운 하루되시길.
P.S: 경황이 없어 자연란의 '철선'을 고작 두편, 10k도 안되는 분량을 올려놓고 글을
쓰지 못했네요. 모의 고사, 중간 고사, 친가댁 장례식, 이사...
앞으로는 좀 더 박차를 가하여 글의 분량이 충분해지는대로 다시 연재토록 하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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