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현대판타지물을 성토하는 글이 있길래 저도 [토론마당]에 적었던 것을 옮겨봅니다. 뭐 <비평일반>에 대해서는 문피아에서는 아무런 배려도 없으니 배짱으로 밀어넣어봅니다.
1~2년 전부터 혹은 약간 더 전부터 '현대판타지'라는 꼬리표를 달은 소설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전에도 현대 무협물이라 해서 위와 조금 비슷한(최소한 현실에서 속된 말로 짱먹는다는 내용)소설책이 있었으나 이때 즈음해서 나오기 시작한 책들은 대동소이하게 '그릇된 현실을 자본이나 권력 혹은 기술(다 권력과 밀접하지만) 바로잡아 한국이라는 나라를 킹왕짱으로 만드는' 내용이다.
나는 이 소설들의 내용과 그리고 이 소설들이 소설작가의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생각, 그리고 그것을 읽는 대중층(시민과 구별되는)에 끼칠 영향 때문에 조그마한 비평을 쓰고자 한다.
위에서 말한 '현대판타지'물들의 좀더 자세한 줄거리는 과정이 어찌되었건 간에 뭔가 대단한 기술, 혹은 미래의 내용(환생유무를 떠나)을 통해 자본을 축적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나라를 한국사람 모두가 그럭저럭 살기는 좋은세상으로 바꾼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좀 더 생각해보면 여기저기서 문제가 나온다. 대단한 기술이나 미래를 아는것은 필수요소이니 넘어가더라도 이런류의 글에서 나오는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독재주의 혹은 전체주의적 구조, 예를들어 주인공을 중심으로 회사를 차려서 사회를 그 회사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내용이 상당히 비 민주적이며 또한 그런회사를 통해서 사회를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민중들의 입장에서는 '구악이 신악을 대체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이다. 어짜피 구악(주인공 이전의 권력자)도 그렇게 권력을 거머쥐었는데 같은 방법으로 권력을 쥔 사람이 구악을 타도한다니 아이러니 아닌가. 또한 자본을 많이 긁어 모았다는 내용은 나와도 그것을 긁어모으는데 따른 어딘가에 있을 사람들의 고통은 생각치도 않는다. 자본주의란 한놈이 얻으면 한놈이 잃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을 주인공은 철저히 망각하고 있을 뿐더러(즉 자본주의에 대한 지식이 협소) '역사적 사실'때문에 다른나라와 전쟁을 하거나 다른나라를 망하게 한다. 물론 주인공은 그때문에 고통받을 타국의 사람들따위는 신경도 안쓴다. 국가=그나라의 민중 이라는 공식 즉 전체주의를 암시하는 것 같아 섬뜩하다. 나라는 나라이고 시민은 시민이다.
또 권력을 잡은 주인공이 민중을 어엿삐 여겨 주인공이 구상한 세계로 편입시킨 것이 과연 민중들의 행복일까. 이제 세계사나 서양사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그 오랜구호 '계몽주의'는 아직까지 필요 하지만 계몽을 무조건 적으로 밀어 붙이는 '교조주의' 즉 여느 학교의 '주입식교육'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것은 구시대의 산물이다. 또한 이는 그저 민중을 수동적으로 즉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노예로 생각하는 처사라 할 수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주인공의 속내로부터(작가의 속내라고도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쎈놈 지상주의, 즉 사회진화론의 냄새가 진하게 난다. 사회진화론의 사상은 다들 알다시피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비단 쎈놈들의 이데올로기만이 아니다. 약자들이 쎈놈을 '숭배'하는 이데올로기로도 쓰인다. 예를들어 사람들은 권력기관을 욕하긴 하면서 그곳의 구성원들을 부러워한다. 쎈놈을 힘을합해 물러나게 하고 그 빈 공백을 다같이 힘을합해 메꾸는 것이 아닌 '딴 놈들 다 누르고 쎈놈이 되자'는 풍조가 만연한 것이다.
내가 이말을 꺼낸 이유는 이런 책을 보고 그런것을 배우거나 혹은 더 확고화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이다. 단지 주인공은 구악(사회진화론 신봉자의 전형)보다 더 쎈놈이므로 그놈들을 물리쳤다는 사회진화론에 철썩철썩 들어맞는 행동을 하고있으니 오죽하겠는가.
이에 주인공의 행동이 작가의 생각을 반영한다 가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첫째는 작가들이 사회구조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며, 둘째는 인문학적 소양이 없는 즉 제도권 교육(고등교육 혹은 그 이하)을 충실하건 충실하지 않건 받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또 셋째는 현실에 찌들어서 사회진화론을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것이고.
물론 나는 자본주의의 대안이나 사회진화론을 한국사람들 머리에서 delete할 방법은 모른다. 고로 나는 지적만 할 수 있을 뿐 현대판타지물을 쓸때 참고할 수 있는 대안을 즉 제대로된 비판을 할 수 없다. 솔직히 그걸 알면 내가 판타지물 읽고 문피아를 들락날락거리겠는가ㅇㅅㅇ;.
하지만 당부할점은 글쓰는 작가분들이나 작가 지망생분들은 제발 제대로된 역사/철학/문학공부를 통해(이른바 문사철)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글을 쓰라는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공부 안하고 이런 책 쓰는 분들에게
"..........잡것들이 너나없이 책을 내려고 한다" -키케로
Ps. 인용구의 일부만 잘라다 붙이니 젖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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