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지인은 내가 읽은 무협소설중에 최고의 수위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이유인즉 천사지인에는 내가 미처 무협소설에서 맛보지 못했던 극도의 자아성찰, 가슴을 울리는 사랑이야기, 도가적인 색체가 다분한 문장, 실생활의 깨달음과 무공의 관련성, 단편적으로 놓고 보면 그 하나하나가 교훈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된, 무협소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격언목록 애정 멜로집"이라 이름 붙일수 있겠다.
천사지인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무협소설의 색다른 시도의 시발점이 돼었다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 신무협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몇 년전만 하더라도 같은 레퍼토리에 색에 치중한 뻔한 내용의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하는 무협소설이 홍수를 이루어 한때 무협소설에 질린 적도 있었다.
천사지인은 나의 그런 무협소설에 대한 불만감을 일거에 날려버린 소설이다.
천사지인의 주인공 "장염"은 정말로 특이한 인물이다.
보잘 것 없고 허약하기 그지없는 신체를 가졌던 인물로..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단지 경천동지 도문일검 진원청이라는 고인을 만났것이 주목할만 하다 하겠다. 근데 진원청이라는 고인마저도 포기한 이가 장염이다.
진원청은 죽기전에 장염에게 경천일기공이란 희대의 기공으로 장염에게 자신의 무공을 전수해주고 자신은 우화등선한다. 물론 보통이라면 이때쯤 장염은 고금무적의 고수가 돼야하는 것이 레퍼토리이리라..
하지만 장염은 그 뒤 한참이나 지나서야 금제를 풀고 자신이 꿈속에서 사부와 대련하면서 익혔던 무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마저도 제천혈마 장소와 무림맹주 불사신검 경재학의 합공으로 사지가 뒤틀리게 된다. 그 뒤 무공을 되찾기는 하지만 장염의 생활은 그야말로 고행의 연속이었다.
어떤이들은 장염이 너무 약하다고.. 주인공이 약해빠진 것은 보기가 싫다고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고
어떤분들은 장염이 너무 강하다고.. 말도 안된다고 싫어라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 천사지인이란 글을 계속 읽다보면 장염이 그렇게 약해 빠졌지만 나중에 말도 안될 정도로 강해지는 것에 수긍이 갈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무협은 하나의 허구이지만 천사지인은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와중의 깨달음으로 인해 강해진다는 모티브설정으로 자신이 아는바를 실천하고 행동에 옮기는 지행합일의 경지에 이른 주인공이기에 너무나 당연하다 생각된다.
게다가 영호화와의 사랑에서 보여주는 너무도 인간적이고 애절한 모습에서 "장염"도 결국엔 신선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생각이 장염이란 주인공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듯 하다.
물론 천사지인의 장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 중에 단연 뽑는 3가지가 있다면...
첫째가 장염과 영호화의 러브스토리를 미사여구를 나열하여 묘사한 것이 아님에도 마치 내가 장염이 된 듯이 영호화에 대한 장염의 사랑을 절절히 느낄수 있다는 것이죠.
히브리인들은 신의 이름이 너무 거룩하여 발음하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너무 거룩하여 언급하면 신에게 누가 될 정도라 그거죠. 너무나 거룩하여 언급하는 순간 가치가 떨어지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은 늘 사랑의 정도를 가지고 싸웁니다.
- 나를 사랑하느냐?
- 얼만큼 사랑하느냐?
- 사랑한다고 말해달라.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들의 사랑이 히브리 신만큼 거룩하다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겠죠. 통하면 되는 겁니다.
저는 "천사지인"의 주인공 장염과 영호화의 만남에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랑의 마음을 읽었습니다..(<=천사지인의 장염 말투-_-;)
참고로 제가 기억하기로 장염은 영호화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한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염의 사랑..영호화 사랑이 100마디 "사랑한다"고 하는 말보다 가슴으로 느껴졌는데..저만의 착각일까요? 장염은 100마디 말로 상대방을 설득시킨 것이 아니라 1가지 일관된 행동으로 상대방을 설복시켰죠.
또 향이의 장염에 대한 애정은 보는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감출 수 없게 합니다. "장염이 향이와 영호화와 같이 데리고 살지!"하는 생각이 글을 읽는 와중에 끈임없이 고개를 치켜드나 장염의 평소행동을 본다면 그건 "있을수 없는"일이겠죠..그게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둘째로 일상생활에서 장염이 겪으면 행동한 일들입니다. 생활하나하나 ...일상 삶자체가 교훈이고 얻을것이 있다는 것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장염이 겪은 일들이 단순한것임에도 거기서 삶의 진리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저는 저렇게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성찰했었나 하는 자기반성에 빠졌죠..
천사지인을 읽다보면 정말 좋은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다 적어놨었는데..하드 포맷하는 바람에 날려버렸죠-_-;요즘 필받아서 천사지인 다시 읽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저렇게 크고 높은 하늘도.. 사람 욕심을 담기엔 작아보입니다.."라는 말을 미니홈피에 머릿글로 적어놨는데..어떤분이 랜덤으로 들어오시고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라고 하시더군요..ㅡ.ㅡ;
정말 천사지인은 실질적인 인생지침서라고까지 저는 감히 극찬합니다.
셋째로 도가적인 문장을 무협에 접목시킨 부분입니다. 이는 무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현실에 근거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 있게 해주죠..직접 읽어보시면 느끼실 겁니다.
주인공이 무슨 구태의연한 "도"타령이냐고 핀잔을 주시는 분들은 천사지인의 참맛을 아직 느껴보지 못하셔서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솔직히 제가 천사지인을 처음 접했던게 3권이었습니다. 장염이 사지가 뒤틀려 아미파 뒷산에서 이무심대협과 기거하는 부분부터였죠..
3권 읽다보니 제가 찾고 있던게 바로 이거야 하면서...미친 듯이 읽어댔죠..솔직히 만약 1권부터 읽었다면 그렇게까지 돼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되네요^^;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는 법이니깐요..개인적으론 장염이 사천제일요리명인이 되는 부분이 너무너무 잼있습니다. 단편으로라도 읽어보세요..
ps>요즘 작가님들 정말 무협소설 잘 쓰십니다.^^
내공무적 작가 그림자 무사님, 건곤권-초일의 작가 백준님..등등...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려울정도죠..
초일, 건곤권, 내공무적, 호위무사, 보표무적, 산동악가..등...이런 작품들을 재미있게 보신 독자분이라면 강추입니다..위 소설들이 딱 제 스탈 일이거든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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