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강현
작품명 : 천신
출판사 : 드림북스
오랫동안 미뤄두면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던 김강현님의 천신을 읽어보았습니다. 완급을 조절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마수의 숲 길잡이의 모험담에서, 영지키우기, 전쟁, 새로운 종교의 탄생과정, 레이엘의 자신의 정체성 찾기 등의 소재를 10권이라는 분량 속에 잘 분배해서 꽤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새로운 종교의 탄생 과정'이라는 소재는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이전의 작품보다는 많이 발전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김강현님의 이전 작품에서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해결되지 않아 아쉬움이 커서 이렇게 비평란에 글을 남겨봅니다.
천신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세계관의 허술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신이되는 레이엘 이야기는 재밌게 풀어내는데, 다른 신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건지, 레이엘이 속해있는 세계의 신들의 질서는 어떻게 되는지가 완전히 빠져있습니다.
첫번째로 '소이엘'이라는 신을 믿는 신관이 계속 등장합니다. 이들은 신성력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이엘이라는 신에게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채, 황제 레이엘에게 바보같이 이용만 당하다 몰락합니다. 새로운 신이 등장한다. 간단한 신탁이라도 내려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거기에다 소이엘신을 비롯한 여타의 다른 신들이 꽤 존재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천신, 마신과의 관계 설명은 보이지 않습니다.
두번째로 왜 천신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존재하지 않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도 없습니다.
세번째로 천년전 마신강림이 있었다는 언급은 있는데, 왜 강림이 일어났는지, 누가 일으켰는지, 그 여파가 어떻게 되는 건지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드래곤이 천년전부터 등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 보면 관련이 있는것 같은데, 설명이 완결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보면 천신이 존재하지 않아서 마신이 차원의 틈에 머물면서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로 나오는데, 강림은 왜 한겁니까?
그리고 첫번째 문제점과 관련해서 천신과 마신은 대립적인 관계인지, 서로를 인정하며 세상을 조화롭게 만들어 나가는 관계인지도 알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천신이 없어 마신의 힘이 강해졌다고 한다면, 마신교가 있어서 강해져야지 왜 흑마법사가 강해지는지도 의문입니다.
이것은 초기작으로 생각되는 삼자대면에서도 느꼈던 문제인데, '세상의 균형'을 맞춘다는 신의 음모에 당해 '빛의 세력', '어둠의 세력' 양쪽 세력의 숫자와 힘을 왕창 깎아버리는 활극을 보면서, 작가가 생각하는 '신'이라는 존재와 '세상의 균형'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천신에서도 그것이 반복되었습니다.
이처럼 글을 전체적으로 '완성된 세계관' 내에서 합리적으로 풀어낸 것이 아니라, 세계관 무시하고(혹은 완결된 세계관 없이) 천신 레이엘의 탄생이라는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만 풀어냈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레이엘의 비밀을 푸는데 독자는 참여는 봉쇄되고, 그냥 레이엘의 천신되기를 따라 같수밖에 없습니다. 독자들이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추리적인 요소가 완전히 망가지고 작가 혼자만의 원맨쑈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성된 세계관과 질서 내에서 독자도 생각하고 추측하면서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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