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한돌두새
작품명 : 판광천하
출판사 : 영상노트
환생물입니다.
작가가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완숙하기 때문에 비록 소재 자체가 양산물이라는 느낌이 있을 수 있어도 실제로 읽을 때는 대단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수능을 앞에둔 판타지광이 공부에 마음을 다잡게 되는데 그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차원이동에 대한 욕구입니다. 만약에 내가 환타지에 나오는 세상에 가게 된다면 어떠한 것을 공부해 놓으면 도움이 될까라는 다소 얼토당토한 생각을 바탕으로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해서 환타지소설 매니아로서의 장기를 발휘해 책을 손에서 떼지 않는 재능으로 피말리는 고3을 보내지요.
그게 이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언뜻 이 첫 소재만 생각하면 대단히 유치하고 개념없는 소설일 거라 짐짓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기본기가 있어서 그러한 소재가 흔히 주인공의 성격이나 생각이 비약적으로 만들거나 사건들의 진행이 단순하고 가벼워보일 수 있다는 제약을 깨버립니다.
1권을 읽다보면 환타지소설 매니아라면 다들 경험해보았음직한 주인공의 행동들에 웃음지을 수 있습니다. 또 고3시절을 보냈던 이들이라면 과거의 고통스런 추억에도 잠깐 접선해볼 수 있을 것이고 이 후 졸업한 주인공이 간단한 사업을 벌이는 것에서부터 여러 가지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1권 중반까지 현실에서 보내게 되는데 약간 길다는 느낌은 들지만 이 과정의 설정을 상당히 탄탄하게 하고 개연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도 재미있었고 말입니다.
보통 어딘가 모자란 듯한 소설들에선 이런 느낌이 자주 듭니다.
무공에 대한 이야기들이 어디서 얼핏 주워들은 말들을 두서없이 주워섬기는 듯한 느낌말입니다. 여러분도 느껴보셨지요?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작가가 나름대로 자신만의 이해와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실 예를 바탕으로 소설 속에 차용해 온 것 같았습니다.
적어도 현실에서 주인공이 선법에 입문해서 공부하는 과정이 그러하였습니다. 제가 들은 풍문이나 주변의 경험과도 많은 부분에서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뭐 어쨌든 그렇게 열심히 살다가 죽은 주인공은 결국 무협세계로 가게 되어 오대세가의 한 인물로 태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현세에서 얻은 이점을 이용하는 그런 스토리.
언뜻 뻔하다 싶지만 뭐 재미있는 글을 쓰는 작가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듯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독자가 원하는 것을 잘 짚어서 재미를 확실하게 이끌어 내는 재능이 있는 작가입니다.
단순히 소재만으로 보아 킬링타임 소설이라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이 소설이 킬링타임이라면 그건 적절한 겁니다.
왜냐하면 읽으면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으니까 그렇지요.
복잡한 생각없이 보는 소설이지만 독자에게 재미를 준다는 본래 목적을 충실히 하는 소설입니다. 만약 주변에 있다면 한 번 빌려서 일독해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단지 이 작가는 시작은 재밌지만 점차 권수가 늘어나면서 필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유념해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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