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지금 이 순간, 제게 누군가가 비평(批評)이 필요한가?
라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같습니다.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무판에서는 “한시적”이지만, 비평금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말에 대한 대답은 또 여러번 한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니까요.
2. 왜 (한시적일지라도)비평금지를 하는가?
왜인지를 모르는 분은 아무도 없을 걸로 압니다.
알면서도 비평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로, 해제를 바라는 분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부분은 말씀하시지만 그 대안이나 다른 방도, 등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어쩌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하셨지만 정말 실효성이 있는 방안은 제가 보기에는 나오지 않은 듯 해서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비평금지를 한 상황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아래 표를 봐주십시오.
감상란의 제가 올린 통합공지입니다.
여기에 보시면,
첫 번째로
02. 10. 26 [과연 감상은 무엇이고 비판은 무엇인가?] 이란 글이 올라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공지가 올라 갔을까요?
내용을 보지 않아도 감/비에 대한 소용돌이 있어서라는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04.6.13 [감/비란 글쓰기에 대하여]
여기서는 다른 글과의 비교/비하를 금하며 고무판에서는 이런 글..이란 형태의 성향을 재단하는 글을 삭제하겠다. 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04. 8.25 [당분간 비평자체를 금지합니다.]
마침내 여러분이 지금 보는 비평금지가 시작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위 공지 외에도 여러 가지 공지와 경고발언들이 감비란에 남아 있습니다.
하루이틀 지난 일이 아니라는 의미인 거지요.
끊임없는 욕설과 비하, 가입, 탈퇴. 그리고 싸움과 끝없는 논쟁...
그 결과, 여러분이 보는 비평금지가 나왔습니다.
과연 이 일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는 여기서 굳이 부연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제가 발표하지 않고, 금년 4.20일에 써두었던 글이 있습니다.
그 일부를 여기에 전재하여 보도록 하지요.
단정적으로 “비평이 필요하냐?”
라고 제게 묻는다면 제 대답은 “필요하다.”입니다.
“지금 이 순간, 고무림판타지내에서의 비평이 필요한가?”
라고 다시 묻는다면 제 대답은 여전히 같습니다.
“필요하다.”
☞신기하도록 지금 답과 같지요? 제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 대답을 듣고 의아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왜 <고무판에서> 비평금지를 하고 있는 것인가?
이제부터 그 대답을 하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왜 이 고무림판타지를 운영하고 있는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순서일 듯 싶습니다.
저는 이 고무판의 전신(前身)인 GO!무림을 개설할 때, 많은 작가들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강력한 비판으로(비평이 아닙니다.) 허접한 글들을 시장에서 밀려나게 하고, 제대로 된 글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무협시대를 열겠다. 그렇게 해서 서점에서 팔리는 대중문학으로 무협을 만들겠다. 라고...
지금 몇분이 말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그 분들이 말하던 것을 이미 해보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시행이 되었습니다.
감상/비평란에는 각종 비난/비평... 심지어는 조롱의 글까지 올라와도 그냥 두었고 강한 어조의 비난이 있어도 그건 독자의 몫이고 작가는 일단 책을 낸 이상, 그것을 감수해야만 한다고 후배들을 설득하고 안되면 협박(?)에다 회유까지 하면서 이곳을 유지시켰습니다.
해서 나온 것이 GO!무림의 감비란은 무섭다! 였습니다.
실제로 무서울 수 밖에 없는 것이 다른 곳에서의 혹독한 비난은 그나마 싸울 수라도 있는데, 이곳에서의 게시물들은 싸움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내가 무협 읽은지 20년이 넘는데 말이야...라고 시작하면 이제 시작한지 얼마 안된 독자들이나 작가들은 그 내공을 따라 넘기가 불가능했던 거지요.
결국 일부의 독자들만이 게시판을 차지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소위, 고급독자들에 반발하는 작가들이 하나 둘 GO!무림을 떠났습니다.
제법 많은 작가들이 그렇게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여러분이 생각하던 글못쓰는 죽어야 할 어린 작가들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정설(定說)이 되다시피한 이야기.
GO!무림 감비란에서 씹히면 히트를 한다.
