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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백랑님 앤시앙 비평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
10.12.30 10:57
조회
1,539

작가명 : 천백랑

작품명 : 엔시앙

독창적이고 신선하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최악의 상황은 아마도 메너리즘이 아닐까 한다. 천백랑님이 쪽지로 메너리즘을 언급하셨으니, 나는 이 글을 평가함에 있어서 창조성이라는 측면을 부각해서 살펴보려 한다.

1. 문체

소설에서의 창조성은 당연하지만 세분화하면 주제의 창조성, 구조의 창조성, 문체적 창조성을 이야기 할 것이다. 여기서 문체의 경우 좋은 문체라는 것이 정해지지 않았기에 어휘를 제외하고는 창조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편이다. 문체적 독창성을 가진 사람의 글이라면 해외 작가 중에서는 주제 사라마구가 인상 깊었고, 국내 작가 중에서는 이외수씨가 강하게 인상에 남는다.

그렇다면 엔시앙이라는 글의 문체적인 독창성을 가지는가. 문체의 특징을 확인해보고자 52화의 서술 파트를 인용해 보겠다.

①고작 준비만 했을 뿐인데 하늘이 열리고 대지가 흔들린다. 수십에 이르는 인페르노, 어스퀘이크, 웨더 컨트롤 등의 대마법과 남은 파르테논.......

②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화끈하게 해버리는 성격이 그대로 튀어나왔다. 뒷일은? 그때 알아보자. 아직도 아공간엔 꺼내지도 못할 것들이 넘치도록 있다. 지원을 허락해준 리델 사령관은 내가 떠나자마자 뒷목 좀 잡았을 것이다.

........

③산이 무너지고 평원이 솟아올랐다. 하늘엔 유성우가 떨어진다. 지구 종말의 날이 이러할까. 지도가 변해간다. 유려한 해안선은 망가지고 바다가 대륙이 되고 대륙이 바다가된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을 종결할 파르테논이 대지에 닿았다.

.......

④아공간이 열리며 열두자루의 검이 나왔다. 오직 명검만이 존재하는 플레버가문과 인첸트학파의 합작중에서도 명검으로 하나하나가 바람의 나그네에 비교하여 동급이다. 게다가 이 열두자루의 검엔 특수한 마법이 걸려 있다.

........

⑤간단한 시동어에 열두 자루의 검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스스로 허공을 날았다. 완전한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수만개의 상황을 상정하고 그 상황을 재조합하여 무한에 가까운 상황판단 능력을 가지게 하는 이 주문이다.

이 서술을 평가하는 것은 각자 다르겠지만, 나의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결코 좋은 서술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글에는 4가지 방식의 전달방법이 있다. 묘사, 서사, 설명, 논증이 그것인데 현대 소설에서의 일반적인 서술방식은 묘사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측면에서 엔시앙에서 서술된 서술방식은 소설의 문체로 보기는 상당히 딱딱하다. 보여주지 않고 설명하려는 양식은 특히나 장르 소설에서는 그 특징과 배치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위에서부터 하나씩 짧게만 평을 하자면,

① 하늘이 열리고 대지가 흔들린다. 이후에 연결되는 구체적 묘사가 없어서 어떠한 상황을 설명하는지 떠올릴 수 없다.

② 독백의 경우 소설에서는 심리묘사로 전환하는데, 독백 그 자체를 사용하여 글의 시점 자체가 어색해졌다.

③ 역시 묘사자체가 구체적이지 못하고, 선후관계가 미묘하다.

④ 12자루의 검에 대한 묘사를 통해 어떤 느낌을 표현해야하지만, 묘사를 하지 않고 설명을 나열하여 지루함을 준다.

⑤ 인공지능 있든 수만 개의 상황을 상정하든 내용전개상 필요한 문장은 첫 문장 뿐이다.

대체로 묘사가 추가될 시점에서 모두 주인공의 독백이나 설명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결국 묘사의 부재는 지루함을 준다.

2. 주제

제목은 주제를 함축하거나, 가장 주요한 소재를 지칭함에 주제는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요소이다.

하지만 엔시앙이라는 제목은 내가 아는 어떤 지식에도 들어있지 않으며, 검색사이트를 이용한 방법에서도 정확한 의미를 찾지를 못했다. 물론 추측하기로는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확실하지 않다. 엔시앙이라는 단어가 소설 내에서 재언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

전개 자체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주제는 단순한 영웅주의식 판타지 소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어차피 기술과 체제의 괴리는 혁명의 단초는 될 수 있지만, 자유를 말하기에는 부족하기에 앙시앵 레짐을 표현한다고 해도 피상적일 뿐이다.

3. 구성

구성 부분에 있어서는 어떤 기준을 잡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양판소라 불리는 글에 비해 나은 것은 확실하지만, 부각될만한 차이가 있냐고 묻는다면 단호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의 구성을 요약하자면 무난한 인물과 무난한 배경에 어느 정도 상투적인 사건이다.

주인공을 포함한 주변인물이 인물이 대부분 매력적이지 이유는 애초에 설정자체를 모두 다 평범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심리묘사의 부재(독백이 아닌 묘사)와 묘사 자체의 부재가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건에 몇 가지 스릴러적 요소를 추가시켜, 전개 자체의 방향성을 보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비평을 하겠다고 한 것이 3개월 전인데 지금에서야 겨우 올리는군요.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한 비평인데 생각보다 내용이 충실하지 않다고 생각 되서 스스로 실망스럽습니다. 다만 제가 예전에 한 비평들을 참고하시면, 천백랑님이 현재 쓰고 있는 글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스물 남짓한 분들을 비평하면서 느낀 것은 제 비평이 지적하는 부분은 대부분 경우 큰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천백랑님의 글 또한 제가 과거에 비평했던 몇안되는 비평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좋은 글 쓰시길 빕니다. 안녕히 계세요.


Comment ' 2

  • 작성자
    Lv.89 부정
    작성일
    10.12.30 13:34
    No. 1

    저는 저 문체를 좋아합니다. 괜히 겉멋들고, 비문이 섞여 있는 것 보다 좋더군요. 묘사가 단조롭다고 볼 수도 있지만,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더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이 무너지고 평원이 솟는다. 이것 만으로도 수많은 그림을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죠. 오히려 이런 모습으로 무너지고 어쩌고 이러면 독자는 그대로 밖에 못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마치 티비처럼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천백랑
    작성일
    10.12.30 17:36
    No. 2

    猫님/좋은 비평 감사합니다. 과제가 생겼네요. 묘사라...
    부정님/언제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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