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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현, 드래곤 머니

작성자
Lv.1 인위
작성
08.06.25 23:59
조회
4,686

작가명: 권태현

작품명: 드래곤 머니

출판사: 로크미디어

출간일: 2008년 6월 2일 // 현재 1,2권 출간

<미리니름 없습니다. 기본적 설정만>

주인공 현호는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로 인해 집안이 몰락하게 됩니다. 부모를 모두 잃은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날 부의금을 모두 털어간 사채업자과 담판을 짓고 채권추심 일을 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이상한 꿈과 기묘한 일을 겪게 되고 어떠한 계기로 말미암아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깨어나게 됩니다.

그런 그가 빚더미에 올라앉아있던 가문을 살리고 이계에서 사채업계의 대부가 되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재미있는 소설을 소개한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이 소설의 제목은 영어로 Dragon Money입니다. 한글로 해석하자면 “용돈”이라고 합니다. 그 제목의 오묘한 이치를 깨닫는 독자라면 작가의 유머러스함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주목이 헛되지 않을 수많은 위트를 소설 안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금전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꿈을 포기하고 평범한 삶 또한 포기합니다. 그렇다 하여 지나치게 암울한 분위기를 상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가는 그가 채권 추심계에서 한 사람의 몫을 충실히 해 나가는 모습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발한 방법으로 채무자에게 돈을 받아내는 그의 모습을 편안히 감상하면 됩니다.

공전의 히트를 쳤던 '쩐의 전쟁'을 모티브로 하였기에 기시감이 있긴 하지만 채권추심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예측 불가한 상황을 맞아 주인공이 해법을 찾아내는 모습은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퀴즈를 풀어 나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문제를 푸는데 사용된 착상의 기발함만큼 독자는 ‘옳거니!’하고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이 소설은 사채업자와 추심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행위들을 정당화하지는 않으니 불필요한 오해를 할 것은 없습니다. 추심이라는 것은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해야만 가능한 행위라는 것을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문제를 떠나서 이러한 소재를 다루는 소설은 사람들의 흥미를 이끄는 강대한 마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절망을 갉아먹으며 자라나는 이야기는 불쾌함을 주기 마련이고 프로이드가 말했듯 싫어하는 것은 억압되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그러한 주장엔 예외가 있지요.

사람들은 생존과 연계되어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에는 그것이 아무리 부정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위기감은 주목을 부르며 강한 흥미를 유발하지요. 이는 개체의 존속을 위해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적인 무언가라 할 수 있습니다.

높은 실업률, 그리고 수백만 명의 신용불량자들.

이 시대에 금전적인 고통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습니다. 언제 직장에서 퇴출당할 지 모르며, 친근하게 접근한 초등학교 동창에게 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사업이 난항을 겪거나 혹은 투자를 위해 돈을 끌어 쓰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도 있습니다. 급전이 필요한데 주변의 어느 누구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릅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경각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웃으며 즐기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만약 나에게 저런 일이 일어난다면...’하는 불안함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소설 속의 채무자들과 자신의 현재를 비교하다보면 안도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은 그들에 비하면 매우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현실에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게 되면 이제 독자는 비교우위의 입장에서  소설 속의 세상을 다소 오만하게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독자는 그러한 와중에 강한 흥미를 느끼며 소설에 몰입하게 됩니다. 소설 드래곤 머니의 특수성은 그러한 부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인공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하여 정당성과 당위성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그 특수성이 많이 순화되고 약화되긴 하였습니다. 약은 수를 써서 채무를 상환하지 않거나 누명을 씌우려는 악덕 채무자들의 비중이 클 뿐더러, 다른 세계로 넘어가서부터는 주인공의 추심 재능이 악당을 벌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계에는 이자율 제한이라거나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수단이 없는 만큼 주인공의 추심 행위를 악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그 어떠한 구속력 있는 장치가 존재할리 만무합니다.