씹힌 글, 제대로 쓰지 못한 글이 히트를 한다?
말이 안되는 소리지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적지 않게 벌어졌습니다.
그때부터 제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이곳을 계속 유지하여야 할 것인가?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제가 이곳을 만든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무협의 질적향상과 독자의 수준향상으로, 무협을 대중문학으로.
라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그 장(場)이, 이상하게 흐르면서 새로운 독자와 작가는 배척하는 형태가 되어가고 옛날만이 좋다. 라면 고민스럽지 않을 수가 없는 거지요.
시장은 역동(力動)적이라야 합니다.
계속 새로운 물이 유입되지 않으면 독자는 옛날의 향수만으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시장은 죽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어 이곳은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로서는 그런 곳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시간을 버리고, 돈을 버리고, 정열까지 다 쏟아부으면서 이곳을 유지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체 시장을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소수 몇 분의 놀이터로 이곳이 존재하거나, 혹은 평범한 연재사이트로 존재하게 된다면 저로서는 여기를 유지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곳은 금강이 아닌, 누구라도 만들 수 있고 또 어디에든 존재할 수가 있으니까요.
시장이 변했습니다.
GO!무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무협과 판타지는 전혀 다른 장르였고, 시장 자체도 서로 다른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하나가 된 시장에서 같이 움직입니다.
무협을 쓰던 사람이 판타지를 쓰기도 하고, 판타지를 쓰던 사람이 무협을 쓰기도 합니다.
이 상황에서 장르를 가르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판단.
GO!무림판타지가 생겨났습니다.
하루 3-4만까지 떨어졌던 일일 방문객 수는 비평금지와 장르포탈을 선언하면서 불과 두 달만에 일 방문객 17만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그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같이 유입되면서 새로운 장이 열린 셈입니다.
그리고 고무림에서 인기 있으면 시장에서 죽쑨다던 글들이 비평금지된 고무림판타지에서는, 인기를 얻는 글들이 시장에 나가서 제몫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고무림이 시장 선도 내지는, 시장 흐름을 반영하기 시작한 겁니다.
분명히 그 전에는 같은 반응, 같은 수준의 글이었음에도 참혹하게 무너지던 글들이 이제는 반응을 얻고 제대로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고무판이 왜 시장을 떠나 있어서는 안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장르소설은 기본적으로 흥미를 위한 글입니다.
그것을 더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리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지만, 본연의 흐름은 독자에게 재미를 주는 글이 기본인 거지요.
그런 글들이 독자에게 외면 받는다면, 특정 독자만 좋아해서 시장에 나가서 참혹하게 깨진다면 <시장확대>를 위해서 존재하는 이곳은 그 존재의의 자체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시장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는 곳이, 시장의 고급화, 선도를 부르짖는다는 것은 공허한 울림이고 쓸데없는 넋두리에 불과한 거지요.
어떤 분들은 이야기 합니다.
왜 고무판이 시장과 동조해야 하는가?
위에서도 이야기 했습니다만, 동조하지 않으면, 선도하지 않는다면 저는 고무판을 존재시킬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단순한 놀이터라면 얼마든지 많이 있지 않습니까?
이곳을 만들고 그렇게 힘들게 지키는 이유는 시장을 키우고, 작가를 키우고, 독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입니다.
말 그대로, <작가와 독자의 업그레이드>가 그 존재 목적입니다.
하기 쉬운 이야기로 단순히 비평이 장르를 살찌운다.
왜 하지 못하는가?
라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전체 시장이 제대로 굴러 갈 수 있는가.
또 어떻게 해야만 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고, 좀 더 나은 환경으로 또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
그것을 위해서는 고무판의 글들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런 글들은 좀 더 높은 곳을 향하는 조나단이 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또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야 할 겁니다.
그걸 위해서 고무판에서는 연무지회라는 곳을 운영합니다.
....
인용이 매우 기네요.
그러나 사실 여기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거의 다 담겨 있습니다.
해서 새로 쓰기보다는 이걸 가져다 붙인 겁니다.
