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풍종호
작품명 :
출판사 : 카오스 사이클
풍종호님은 꽤 유명하신 분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풍종호님글은 거의 읽은것 같습니다.
그래서 카오스 사이클을 꽤나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1권의 두근두근함은 2권에서 조금씩 사라지고 오히려 실증과 권태감이 점점 커지더군요.
2권은 사실 개연성이라는 면에서는 거의 흠잡을데가 없습니다. 피를 두려워하던 평범 이하의 오타쿠 폐인 고등학생의 심리적 변화를 잘 드러냈습니다. 갑자기 난폭해지기도 하고 갑자기 소심해지기도 하죠.
특히 심리학적인 용어로 '망각'이라고 하던가요?
2권 전체는 주인공의 망각에 기초한 행동을 잘 드러냈습니다. (망각이라함은 대충 어떤 어려운 일을 앞둔 사람이 그 일이 없는것처럼 잊으려고 하는 무의식적인 작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예컨대 시험공부 안한 학생이 시험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불안함을 견디지 못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험이 있다는 것을 잊은것처럼 필사적으로 놀기 시작하는 걸 현실에서 아주 쉽게 경험할수 있죠.)
그러나 이러한 개연성 있는 세세한 심리 묘사가 독자에게 재미를 주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니다'라고 답하겠습니다. 2권(특히 중반 이후)은 주인공이 무언가를 회피하려고 하면서 자꾸 횡설수설하며 이리 찌르고 저리 찌르고 하는 산만한 서술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현실에서 사건이나 시간의 진행은 거의 없고 그저 불안정한 한 사춘기 소년의 공상만이 계속되었던겁니다.
저는 읽으면서 짜증이 나더군요. 굳이 이렇게 세세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는가. 왜 내가 지루한 이 글을 읽고 있는가 하면서 말이죠.
물론 이런 상세한 심리변화에 대한 묘사 없이 '아, 그렇구나'하고서 한페이지만에 납득하고 넘어가면 또 많은 이들한테 공격을 당할 것입니다. 예전의 퓨전물들중에 주인공의 적응이 너무 빠르거나 아무런 갈등이 없이 상황을 바로 납득할때 이런 식의 비평이 많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저런 이상한 상황에서 금새 납득하고 적응하느냐고 말입니다. 개연성이 없다, 저게 평범한 인간으로서 가능한 반응이냐 말이 많겠죠.
이제 카오스 사이클 2권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그 세세한 서술의 분량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재미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고민을 현실적으로 하는것도 좋지만 한권내내 고민만 하고 있는건 참 뭐라 해야 할지... 한 3분지1에서 5분지1정도로 줄였으면 훨씬 나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설의 개연성을 매우 중시하는 편입니다. 소설이라면 일단 말이 되는 전개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시 하는것은 '재미'입니다.
제가 개연성이 없는 소설을 싫어하는 것은 개연성 없음 그 자체때문이 아니고, 개연성없음이 소설의 재미를 망치기 때문입니다.
개연성을 위해서 재미를 희생한다는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 주장합니다. 소설이라면 당연히 기본적으로 개연성이 있어야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개연성의 바탕위에 재미가 있어야 비로서 가치있는 소설이라 할 것입니다.
이번 카오스사이클 2권을 보면서 재미가 개연성을 위해서 희생되었다고 느꼈습니다. 3권은 좀더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2권에서는 실망입니다.
ps.요약하자면 그 담임선생과 체육선생이 연관된 문제를 전혀 아무런 조치없이 그저 협박비스무리한정도로 마무리짓고 넘어간것이 계속 찜찜하더군요. 그게 주인공의 심리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해도 저는 마치 큰일 보고 안 닦고 나온듯한 찜찜함을 2권 내내 느꼈습니다. 아마 3권에서야 해결이 될 것 같은데 자꾸 사태를 회피하는 주인공의 딴짓이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분명히 주인공과 같은 평범이하였던 고딩이라면 그런 행동이 가능하겠지만 읽는 저로서는 납득이 안되서 그 사이의 괴리가 계속 물입을 방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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