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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베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2.09.13 13:51
조회
5,908

작가명 : 현민

작품명 : 자베스

출판사 : 로크

뒤늦게 자베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언제고 한번쯤 보고 싶었는데... 저희동네 책방에선 1,2권 들여놨다가 빼버려서 못 읽고 있었죠...;

결국 이번에 큰 맘 먹고 질러서 보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걍 순수한 제 감상..

------------

자베스를 사면서도 걱정이 앞섰습니다. 워낙 여러 말들을 들었었거든요.

오랜만에 보는 정통판타지다운 수작이라는 반면, 다른 쪽에선 용두사미라고 하더군요.

읽고난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만족스런 책이었지만, 양 측의 의견이 모두 틀리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의 1인칭에선 보기 드문 표현력과 안정성. 기발하면서도 독창적인 사건들의 배열. 마음을 쏙 빼놓는 은유와 상징이 섞인 설정들.

까놓고 말해 이 정도로 공을 들인 소설을 최근 별로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적어도 출간작에서는요]

특히 1인칭으로 비롯되는 특유의 표현력에선 종종 감탄이 나왔어요.

와, 진짜 이 작가 글 잘 쓰는구나.

단, 뒤로 가면 갈수록 왜 사람들이 용두사미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어요.

이 책은 주제적으로 굉장히 폭넓고 난해한 지점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크게 보자면 인간[생명]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좁게 봐도 인간과 사회를 이루는 다방면의 이야기들. [정치, 인식론, 존재론, 심리학까지]

요즘의 포멧으로 이걸 전부 다루기에 6권은 너무 짧아요.

기본적인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보장해야 하는 요즘의 포멧에서 이 광범위한 주제를 6권 안에서 다루려면, 이영도를 뛰어넘는 필력이 필요하겠죠.

재미와 통괘함을 보장하는 동시에, 치밀하게 계산된 지면과 사건의 배분, 단 몇 문단의 말로써 주제를 드러내는 경제적이며 감각적인 표현까지.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현민 작가의 필력은 그 정돈 아닌 것 같아요.

덕분에 종종 텔링 자체의 쾌감과는 상관이 없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사건과 지문 등이 삽입되었고 저는 그럴 때마다 푹 빠졌던 작가의 세계에서 튕겨나오는 경험을 했어요.

인내심을 가졌거나, 이런 류의 독해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그런 경우를 참고, 다시 작가의 독창적인 세계로 빠져들 수 있겠지만, 다른 대다수의 독자들은 거기서 책을 덮거나 한참이나 시간을 허비하겠죠.

[막판 6권에선, 개인과 집단의 문제를 놓고 3~4페이지를 할애해서 화자 혼자 어떤 대화나 행동 지문도 없이 혼자 썰을 풀더군요. 스토리 자체에 있어선 굳이 없어도 되는 내용으로요.]

이런 부분들은 제가 볼땐 정말 필요가 없는 부분 같았어요. 작가는 이럴 때마다 다방면의 인문학적 썰을 푸는데, 아는 사람은 다른 인문 서적에서 수 차례 본 내용 소설에서 또 볼라니 지겹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니깐 지겨워질 것 같았어요.

끝맺으며 결론은, 자베스는 한계가 명확한 소설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한계를 상쇄시킬 만큼이나 새롭고 독창적이며 잘 짜여진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최근 몇년 동안 저는 자베스를 읽을 때처럼 작가가 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사건과 지면을 넣었는지. 이 설정이 어떤 상징과 은유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마치 작가와 대화를 하는 듯한 독해를 해본 경험이 드물었거든요.

취향 차이를 떠나서 희소성이 있는 글이고, 한번 쯤 봐도 후회는 안 할 것 같은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 ' 8

  • 작성자
    Personacon 마아카로니
    작성일
    12.09.13 14:25
    No. 1
  • 작성자
    Personacon 용세곤
    작성일
    12.09.13 16:15
    No. 2

    현민님 작은 현대물 뭐시기 부터 약간 꺼려지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오그레
    작성일
    12.09.13 19:43
    No. 3

    대놓고 작가 비교를 하고 이작가는 이작가 보다 못하다란 말은 안좋게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 라자로 판타지를 입문했고 재미있게 봤지만 지금 다시 보라면 그때 받은 감정과는 다른 감정이 들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야구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야구를 더 좋아하니까 축구는 야구보다 못해 라는 의견에는 전혀 공감이 안가는 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9.14 00:01
    No. 4

    오그레님. 제가 글을 잘못 썼는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이영도 작가의 이야기를 꺼낸 건, 현민작가가 객관적으로 그보다 못하다기 보단,
    [실제로 이영도 vs. 현민 식으로 한쪽을 아래로 두지도 않았어요.]
    흔히 상징적으로 한국 판타지에서 가장 유명하고 글 잘 쓴다고 알려진 사람... 거기다 특유의 주제의식을 작품에 녹여내는 걸로 유명한 작가분으로 고른 것이고, 또한 자베스의 경우, 그 이영도의 상징성도 뛰어넘는 정도의 필력이 있어야 완벽한 작품이 되었을 것 같다는 의미였어요. 기호라던가 수준 자체의 객관적 비교를 위해 든 예시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영도의 이름은 딱 한번만 나옵니다.
    자베스란 작품 자체는 만족스러웠어요. 정말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오그레
    작성일
    12.09.14 19:15
    No. 5

    제가 오해를 했나 봅니다. 죄송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메롱이군
    작성일
    12.09.15 14:33
    No. 6

    자베스 대단한작품이죠
    중등들이 좋아할만한 주제는 아니지만
    무거운 주제를 나름 잘다루었다고 봅니다.

    적어도 빌려보는 돈보다는 훨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책입니다.
    (현민 전작보고 좀 실망했는데 자베스보고 다시 기대를 가지게 되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금세유
    작성일
    12.09.18 18:31
    No. 7

    감상평에 공감가는 부분도 많더군요.. 그래도 작가분의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하나의 스토리에 너무 많은 주제를 담으려한게 조금 아쉬운 부분이지만 전작부터 자베스까지 현민 작가가 생각하는 자신이 쓰고 싶은 책과 독자가 보고 싶어하는 책과의 경계지점에서 좀더 심도잇는 내용을 독자가 읽고 싶어하는 책의 흐름에 이어가려는 노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빈다. 적어도 세로운 책이 나올 때마나 변화을 주려는 거 같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03.24 22:33
    No. 8

    스토리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에 중점을 둔 성장소설이기에 그런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어갈 수 있었으니 취향차이로 봐야하겠죠 완성도의 차이가 아니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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