위의 통합공지에서 보듯이,
고무판은 고무림으로 2002년 9월 정식으로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무협만으로 전체 1등을 했습니다.
워낙 양질의 작가들이 많아서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비평이 활성화되면서 어느 순간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문학분야 1위였던 사이트가 2위. 6위...10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작가는 떠나고 따라서 독자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2004년 6월에는 주간순위가 4138위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고무판이 무너짐을 보고 싶으신 겁니까?
2004년 8월, 비평금지를 했습니다.
그리고 9월 고무림판타지로 리뉴얼을 했습니다.
불과 한 달 후인 10월 주간순위 99위. 문학분야 1위로 고무판은 예전의 자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하루 3만에도 미치지 못하게 떨어졌던 방문자는 지금 아무리 못 들어와도 20만이 넘게 들어옵니다.
어떤 고무림판타지를 보고 싶으신 겁니까?
4천위라는 저 까마득히 떨어져버려 잊혀진 사이트 하나를 보고 싶으십니까?
3. 결어.
여러분들은 말합니다.
고무판이 선도하여, 장르를 되살리려면 비평을 살려야 한다.
비평이 살지 않으면 장르가 죽는다.
그럼, 그 비평을 하여 고무판이 전과 같이 저렇게 무너지고 나서 사람이 오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누가 봐서 장르에 힘을 싣고, 또 선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고무판이 아닌, 초기의 고무림에 연재했던 작가중에는 지금 연재하지 않는, 오지 않는 작가도 있습니다.
그가 왜 고무판을 떠났을까요?
저와 싸워서?
아니면 다른 이유로?
이유는 딱 하나 뿐입니다.
비평이 싫어서 떠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굳이 그 이름을 하나하나 다 밝혀 적지는 못하지만, 그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예전 이미 잊혀진 작가가 아닌, 지금도 여러분들이 열광하는 바로 그 작가들입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다 아실 그들, 그들은 자신의 글을 욕하는 독자와 싸우거나, 보기 싫어서 떠났습니다.
여러분들은 그저 내가 고르고 싶은 작품의 정보를 얻고 싶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비평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장르발전이란 이야기를 하지만 근저에 깔린 이야기의 의미는 그것이 가장 큰걸로 보입니다.
내가 보고 마음에 안드는 글은 “이게 글이냐!” 라고 소리치고 싶은 거지요.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제가 원하건, 원하지 않았건 간에...
저는 이 자리에서 수많은 작가들을 대변하고 있고, 또 그들의 앞날을 지키고, 개척해야만 한다고 혼자 초조해하고 있는, 어찌보면 과대망상증 환자일지도 모를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사람입니다.
논단에 보면 25번 글에 제가 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글이 있습니다.
그것이 2003년에 쓴 글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바라듯 고무판을 다시 그 시절로 돌리면 결국 꼭 같은 일을 되풀이 할 뿐입니다.
한 번 해서 안된 일을 다시 되풀이 할만큼, 장르는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들께 그 내면의 복잡함을 공개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장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은 단순함에 기초합니다.
물론, 그 단순함은 여러분들이 가진 정보의 부족에서 기인합니다. 저처럼 많은 경로를 통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할 수 없는 상태이니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개인의 능력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은 비평을 어떻게 해야 한다라가 아니라,
전체 시장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라는 대전제가 더 큰 비중으로 다루어져야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비평이란 부분을 완전히 외면할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리뉴얼되는 고무판에서는 여러 가지 각도로 그런 부분을 조명 할 예정입니다.
또한, 고무림판타지를 아우르고, 전체 장르를 다루는 새로운 형태의 [웹진]이 12월 개설을 목표로 준비중에 있습니다.
그 웹진에서도 여러 가지 방안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로, 여러 각도로 개발중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뭐든 포함하고 수용하여 발전적으로 재창조해나갈 미래를 위한 작업들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것은,
여러분들은 여흥으로서, 삶 다음으로 장르를 사랑하는 것이겠지만, 저나 작가들은 삶 그 자체로 여기에 올인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바보가 아니라면, 자신의 삶이 망가지기를 바라지 않겠지요.
이 차이를 생각해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직 때가 아닙니다.
Comment '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