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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논술을 아느냐? 를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9.06.21 08:52
조회
1,094

제목 : 너희가 논술을 아느냐?-탁월한 언어감각으로 최정상에 오른 사람, 이솝 Gib Ihm Sprache, 1999

저자 : 한스 요아힘 셰틀리히

역자 : 전재민

그림 : 박공우

출판 : 참솔

작성 : 2009.06.17.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할 것이니.”

-즉흥 감상-

  다른 사무실에서의 호출을 기다리며 안내 및 순찰업무를 하게 되는 저녁근무. 처음에는 열린 공간이라는 특성상 수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마주한다는 것이 벌쭘했지만, 세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는 틈틈이 책도 읽고 감기록도 공책에 적어보는 등 여유를 가지게 되었는데요. 그런 근무시간에 가볍게 읽을 책으로 잡은 것이 제목과는 달리 재미있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책은 괴물에 비유될 정도로 못생긴데다가 말을 할 때면 웅얼거리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듣기 힘들어 언제나 미움의 대상이 되었던 한 노예이자 ‘이솝’이라는 남자가 있었다는 것으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던 것에 이어, 작은 선행을 통하여 말문이 트이게 되었다는 것으로 본론으로의 장이 열리게 되는데요. 비록 노예 신분이기는 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던 그가 다른 사람의 노예로 팔려나가는 과정 속에서 위대한 철학자의 노예가 되었던 것을 시작으로 그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에 불만이 커져가던 그는 결국 진정한 자유를 향한 위험한 입놀림을 시도하게 되는데…….

  책의 구성 자체는 소설과 같이 이야기의 흐름을 가지고 있었으나, 제목에서 느껴지는 중압감부터 하여 앞서 만난 ‘이솝 우화 전집-어른을 위한 AESOP The Complete Fables, 1998’의 여운이 남아있기에 그저 ‘도서’라고 우겨보는 바 인데요. 아무튼, 이번 책은 ‘이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솝우화’를 묶었다고 할 수 있다 보니, 사실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전집보다는 훨씬 재미있었다고 적어봅니다.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말의 위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네?! 마력馬力이 높을수록 좋은 것 아니겠냐구요? 크핫핫핫핫! 그 정도면 농담의 기본은 되어있으시다 말하고 싶은데요. 이 책을 통해 만나본 각각의 상황에 따른 이솝의 입담은 그 자체로 최고의 마력魔力이었다고만 해두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다시금 ‘말의 위력’으로 돌아 와볼까 하는데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은 갚는다.’와 같은 수준이 아닌, 노예계급에서 왕의 고문이 되었을 정도로 지혜를 뱉어내는 그 모습을 통해 순간순간 바보 도 터지는 소리-아!-를 내질로 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어디서 입력된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미래의 지도자는 연예인이 될 것이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떠올려 볼 수도 있었는데요. 음~ 남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말의 능력자라니, 참 무섭습니다. 그런 한편으로는 인간은 논리적이며 사유를 즐기는 동물이라는 정의까지 떠오르는 것이, 그렇게 지적생명체라면서 논리가 저지르는 함정에 곧잘 걸려들고 만다는 점에서 그저 안타깝게도 생각되는군요.

  으흠, 이솝이라. 순찰로 한 바퀴 돌면서는 실존인물인 동시에 신화적 존재감을 보이는 인물에 대해, 인물은 실존일지 몰라도 도서 ‘뒤바뀐 세계사의 진실 迷宮への招待 世界史15の謎, 2003’에서 언급된 ‘셰익스피어의 진위’를 예로 들고 싶을 정도로 특정 사건들을 ‘이솝’이라는 이름으로 재구성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초반에는 그나마 현실적으로 이해해볼 수 있었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현실을 초월하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여행이 가능하지 않는 이상 미싱링크가 발견되어야만 해명이 가능하기에, 그동안은 그 당시대 최고의 입담꾼이라고만 생각해볼까 하는군요.

  논술이란 무엇입니까? 모르겠습니다. 노는 것까지 가외공부로 등장하는 현재의 삶속에서 단어가 가진 의미가 현실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저 의문이 들고 있는데요. 스스로가 잘난쟁이가 되어감에 너나할 것 없이 자만의 우물에 깊은 굴을 파고는 그것이 주는 안락함에 빠져들게 되었을 때. 이런 이솝과 같은 인물이 나타나버린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상상해보겠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보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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