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변명을 하자면, 제가 가진 시각이 좀 독특하다, 라는 점입니다. ㅡ.ㅡ;)
지금 무협을 읽는 사람들에게 좌백,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이재일님하고는 또 다른 이미지일 것입니다.
물론 두분을 비교하는 게 이상한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억지로 갖다 붙이자면 천재와 노력파정도의 이미지,, (그래도 이상한가?)
이재일님이 그냥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노니는 부류라면 좌백님은 언제나 무협시장의 현실을 인지하고 발버둥을 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니 말입니다.
물론 이게 원고료 수입에 대한 평이나 작품의 질에 대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지고있는 좌백님에 대한 평은, 작품마다 아주 조금이든 파격적으로 많든 간에 일정분량정도를 꼭 실험적인 요소를 집어 넣어왔다는 겁니다.
아무리 안 팔리는 무협이라지만 지금까지 써온 양은 독자들의 고정적인 인식을 바꾸는데 공헌을 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비적유성탄은 이것을 유념하고 읽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좌백님 스스로도 쓰고싶은 글, 이라고 밝혔고 그렇다면 작가의 생각이 어느 작품보다 많이 들어간 글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또 만약 위의 가정이 맞다면,,, 이 비적유성탄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지겠지요.
제가 받은 느낌은 처음에 향수, 둘째로 '기록 영화' 셋째로 '쓴웃음'이었습니다.
아마 성룡의 영화 중에 그리 좋지 못한 평을 받은 '미라클'이라는 영화 기억나실 겁니다.
쪽발이들, 상해, 막 지어지기 시작한 유럽식 건물들, 극장들,,,
저는 미라클을 보면서 향수를 느꼈더랬습니다.
언젠가 외재님이 영화기법을 도입하는 글에 대해 논한 적이 있습니다만,,, 비적유성탄은 물론 두드러지게 영화기법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사람보다 더 강조될 때가 있는 배경, 세계관이 금방이라도 흑백필름에 담겨진 옛 시장터의 움직임을 보여줄 듯 하더군요.
좋다, 그럼 여기까지는 좌백님이 성공했다고 보고, 그럼 향수를 왜 도입했는가, 그 의미를 살펴봅니다.
객관적인 시각은 아닙니다. 제 느낌이 그러하다는 말인데, 요즘 쏟아지는 젊은 사람들의 글이 대개 그렇게 흐릅니다. 컴퓨터 그래픽적인, 현란한, '무공의 과학적 분석'이지요. (사실 허접 하지만 제 글에서도 그랬습니다. ㅡ.ㅡ;)그런데 그것보다는 영화 셋트를 오밀조밀 세세하게 만들어 사실감을 불러일으키는 기법을 도입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권이 끝나는 시점까지도 스케일 큰 전투 씬이 없고, 고수들이 자존심 때문에 입을 앙 다물고 포승줄 동여매기로 금나를 펼치는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는 정도였다는 것도 한몫을 합니다.
해서방주와 바짝 붙어서 금나로 손 빠르기를 재는 장면은 뭐랄까 서부영화에서 총 빨리 뽑는 것이나 칠십년대 홍콩 권법영화들을 보는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더군요.
서양 것은 천박한 오랑캐의 것이라던 그때의 향수, 지금 현대에서 서양 것에 밀려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 동양인들의 모습을 스스로 쓰게 씹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십대 중후반에 정확히 내가 하고 있었던 생각을 재현해낸 것 같은 주인공의 성격도 쓴웃음을 짓게 합니다.
왕포두의 비리도 옛날에는 정말 정직하고 유능한 포두였다는 그 한 줄 짜리 회고를 통해 향수와 쓴웃음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글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저 같은 삼십대들은 어딘가 그냥 쉽게 지나치지 못할 무게가 그 안에 실려있기도 한 글이 바로 비적 유성탄 인 것입니다.
꼭 다들 그러하실것이다,라는 자신감은 없습니다만 제 느낌은 그랬다는 거지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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