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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쓰는 방법

작성자
박정욱
작성
08.12.05 07:34
조회
1,565

작가명 :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엄윤숙 쓰고 엮음

작품명 : 조선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출판사 : 포럼

내가 열수(한강)가에 상고 있을 때였다. 하루는 젊은이 한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등에 무엇인가를 짊어지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책 꾸러미였다. 내가 누구냐고 묻자, 이름은 이인영이고 나이는 열아홉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뜻을 물었더니, 문장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과거 급제로 공적과 명성을 얻지 못하고 평생 동안 가난하게 살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다고 했다.

책 꾸러미를 풀어 보니, 모두 시인과 재능 있는 선비들이 지은 기이하고 뛰어난 작품들뿐이었다. 그 중에는 파리머리만큼 작은 글자로 쓴 글도 있고, 모기 속눈썹처럼 세밀하게 엮은 글도 있었다. 이인영이 자신의 포부와 학식을 쏟아내는데, 호로병에서 물이 철철 흘러넘치는 듯 했다. 책 꾸러미 속의 작품들보다 수십 배나 더 풍요로웠다.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이마는 무소처럼 불쑥 튀어나와 밖으로 비치는 듯 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이리와 앉아보게. 내 자네에게 한 마디 하겠네. 문장이란 학식이 마음속에 쌓여 있다가 바깥으로 드러나 나타나는 것이네.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이 뱃속에 가득 차면 피부가 윤택해지고, 술이 뱃속으로 들어가면 얼굴에 붉은 빛이 드러나는 것과 같은 이치라네. 사정이 이러한데 어떻게 갑자기 문장을 이룰 수 있겠는가? 온화하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덕으로 마음을 기르고, 효도와 우애로 본성을 닦아 공경과 성실을 한결같이 실천해야 하네. 이렇게 힘쓰고 올바른 길을 바라보면서 고전으로 마음을 닦고 지식을 넓히고, 여러 역사서로 과거와 현재의 변화하는 이치를 꿰고, 예악 문화와 법령 및 정치제도 그리고 옛 문헌과 법도 등을 가슴속 가득 쌓아야 하네.

그런 다음 외부의 사물과 마주쳐 옳고 그름, 이롭고 해로움을 다투게 되면, 마음속에 가득 쌓아둔 경험과 지식이 파도를 치듯 거세게 소용돌이쳐 천하만세의 웅장한 광경으로 세상에 남겨 놓고 싶어질 것이네. 그런 의지와 욕구를 주체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네. 그걸 지켜본 사람들은 앞 다투어 이것이 바로 진정한 문장이라고 말할 것이네.

나는 이러한 이치로 자신을 표현한 글만을 참다운 문장이라고 생각하네. 어찌 풀을 헤쳐 바람을 맞이하려는 듯 분주하게 서두르고 성급하게 내달린다고 문장을 붙잡고 삼킬 수 있겠는가?

세상에서 말하는 문장학은 올바른 진리를 해치는 좀벌레라네. 내가 말한 문장의 이치와 절대로 서로 용납할 수 없네. 그러나 한발 물러서 문장학을 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일정한 문과 길이 있고 기운과 혈맥이 있는 법이네. 그것은 고전을 근본으로 삼고 여러 역사서와 제자백가들의 책으로 도움을 받아 온화하고, 인정이 두텁고, 깊고, 널리 통하는 기운을 쌓아 그윽하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뜻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네. 그래서 위로는 나라를 다스릴 대책을 생각하고, 아래로는 한 시대를 주름잡을 포부를 지녀야 하네. 이렇게 된 다음에야, 그 뜻을 일러 하잘것없다고 하지 않을 수 있네."

정약용, <다산시문집>, '이인영에게 주는 말爲李仁榮贈言'

고전 연구회 사암에서 편찬한 <조선지식인의 글쓰기 노트>라는 책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과 글쓰기는 그다지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산 정약용, 장유, 이수광, 허균, 연암 박지원, 이런 분들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에도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것을 금기시 삼았다.' '청의 글만 베끼려 한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도움이 되실 것 같아서 몇 자 옮겨 적어보았습니다.

아래는 저 책의 목차입니다.

머리글

문장이란 무엇인가?

좋은 문장과 나쁜 문장은 바탕이 다르다.

마음속에 깨달음이 넘치면 글쓰기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글은 글쓴이의 얼굴

글을 지을 때는 정성을 다해야 한다.

글은 하루 아침에 쌓을 수 있는 잔재주가 아니다.

껍데기는 가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좇아 글을 짓지 말라.

글 속에는 논리를 갖추어야 한다.

문장에는 스스로 정해진 가치가 있다.

자신의 말이 빠진 문장은 피해야 한다.

출세를 위해 글쓰기 공부를 하지 말라.

문장은 언어의 정수, 언어는 마음의 소리.

기교를 부린 문장일수록 경박스럽다.

글을 쓸 때 스스로를 속여서는 안된다.

말과 행동과 글은 하나.

시대에 맞춰 글을 쓰되 반드시 고전을 익혀야 한다.

글쓰기는 마음속에 쌓아둔 거짓과 진실에서 나온다.

분주하게 서두르고 성급하게 내달린다고 문장이 이루어지겠는가?

뿌리가 무성해야 열매를 거둘 수 있다.

마음 속 편견을 버려라.

글을 짓는다는 것은 옛글을 스스로 익혀 밖으로 표현한 것.