중세시대에도 고리대금업자는 있었지만 이 때에는 사채행위를 종교계에서 죄악으로 여겼고 이를 백안시 하였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새 둥지를 튼 이계에서는 일단 그러한 제약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돈을 빌려주었다면 받아내는 것은 당연한 권리가 됩니다. 주인공이 악덕고리대금업자인 것도 아니니 그의 행동을 폄하할 이도 없으며 그러한 주인공 앞에 벌벌 떨만한 이들은 감히 그에게 대적하려드는 악당들 밖에는 없습니다.

결국 체감하는 불안감이 줄어듭니다만 대신 즐거움의 기저는 악당을 벌하는데서 얻을 수 있는 통쾌함으로 선회하게 됩니다.

사채업자를 벌하는 사채업자!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3000디카트를 빌려주며 생살 1파운드를 요구한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그를 위협하더라도 통쾌하게 뒤통수를 칠 수 있는 그러한 스타성이 주인공 현호에게 존재합니다.

빚을 지고 몰락해 가는 가문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역경을 거쳐나가는 주인공을 바라보면서도 항상 독자의 입가엔 미소가 자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시원시원한 문체로 위트 있게 이어나가는 대화와 묘사가 이를 뒷받침하며 소설의 맛과 분위기를 적절히 살려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드래곤 머니는 독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소설입니다. 드래곤의 돈마저 추심할 수 있을 것 같은 주인공 현호를 지켜보다보면, 배짱만 있다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 것입니다.

작가의 전작, 황제가 귀환(전 5권)을 즐겁게 읽었던 독자라면 새로운 작품도 마음에 드실 겁니다.


Comment ' 12

  • 작성자
    Personacon 빌안
    작성일
    08.06.27 10:37
    No. 1

    정말 강력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재미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쥬리크리
    작성일
    08.06.27 18:24
    No. 2

    권태현님의 전작은 '황제가 간다'가 아니라 '황제의 귀환'입니다.
    비슷한 제목의 작품이 있긴 하죠. '황제가 간다'가 아니라 '황제가 온다' 가 맞을거구요.
    둘 다 재밌는 작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인위
    작성일
    08.06.27 20:29
    No. 3

    수정하였습니다. 상당한 실례가 될 뻔 했는데 뒤늦게라도 고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호저
    작성일
    08.06.28 17:57
    No. 4

    멋진 글이네요 드래곤머니를 보면서 마음으로만 느끼던 걸 이렇게 다 표현해주시다니,,, 좋은 책, 좋은 감상 느끼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백표·X
    작성일
    08.06.29 12:12
    No. 5

    정말 재미는 있는데 정말 책 종이질이 이게 뭔지,,,,
    소비자 우롱하는 것인지,,, 책 사고 싶은 마음 들다가 사라짐,,제발 이런 종이질로 책 만들지 마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서희(曙曦)
    작성일
    08.07.01 15:44
    No. 6

    덕분에 드래곤 머니를 읽어봤습니다. 용돈일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크크크. 종이질은 아무래도 재생지 같던데-.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인지 모르지만 확실히 구매의사를 떨어뜨리는 건 사실이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진지남
    작성일
    08.07.02 09:42
    No. 7

    감상도 좋고...
    작품도 좋고...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윈나우
    작성일
    08.07.03 13:26
    No. 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작품이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rogeely
    작성일
    08.08.02 20:54
    No. 9

    와아 멋진 글이네요. 드래곤 머니 강추우우우우~~~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waave
    작성일
    08.08.23 18:16
    No. 10

    완소작품의 하나---5권이 나와야할 텐데 말입니다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텃쌔
    작성일
    08.08.31 07:25
    No. 11

    5권봤는데 이 감상문이 실려있더군요. ^_____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포도우유
    작성일
    09.10.28 21:09
    No. 12

    왠지 어서 읽고 싶게 만드는 감상문이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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