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알레이버크
작품명 : 내 여자친구는 핵잠수함
출판사 : 문피아 자유연재란
0.
비평요청을 보고 쓴 글이라 비평란에 올리긴 했지만, 제가 느낀 바를 풀어놓은 것 뿐이니 그저 한 독자의 의견이라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1.
저는 군사관련 전문지식이 전무하므로 『내 여자친구는 핵잠수함(이하 '내여함')』의 어떤 밀리터리 설정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밀리터리 매니아만을 대상으로 쓴 작품은 아닐 것이므로, 일반인 중의 하나인 제 입장에서 느낀 감상을 쓰겠습니다.
처음에 소녀의 인격을 지닌 핵잠수함이라는 설정을 들었을 때는 라이트노벨인 '배틀쉽걸'을 떠올렸습니다. 이 작품도 우주선이 소녀의 인격을 갖고 있지요. 슬프게도 작품성은 뛰어난 편이 아니기에 좋지 않은 선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내여함'도 비슷하면 어쩌나 하는 희미한 불안감을 안고 1화를 읽었는데, 분위기는 전혀 다르군요. 밀리터리 지식이 풍부한 작가분이 자신의 장점을 살려 쓴 글이었습니다. 작품 내의 군사적 동향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할 건덕지가 없으니 이후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비전문가가 보기엔 그럴 듯 하긴 하더군요.
2.
제가 7화까지 읽으며 느꼈던 건 '어색함'이었습니다. 군사쪽 이야기를 싸그리 삭제해보면 남는 건 타냐와 블로쟈닐의 관계입니다. 블로쟈닐은 일반인이고, 핵잠수함이 되어버린 타냐와 만났으니 무척이나 놀랐겠지요. 그런데 그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타냐의 무장상태더군요.
물론 무장상태에 생존이 걸려있으니 중요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판타지 소설에서도 흔히 보기 힘든 기사奇事를 앞에 두고 냉정하게 무장상태를 체크하고, 게다가 그 후에도 '어째서', '왜'에 대해서는 그다지 궁금하게 생각지 않으며 깊이 파고들지도 않는다는 것은 부자연스럽습니다.
3.
이후 같이 다니다가 헤어지게 되는데, 이 또한 참 납득할 수가 없더군요. 같이 잘 지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타냐가 블로쟈닐을 육지로 돌려보내줍니다. 그런데 타냐가 어째서 돌려보내려 마음먹은 건지도 안나오고, 어째서 그 시점에서 뜬금없이 그런 결심을 한 건지도 애매합니다. 잠수함 승무원 훈련을 받지 않은 블로쟈닐을 걱정해서 배려한 거라 넘어갈 수 있지만,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겠죠.
그 질문을 들은 블로쟈닐도 납득이 안되기는 마찬가지. 분명 타냐에게 어느정도 애정을 느끼고 있는 듯 묘사되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육지 복귀를 선택합니다. 대체 왜? 잠수함 생활이 힘들고, 육지에 남겨둔 일들이 많은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 타냐와는 헤어지게 되잖아요. 최소한 갈등하는 모습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겁니다.
4.
애초에 블로쟈닐이 타냐를 받아들이는 것도 너무 빠르지 않나 싶습니다. 몇번 이야기하고 함께 며칠 다녔을 뿐인데 이미 연애감정 비슷한 것을 느낀다는 건 솔직히 말해 무리한 일입니다. 아무리 군사학 전공자고, 잠수함에 로망을 느끼며, 과거의 타냐를 핵잠에 투영한다고 해도 겨우 그정도로 잠수함에 키스까지 하고 아름답다며 달콤한 말을 속삭인다는 건... 솔직히 말해서 전 소름돋았습니다.
이렇듯 몰입에 실패하는 것이 저 혼자만의 일이라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도 그렇게 느낀다면, 작품의 컨셉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위에 예를 든 배틀쉽걸의 경우 여주인공이 AI긴 해도 형상화를 통해 여자아이 모습을 보일 수 있기에 그나마 이미지를 잡기 쉽고, 이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쇳덩어리가 여자아이 목소리로 말하고, 그 동체를 이리 꼬고 저리 꼬며 감정표현을 한다고 해서 매력을 느낄 수는 없네요.
5.
마지막으로, 이야기 시작시의 타냐 상태에 대한 의문입니다. 그녀는 모종의 이유로 인해 인격이 부여된 핵잠수함이고, 따라서 그렇게 만든 인물/조직은 타냐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 그녀를 퇴역 전의 잠수함이라곤 해도 민간인 관광이란 형태로 공개한다는 점이 의아합니다.
설사 타냐를 그렇게 만든 알렉산드르가 다른 사정이 있어 인격만 부여했을 뿐 그 후의 관리는 나몰라라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민간인 관광용 퇴역 잠수함에 핵무장 풀셋이 갖추어져 있었다는 건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물론 작가분이 설정해둔 '뒷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거야 작가만 아는 거고, 독자들은 여전히 의문스럽게 생각하며 '에이 말도 안돼'라고 느껴버립니다. 적어도 타냐가 [깜빡 잊고 안꺼냈지 뭐야. 아니면 꺼낼 돈이 없었는지도 모르지]라며 대충 넘겨버릴 때, 주인공이 [그런 일이 있을리가 없어] 하면서 강하게 의혹을 느끼는 장면이라도 있어야 자연스럽습니다.
설마하니 러시아에서는 퇴역잠수함에 핵무장을 두고 까먹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주인공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느낀 건 아니겠지요? 전 문외한입니다만 그렇진 않을 거라 믿습니다.
【 결 론 】
- 문장은 나름 안정적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어색하고, 경직된 전개가 이어집니다.
- 독자가 느낄 의문을 한발 앞서 고찰하고 그걸 커버하는 세심함이 부족한 듯 합니다.
- 과연 잠수함 모에가 다수 독자들에게 먹힐지 의문입니다.(제겐 안먹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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