글을 쓸 때는 먼저 미루어 생각하는 일을 잘해야 한다.

고려와 조선 시개의 10대 명문장가

마음 속에서 문장의 기운을 길러라.

시를 배울 때는 맑고 진실한 마음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올바른 글쓰기 방법은 옛사람의 문장을 좋아하는 것.

글을 쓰는 핵심은 백성을 구제하는 것.

글을 쓸 때는 진부한 말을 경계해야 한다.

글이란 반드시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고사를 인용해 글을 쓰는 방법.

미사여구 또한 잘 사용하면 좋은 문장을 이룰 수 있다.

글쓰기는 부모의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

세상 견문을 넓히지 않고 배우기만 해서는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쓸 때 다른 사람이 이미 사용한 표현을 되물이 하지 말라.

조선 제일의 여류 시인 허난설헌이 겪었던 표절 논란.

짧은 글일지라도 다시 다듬고 고쳐라.

사람과 글은 하나.

글이란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

깨달은 뒤에 글을 쓰라.

견문과 지식이 얕고 좁은 사람은 좋은 글을 쓰기 어렵다.

마음과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간략하고 쉽게 글을 써야 한다.

글쓰기의 기초와 뿌리는 폭넓은 독서에 있다.

마땅히 갈 곳에 가고 마땅히 그칠 곳에서 그친다.

문장에는 제각기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다.

간략하고 뼈가 드러나지 않아야 하고 상세하되 살찌지 않아야 한다.

글을 지을 때는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된다.

문장이란 이치와 논리로 이루어진다.

문장은 네 가지 형식과 네 가지 내용을 갖추어야 한다.

좋은 글은 분량에 신경쓰지 않는다.

글을 짓는 규칙과 형식이 우선인가, 목적이 우선인가?

훌륭한 문장은 폭넓은 세상 경험과 웅장한 기운에서 나온다.

일을 행하는 글쓰기와 말만 화려한 글쓰기의 차이.

글 쓰는 일의 어려움.

빨리 짓는 글보다 더디게 짓는 글이 더 낫다.

글에 대한 평가를 고깝게 듣지 말라.

창작은 어렵고 모방은 쉽다.

마음으로 쓰는 글.

글쓰기의 핵심은 구상.

좋은 글을 쓰는 것은 내게 달렸고, 글에 대한 평가는 다른 이에게 달렸다.

문장은 어떻게 지어야 하나?

글쓰기는 병법의 이치와 같다.

왜 시간이 흐른 뒤 글을 고치는가?

글 고치는 것을 싫어하지 말라.

기이함과 꾸밈보다는 기세와 골자가 중요하다.

글은 창의적이고 참신해야 한다.

글을 쉽게 쓰는 세 가지 방법

문장은 문장일 뿐.

글은 복잡하고 번거롭기보다 간략해야 한다.

문장의 명성과 세속의 출세를 모두 가질 수 있는가?

학문과 문장을 모두 잘할 수는 없는가?

글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소, 재능.기백.힘

좋은 글을 수집, 편찬하는 일은 좋은 글을 쓰는 일만큼 중요하다.

사람의 문장이란?

문장의 가치는 금은보화의 값어치보다 알기 어렵다.

힘써 노력하지 않으면 타고난 문장력도 드러나지 않는다.

훌륭한 글은 평범함 속에 나타난다.

시인과 광대와 풀벌레.

언제 어느 곳에서나 항상 글 쓰는 재료를 모아라.

문장은 환하게 뚫린 운명을 미워하고 도깨비는 사람이 지나가면 기뻐한다.

글이란 제목과 내용과 형식이 하나로 어우러져야 한다.

글 재료를 모으고 문장의 표현을 구하는 방법.

제목이 신선하지 않다고 내용까지 신선하지 않겠느냐?

간결해야 할 때 복잡하고 자세해야 할 때 생략하는 병통

글의 문체에는 모두 나름의 색깔이 있다

옛사람의 글쓰기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

갑자기 높고 큰 경지와 미묘한 영역에 도달할 수는 없다.

옛사람의 글을 모방하는 것을 가장 큰 금기로 삼았다.

글이란 보고 듣고 아는 만큼 나온다.

문장과 학문은 한 몸.

글은 기운이 핵심이고 기운은 뜻을 근본으로 삼는다.

글은 지식의 양이 아닌 각자의 역량에 따를 뿐이다.

산림을 말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문장을 말하면 마음이 즐겁다.

글에는 소리와 색깔과 감정과 경계가 있어야 한다.

글을 쓰는 것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목차만 써도 한 가득이군요..;;

곁에 두고 읽을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모두 힘내서 건필하시길.

박정욱.


Comment ' 3

  • 작성자
    어둠의황제
    작성일
    08.12.05 08:30
    No. 1

    저의 아둔한 머리를 한 번쯤은 깨우치게 하는 좋은 말이었습니다.
    글의 뜻은 둔 자라면 꼭 책을 보아야겠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7 태산™
    작성일
    08.12.06 07:50
    No. 2

    이 바닥에서 대성하려면 좋은 글 써봐야 말짱 황입니다. =ㅅ=
    재미있는 글을 써야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박정욱
    작성일
    08.12.06 08:56
    No. 3

    좋으면서 재미있는 글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 ^_^*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꼭
    안 좋고 재미있는 글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_^;
    (쓰고보니 말이 좀 이상하긴 합니다만;;;)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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