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훈
작품명 : 불살사신
출판사 : 로크미디어
‘암흑과 역광’, ‘뱀파이어 생존 투쟁기’, ‘황당무계’, ‘데몬 카이저’, ‘소년연금술사’ 등을 쓰신 장훈(토돌)님의 신작 소설입니다.
‘황당무계(연재명 : 무림견문록)’도 무협입니다만은 이것은 판타지와의 퓨전이라고 할 수 있기에 사실상의 무협 데뷔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마교가 중원일통을 외치면서 정사대전을 일으켰다가 역으로 정천맹에 박살이 난지 15년.
주인공 백휘성은 마교 암왕각의 서열 5위의 뛰어난 잠입, 암살 능력자인 사부에게서 마공을 전수받았으나 사부와는 달리 마교에 관심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세상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수많은 피와 증오를 만들어내는 마교 같은 곳이 망해서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이대로 사부를 모시고 평온하게 살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백휘성과의 바람과는 달리 마교는 부활을 하고 맙니다.
‘불살사신’을 이루는 중요한 축은 두 개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축은 주인공 백휘성의 신분과 성격의 충돌입니다.
백휘성은 사부의 신분이나 익히고 있는 무공, 무공의 성취 등 어떤 면으로 보나 마교의 훌륭한 후기지수입니다.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성격입니다.
백휘성은 마교의 이상인 강자존 약자멸에 전혀 동의를 하지 못하고, 강시 하나 만들겠다고 소년 100명의 피를 뽑아내는 마교나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마교인들을 이해하지 못 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백휘성의 성격은 소위 말하는 협객, 대협의 그것이었던 거죠.
그러면 백휘성은 그냥 마교에 배신을 때리고 나오는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백휘성의 아버지와도 같은 사부가 바로 골수 마교인이니까요.
다행히(?) 강시 제조하거나 하는 사존전이 아닌 잠입, 정보수집, 암살 같은 일을 하는 암왕각 소속의 인물이기는 합니다만은 그의 사부는 어디를 보나 훌륭한(?) 모범(?) 마교인입니다.
북한군이 싫다고 해서 북한군 최일선에서 총 들고 싸우는 아버지를 그냥 두고 남한군에 투항할 수는 없는 것이 아들의 마음.
이렇게 해서 백휘성의 갈등이 시작됩니다.
사실 주인공이 이러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식의 갈등에 처하게 되면 글이 좀 짜증나게 되거나 답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훈님은 오히려 이 상황을 잘 이용해서 글을 전개해나가고 주인공을 조종하십니다.
두 번째 축은 마교 부활에 숨은 비밀입니다.
보통 이런 단체가 망했다가 부활하면 그 과정에 대해서는 다들 별로 관심을 안 가집니다.
대충 ‘오랫동안 고생했다.’라거나 ‘이럴 때를 대비한 비밀창고가 있다.’라거나 ‘천마무적불사지존파천마공을 대성했다.’라거나 하는 식으로 대충 때웁니다만은....
그렇게 쉬울 리가 없지요.
승리한 쪽에서 바보가 아닌 이상 철저히 추적해서 파헤치고 부활 못 하고 조져버릴 것이며, 패배한 쪽은 어둠 속에서 최대한 조심하면서 무사들을 키우고 재물을 모으고 유통시켜야 합니다.
단기간 내에 부활한다는 것은 애초에 전쟁 때 대충 했다거나 아니면 승리한 쪽이 놀았다는 말이...
스타크로 붙어서 완전 아작난 후에 A는 질럿 몇 마리, 드라군 몇 마리랑 파이롤론 몇 개, 일꾼 몇 마리, 넥서스 하나를 구석의 미네랄 몇덩이 있는 곳에 몰래 숨겨서 안 들키게 생산 들어가고, B는 여기저기 멀티하면서 쫘악 뽑아내는데... 15초 후에 A가 “야, B, 한판 붙자.”라고 하는 격이랄까요.
그렇기에 백휘성은 마교 부활에 뭔가 음모가 숨어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파헤치려 합니다.
운이 좋으면 비록 좋다고 방방 뛰는 사부에게는 미안하지만 마교 부활을 저지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토사구팽 당하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죠.
무공의 설정도 재미있고, 주인공 외의 다른 캐릭터들도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다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거나 당연시하는 소재들을 파헤치거나 비트는 장훈님의 특기가 잘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착한 성격의 백휘성도 단순히 ‘개념없이 착한 일 한답시고 설치다가 엄한 사람 죽이거나 개고생시키는 바보 캐릭터’들과는 다릅니다.
판단력, 행동력도 있고 병으로 죽어가는 100만명 구하러 백신 들고 가면서 불량배한테 삥 뜯기는 1명 구하려고 하다가 백신 다 날려버리는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장훈님 글인데다가 제목부터 불살사신이니 이건 안 봐도 몰살이다.’ ‘몰살의 토돌이 어디 가겠는가.’라고들 하십니다만은 저는 장훈님을 믿습...믿습....
...........믿기는 좀 힘들군요 [먼산]
장훈님은 억울해하셔도 이건 다 장훈님의 업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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